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승우가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조승우가 곧 장르.” 배우가 곧 장르라니,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찬사가 또 있을까. 그러나 과장이 아니다. 그의 연기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소개하는 이 어마어마한 수식어에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이다. 매 작품 맡은 캐릭터 그 자체로 완전히 분하는 조승우. 그는 그 어떤 수식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대한민국 대표 최고 배우다.

조승우는 스크린부터 브라운관, 무대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연기력은 물론 흥행성과 대중성을 갖춘 배우다. 매 작품, 맡은 역할마다 완벽한 소화력으로 캐릭터 자체가 돼 ‘조승우가 곧 장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와 흡입력 넘치는 연기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 그가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이후 3년 만이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을 받아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인간과 나라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명당을 찾는다는 설정의 영화적 상상이 더해졌다.

‘명당’에서 조승우는 땅의 기운을 읽어 운명을 바꾸려는 천재 지관 박재상 역을 맡았다. 풍수에 관한 천재적인 감각으로 인해 풍파를 겪게 되는 인물이다. 박재상으로 완전히 분한 조승우는 강직함과 세도가에 맞서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카리스마로 극을 이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정적인 인물인 박재상의 묵직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무결점 연기를 펼친다.

최근 <시사위크>는 천재 지관으로 돌아온 천재 배우 조승우와 만나 ‘명당’과 그의 연기 철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승우는 ‘명당’에서 천재지관 박재상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항상 영화 개봉하기 전에는 떨린다. 이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 흥행은 될지 안 될지, 그런 것 당연히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 영화는 만족했나.
“시나리오 봤을 때 보다 영화가 몇 배는 더 잘 나온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클래식하고 묵직함이 좋았다. 역할(박재상)은 정적인 인물이지만, 대립되는 존재들 사이에서 묵직하게 받쳐낼 수 있는 중심이 되는 역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시나리오보다 더 잘 나온 것 같나.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그 당시 시대의 혼란스럽고 소용돌이치는 모습들이 빠르게 전개돼서 좋았다. 중반부까지 휘몰아치는 느낌이 들었다. 속도감과 박진감 있어서 좋았고 클라이맥스까지 가는 부분도 정교하게 잘 다듬어진 것 같다. 또 박재상을 중심으로 대립되는 캐릭터들이 시나리오보다 더 잘 나왔고 입체적으로 캐릭터들이 산 것 같다. 물론 배우들이 잘하셔서 그렇지만.”

- 아쉬운 부분은 없나.
“현재까지는 없다. 아쉽다고 그러면 그것도 이상하다.”

- 원래 풍수지리에 관심이 있었나. 촬영 후에 풍수지리를 이용해 가구배치를 바꾼다거나 한 경험이 있나. 
“(풍수지리에 대해) 전혀 몰랐다. 원래 잠을 잘 잤었는데 인테리어하고 나서 못잤다. 알고 보니 침대가 북쪽을 보고 있었더라. 다시 거꾸로 해놓으니 잠이 잘 오왔다. 그런데 모르겠다. 그것도 기분 탓인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나중에 가정이 생기면 조용한 곳에 집을 짓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평소 운명론을 믿는 편인가.
“사람을 만나는 것, 친구가 생기고 동료가 생긴다는 것은 다 운명이고 인연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내가 선택한 것들, 일이든 관계든 그런 것도 다 운명이 결정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 박재상이 진심을 다하는 캐릭터다. 또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인물인데,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눈빛이나 목소리 톤에서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나.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대본을 공부하고 캐릭터를 구축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뇌된 것 같다. 신념 있고 선해 보이게 해야지 하지는 않았다. 나름 성깔도 있게 했다. 나름.”

- 박재상을 연기하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힘을 빼자가 우선이었다. 김병기(김성균 분)나 흥선(지성 분)이 휘몰아치는 폭풍 같다면, 박재상은 태풍 정중앙에 있는 태풍의 눈이라고 생각했다. 그 안은 고요하지만 겉은 난리가 난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데 답답함은 없었나.
“이미 캐릭터에 대해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없었다). (박희곤) 감독이 ‘여러 인물들이 대립으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는데 그 중간에서 모든 인물들하고 연결돼있는 박재상 캐릭터가 언뜻 보기에는 너무 정적이고 임팩트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을 것 같다’고 처음부터 말을 했다.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을 했고 나 역시 과하지 않은 선에서 축이 되는 역할을 해보자 싶었다.”

조승우가 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지성이랑 호흡은 어땠나.
“처음 같이 작업을 해봤는데 엄청난 집중력과 현장에서의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보고 배우로서 많이 반성을 했다. 이래서 지성 지성하는구나 느꼈다. 캐릭터나 영화 전체에 대한 책임감이 정말 상당하다. 그럴 리는 없지만 내가 만약 감독을 한다거나 제작을 한다면 지성 같은 배우랑 하고 싶다. 너무 성실하고 자기 몫을 다한다. 될 때까지 하는 분이다. 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 ‘조승우가 장르다’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민망하다. 너무 감사하지만 너무 민망하다. 이거를 어떻게 내 입으로… 그냥 열심히 하겠다.”

- 영화 ‘퍼펙트게임’(2011)년 이후 박희곤 감독과 다시 만나게 됐다. 이번 작업은 어땠나.
“(박희곤 감독이) 여유가 생겼고, 리더로서의 능숙함과 사람 기분 좋아지게 하는 능력이 더 생긴 것 같다. 워낙에도 좋고 유쾌한 분이다. 현장의 진짜 분위기 메이커는 감독이다. 되게 따듯하고 귀엽다. 스태프 모두가 메이킹 인터뷰를 했다. 쫑파티 때 빔 프로젝트로 쏴서 보여줬는데, 맨 마지막에 감독님한테 ‘감독님한테 명당은 어떤 의미냐’라는 질문에 펑펑 울더라. 그만큼 모든 걸 쏟아부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영화감독이라는 무게감이라는 거 중압감이라는 거 엄청나지 않냐. 그 눈물이 너무 진심처럼 느껴져서 이 작품 분명히 의미 있는 작품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조승우 배우도 작품 끝나고 운 적이 있나.
“있다. 주로 뮤지컬. 무대가 끝나면 공허함이 크게 찾아온다. 맨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혼자 분장실에 앉아 메이크업을 지우며 캐릭터를 다 지워낼 때 제일 이상하다. 무조건 다 슬퍼서 우는 건 아니고 공허해서 운다. 영화는 촬영 끝나도 몇 개월 뒤에 후반작업도 있고 또다시 만날 수 있지 않나.”

조승우가 한국 영화 발전을 응원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그런 공허함은 어떻게 다스리나.
“특별하게 애착이 가고 그런 작품이 있으면 한편에 고이 놔둔다.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는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다. 일을 겹쳐서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이 쉬지도 않아서 계속 일이 있었다. 여러 캐릭터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려면 그전 캐릭터를 지워야 한다. 외국에서는 상담도 받고 그런다던데 다행히 (나는) 잘 털어내는 편이다.”

- 제일 오랫동안 남았던 캐릭터나 작품이 있나.
“세르반테스다. ‘맨오브라만차’ 세르반테스. 배우를 하게 만들어준 역할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 작품을 보면서 세르반테스 역할을 꼭 해야지 꿈을 꾸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무섭다. 추석 지나고 연습 시작인데 티켓 오픈을 그전에 했다. 아직 연습도 들어가지 못했고 뮤지컬 안 한지 2년이 넘었고, 빨리 무대에서 잘 할 수 있게 모든 걸 갖춰놔야 하는데 표는 (매진이) 됐고, 기대는 많으시고… 사실 항상 부담스럽고 무섭다. 그렇게 거의 십몇 년을 지내왔다. 하지만 나 말고도 다 그럴 거다.”

- 같은 시기에 많은 영화들이 개봉한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물괴’에 이어 영화 ‘협상’, ‘안시성’ 등이 오는 19일 개봉한다.)
“추석에 한국 영화가 네 편이나 있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인 것 같다. 골라서 볼 수 있고, 여러 작품을 볼 수 있지 않나. 극장은 다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서로서로 다 잘 됐으면 한다. 한국 영화가 제작이 예전처럼 활발하게 되면 좋을 텐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잘 돼서, 한국 영화 편수가 내년에는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명당’이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이 작품 볼만하다. 이 작품은 곱씹어 생각할수록 여운이 있고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 작품이구나라고 느껴주시면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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