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존슨앤존스가 M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도용해 사용하다 긴급히 철수를 결정했다. < MBC / 시사위크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존슨앤존슨이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로고를 무단으로 도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긴급히 철수를 결정했다. 존슨앤존슨은 “방송 로고가 상표 등록됐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관련 행사를 취소할 것임을 밝혔다. 글로벌 기업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부족한 인식에 실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인기 예능 로고 ‘복붙’, 지적재산권의 아쉬운 인식

한국존스앤존슨이 MBC의 지적재산권을 위반한 건 ‘난 간편하게 산다’라는 이름의 할인 행사다. 이달 초부터 존슨앤존슨은 샴푸와 구강 청결제, 세안제 3종을 최대 30%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GS리테일의 H&B스토어인 랄라블라에서 진행해 왔다.

존슨앤존슨이 이번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간편성을 앞세운 신제품의 판촉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출시한 리스테린 신제품 등 자취생이나 1인 가구가 유용하게 사용할 법한 위생용품만을 묶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이유에서 행사명 또한 MBC의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를 인용해 ‘난 간편하게 산다’로 작명된 것으로 읽힌다.

행사명을 유명 프로그램의 제목을 패러디해 짓는 건 사실 크게 문제 될 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영화나 노래 혹은 프로그램의 제목을 패러디해 상업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MBC의 간판 예능인 나 혼자 산다의 경우만 해도 롯데그룹에서 방송 출연진을 모델로 내세워 옴니 쇼핑 홍보를 위한 ‘옴니로 산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의 경우 프로그램 고유 로고까지 가져다 썼다는 점에서 문제가 달라진다. 단순히 제목을 패러디하는데서 벗어나 이미지를 ‘복붙’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차이점이라면 방송 마스코트인 윌슨의 리본이 없다는 정도다. 이처럼 존슨앤존슨은 영업 행위를 위한 홍보물 이미지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 BI를 사용하면서도 MBC 측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상표 등록 사실 몰라”… 프로모션 부랴부랴 ‘철수’

존슨앤존슨이 도용한 이미지는 특허권자인 MBC(문화방송)가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등록을 받은 엄연한 지적재산물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MBC는 나 혼자 산다가 첫 방송되고 4개월이 지난 2013년 7월 상표 출원을 신청해 이듬해 5월 등록 허가를 받았다. 이후 MBC는 상품분류를 다양화 해 여러 차례 추가 등록 작업을 마쳤는데, 여기엔 ‘종이 및 판지, 인쇄물, 인쇄활자 등’에 대한 권리도 포함됐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한국존슨앤존슨은 “관련 이미지가 상표 등록됐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현재 관련 행사는 철수를 완료한 상태”라고 전해왔다.

이와 관련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산하기관인 특허상담센터 관계자는 “아직 방송 프로그램 로고와 같은 이미지에도 상표권이 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무심코 사용했더라도 특허청을 통해 상표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위반자에 대한 과실책임이 있을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요구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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