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은 1만여 건이었다. 20대 국회 전반기가 지난 지금, 계류된 법안만 벌써 1만 건이다. 국회의원들은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해당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또 새로운 법안을 내고 잊어버리기 일쑤다. 발의건수를 훨씬 밑도는 법안 처리율을 보면 이번 국회에서 폐기될 법안 건수가 또다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의 법안발의, 이대로 괜찮을까. <편집자 주>

 

16대~19대 역대 국회 법안발의 및 임기만료폐기 법안 현황.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법안발의는 국회의원의 중요한 의정활동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발의한 법안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1만5,037건, 계류된 법안은 1만1,14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약 77%가 잠자고 있는 것이다.

법안발의와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의 건수는 역대 국회를 거치면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발의된 법안만 1만5,000여 건인데, 이는 19대 국회 전체인 1만7,822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16대부터 19대까지 법안발의 및 폐기된 법안의 숫자를 보면 ▲16대 2,507건 중 754건 ▲17대 7,489건 중 3,154건 ▲18대 1만3,913건 중 6,301건 ▲19대 1만7,822건 중 9,809건이다.

이같은 추세를 보면 20대 국회에서 적어도 2만 건 이상의 법안이 발의될 전망이다. 아울러 17대 국회부터 통상적으로 절반 가량의 법안이 임기만료로 폐기된 사례를 보면 이번에도 1만건 이상의 법안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국회 상임위원회별 계류법안 현황. <출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보면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법안이 1,70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보건복지위원회 1,621건, 환경노동위원회 1,374건, 국토교통위원회 1,36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계류법안이 늘어나는 것은 일차적으로 법안발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터지면 국회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법안을 만드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나 '미투' 문제가 터지면서 수십 건의 법안이 쏟아졌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동소이한 법안도 상당하다.

여기에 여야의 힘겨루기로 국회가 수차례 파행을 겪으면서 법안 심사가 미뤄지고 있는 것도 계류법안이 늘어나는 주요한 요소다. 드루킹 특검이나 추가경정예산안, 방송법 개정안 등으로 지난 4월부터 국회는 사실상 임시휴업 상태였다.

그나마 최근 국회에 다시 '협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7월 취임일성으로 "20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협치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강조했고,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를 비롯해 여야 쟁점 현안이 산적해 또다시 국회 파행의 요소는 군데군데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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