[시사위크 특별기획] 박주민과 함께 한 ‘청년 좌담회’

청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혁명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의 길을 걸었고, 군사정권에선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국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던 헌신이 오늘을 만들었다. 이제 나라 잃은 설움도, 국가 권력의 횡포도 없다. 국민 승리의 시대다. 하지만 청년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설 곳이 없다. 현실의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이들은 말한다. “청년이 위기다.” 이들이 묻는다. “청년을 구할 방법은 없는가.” 이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편집자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청년들의 고민을 경청한 뒤 깊은 한숨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출산 계획이 없는 청년 참가자의 말에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김경희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늦깎이 아빠다. 지난 6월 첫 딸을 얻었다. 부인 강영구 변호사와 결혼한 것을 ‘가장 성공한 인간관계’로 꼽은 그는 이제 ‘솔이(딸 이름은 외자로 ’솔‘이다.) 아빠’로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육아는 말 그대로 현실이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좌담회가 열린 지난 8일에도 잠을 제대로 못자고 나왔다. 육아휴직 제도가 없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야간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이다. 그는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부인에게 미안했다.

사실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다. 좌담회에 참석한 하모 씨와 박선경 씨는 결혼한 지 각각 10개월 차, 11개월 차 신혼이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를 갖기엔 용기가 필요했다.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박선경 씨는 “아이 생각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 이름하여 ‘딩크족(DINK)’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깊은 한숨으로 이들의 고민에 공감을 표시했다.

박주민 최고위원   힘들긴 힘들다. 예쁘긴 엄청 예쁜데.

박선경  직업이 사회복지사인데 정작 저의 복지가 없다. (이 대목에서 선경 씨는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산 뒤에 복직을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1년에 한 번 여행가는 것도 너무 힘든데, 내가 과연 아이를 낳았을 때 이 아이를 케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급여가 적다보니 남편과 급여를 합해도 양육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이를 못 낳겠다.

박주민 최고위원  우리나라는 복지제도가 별로 없다. 국민연금도 납부하는 것보다 상당히 많은 금액을 돌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액수 자체가 얼마 안 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집은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다. 내 노후를 책임지고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으로, 엄청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한다. 결국 국민들에게 노후 대비는 두 가지다. 내가 키운 자식에게 용돈을 받는 것, 집이라는 유일한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것이다. 이게 참 답답하다. 부동산 문제도 너무 꼬여있다. 여기에 아이가 없을 경우 나이 들어 절망밖에 없을 것 같은 공포마저 준다.

박선경  그렇다. 노후에 누가 나를 책임질 수 있을까 고민한다. 국민연금도, 장기요양기금도 사실 우리 청년들이 낸 세금을 끌어다 쓰는 게 아닌가. 반대로 내가 나이를 먹어서 내 밑 세대의 연기금을 끌어다 써야하는데 지금의 출산율을 보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금보다 더 국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개인적인 바람은 베이비시터 제도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임신과 출산으로 여성이 불평등한 처우를 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의 원칙 적용만 지켜진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경희 기자>

박주민 최고위원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경제성장전략이 수출대기업 위주의 지원, 그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낙수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세계적으로 낙수효과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기반성을 하는 중이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 서민들의 지갑을 두텁게 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생활에서 소비가 생기고 경제 규모가 커질 게 아닌가. 기업들도 소비가 있어야 물건을 만들어내고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1년 안에 성과가 나오긴 힘들겠지만.

박선경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출산휴가와 남성육아휴직 의무화는 당장 할 수 있지 않은가.

박주민 최고위원  할 수 있다. 사실 근로기준법을 원칙적으로 적용만 해도 풀릴 문제다. 해고 사유가 분명할 때에만 해고할 수 있는 것처럼 성별과 출산을 이유로 불평등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돼있다. 원칙적인 적용이 중요하다.

하씨  저도 결혼하기 전에는, 부부 두 사람만으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두 명 이상의 몫이 필요하더라. (박주민 최고위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친정엄마들만 죽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베이비시터나 지역주민들과 연계할 수 있는 민간시설 또는 베이비카드와 같은 재정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야당에서 포퓰리즘을 말하는데 청년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다. 이전까지 저부담 저복지였다면 지금은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한다는데 동의하는 청년들이 많다.

박주민 최고위원  핀란드 정도는 가야 할 것 같다. (그의 말에 청년들 모두가 웃었다.)

하씨  솔직히 정부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 일례가 주52시간 근무제다. 과거 토요일 휴무가 자연스레 흡수된 것처럼 전망이 밝다고 하지만 보다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청년들이야 주52시간 근무제 모두 찬성이다. ‘워라벨(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너무 좋다. 그런데 부장급들은 부담을 느낀다. 팀원들을 데리고 성과를 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주거정책도 마찬가지다. 원론적으로 공공임대 주택을 늘리는 것은 맞는 얘기다. 발등에 불 떨어진 저소득층부터 지원하는 것도 동의한다. 그런데 굉장히 접근성이 떨어진다. 탁상행정이랄까.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신청 자격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70%라고 하더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기 어려운 말이다. ‘둘이 합해 월 550만원 이하’ 이런 식으로 풀어주는 게 어려운가. 70%가 어느 수준인지 알기 위해 한참을 검색해야 한다.

박선경  꼼꼼히 알아보면 나는 해당이 안 되더라.

박주민 최고위원은 청년들이 지적한 정책 접근성 부족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완전히 수요자 중심으로 접근 경로를 바꿀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경희 기자>

하씨  공공임대주택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이 사람들을 지원하는 다른 정책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주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지역부동산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손잡는 것이다. 부동산에서 가장 기피하는 사람이 신혼부부다. 제일 싼 걸 원하면서 높은 퀄리티를 따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신혼부부가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날 열리지도 않는 HWP파일로 공고문만 내지 말고. (청년들 모두가 웃었지만 박주민 최고위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들었다.)

시사위크  요점은 정부 정책이 안일하고 디테일이 떨어진다. 그래서 정책의 체감률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씨  월 200~300만원씩 버는 부부들을 공략하는 정책이 없다. 그러니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주민 최고위원  중산층 바로 아래에 있는 부분, 해당 층의 체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책의 폭이 좁다는 말이다. 그것은 재정과 연관이 있다. 급한 불부터 끄긴 꺼야 한다. 생존을 다투는 분들 아닌가. 이외 생존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생활이 안 되는 분들까지 혜택이 안 가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로 법인세를 회복시킨다거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높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마련된 세금으로 현실적이며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 얼마 전에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정책 홍보에 대해 자기가 봐도 모르겠다며 후회하고 반성하더라. (청년들 모두 웃었다. ) 완전히 수요자 중심으로 홍보를 바꾸고 접근하는 경로도 바꾸겠다고 얘기했다. 저희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달라질 거라 본다.

김씨  청년우대 주택청약도 허점이 많다. 조건 중의 하나가 세대주여야 한다는 것인데, 월세로 사는 청년도 있지만 그게 안되는 청년들은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청약을 위해 세대주를 분리해야 하는데 그러면 없는 살림에 월세에 살아야 한다. 그래서 임대주택을 알아보기도 했다. 말이 임대주책이지 시세보다 30~40% 저렴해서 월 45만원이다. 연으로 따지면 5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박주민 최고위원  바꿔야 할 게 많더라. 창업지원자금의 경우도 점포가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금융도 바뀌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규모가 큰 은행들이 대부분 상호저축은행인데,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돈을 빌려줄 때 컨설팅을 함께 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담보 없으면 돈 빌리는 게 어렵다. 금융이 산업을 일으킨다는 개념, 창업을 지원하다는 개념이 사실상 없다. 금융을 바꿔서 청년들의 금융지원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청년들과 좌담회를 마치며 더 열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리에 함께한 청년들은 박주민 최고위원에게 계속 소통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씨  개인적으로 보람된 자리였다. 그간 박주민 의원을 봤을 때 생각해왔던 이미지와 맞는 느낌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제 이미지가 어떠냐”고 물었다. 청년들은 동시에 웃었다.) 며칠 전에 우연히 뉴스에서 박주민 의원을 봤다. 그때 노력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게 바로 ‘박주민’의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유튜브 등을 이용한 콘텐츠나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정치인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박주민 의원은 기존 정치인과 다를 것 같다. 그만큼 청년들에게 긍정적 이미지가 확실하고, 기대하는 바가 크다.

박주민 최고위원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도록 하겠다. (김씨가 “팬미팅 같다”고 말하자 장내에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하씨  요즘은 자기 일을 잘하는 게 기본이다. 의원들도 열심히 법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얼마나 엔터테인적으로 대중들에게 얘기하고 알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박주민 의원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한주간 처리한 일이라든지 고민들을 일기처럼 풀어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어떻겠는가. (경선 씨가 “리얼리티가 좋겠다”고 거들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참고하겠다”며 “진짜”라고 강조했다.)

시사위크  결국 청년들이 많이 듣고 싶고 알고 싶은데 창구가 없고, 투자하는 시간 대비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소통해줄 수 있는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 달라는 얘기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박주민 최고위원  감사하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저도 도움이 많이 됐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 틀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정치인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국민들께서 함께 해주셔야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소통해가면서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같이 걸어갑시다.

진행|정리=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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