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이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쇼박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익숙하지만 새롭고, 비슷한 듯 다르다. 배우 김윤석이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또 형사다. 그러나 새롭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을 통해 형사 역할을 소화했지만, ‘암수살인’ 속 형사 김윤석은 또 다른 모습이다.

오는 10월 3일 개봉하는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극이다.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2012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에피소드)로 감옥 안의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살인범의 자백을 유일하게 믿고 사건의 실체를 쫓는 형사 김형민(김윤석 분)의 치열한 심리전을 그린다.

김윤석은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유일하게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 김형민 역을 맡았다. 신고조차 되지 않은 암수살인을 직감하고 모든 단서를 강태오가 쥐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자백의 대가로 태오의 요구를 들어주는 한이 있어도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김윤석이 ‘암수살인’에서 형사 김형민으로 분한다. <쇼박스 제공>

‘암수살인’은 여느 범죄 영화와 궤를 달리한다. 살인 과정을 잔인하게 보여주거나, 잔혹한 범죄 현장, 노골적인 피해자의 감정 대신 치열한 심리전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착한 수사극의 탄생이다. 그 중심에는 착한 형사 김형민이 있다. 그는 범인이 아닌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사건을 쫓는다. 온갖 장애와 불이익에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집념과 인간미 가득한 김형민은 이 시대가 원하는 바람직한 형사, 그 이상의 모습이다.

김형민으로 분한 김윤석은 큰 액션이나 고함 없이도 묵직한 존재감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극을 이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주변에 김형민 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 제목을 보고 잔인한 영화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제목이 그런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에 시나리오 보고 무슨 제목인지 몰랐다.”
(암수살인이란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말한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리웠다.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런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그리웠다.

-형사 역할 많이 했는데, 이번 형사는 달랐다. 많이 절제됐고 가장 따뜻했다.
“주로 시골 형사나 지방 형사를 맡았다.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가장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형사인 것 같다. 형사 대 범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승부를 보는 영화다.”

-배우로서 녹여내고자 고민한 부분이 있나.
“이번 작품 형사 캐릭터야말로 가장 점수를 높이 주고 싶은 형사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맡았던 형사는 형사이기 전에 공무원이고 적당히 그냥 살아가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사건이 만들어지는 캐릭터와 드라마였다면, 이 영화 자체는 아예 처음부터 끝가지 이 사건을 대하는 형사의 모습이나 태도들이 전반에 깔려있는 그런 것들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준비라기보다는 김형민 형사 같은 타입의 사람이 굳이 형사가 아니라도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잘난 척도 하지 않고 과도한 에너지로 (상대를) 억누르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차근차근 역할을 해나간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은 형사가 아니고 선생님이든 옆집 아저씨든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호감이 가는 캐릭터였다.”

김윤석은 ‘암수살인’에서 큰 액션 없이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쇼박스 제공>

-영화에서 김형민 형사는 지나치게 욕설을 한다거나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단단하고 강함이 느껴졌다.
“그런 모습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싸움을 굉장히 잘하고 카리스마 있게 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믿음이 가는 모습. 이 캐릭터를 통해서 단단하고 절대 안 무너질 것 같고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김형민 형사에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 부분이 있나.
“내 자랑처럼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이 내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고 하더라. 그 친구는 나의 평소 모습을 워낙 잘 알기 때문에 표정이나 웃는 모습에서 그런 점을 느꼈나 보다.”

-주지훈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예전 드라마 ‘마왕’(KBS 2TV, 2007)에서 주지훈의 외형적인 묘한 매력을 봤다. 굉장히 차갑고 날이 선 미남 모습이 있으면서도 웃을 때 보면 아이 같다. (영화에서) 머리를 짧게 깎았는데 느낌이 되게 좋더라. 날이 확 서 있다. 못되게 보이기도 하고 순진하게 보이기도 하고. 강태오 캐릭터를 주지훈 배우가 함으로 인해 영화가 더 여러 결을 갖추게 되지 않았나 싶다.”

-주지훈이 김윤석을 ‘카스텔라 같은 선배’이라고 말했다.
“살다 살다 그런 표현은 처음 듣는데, 고맙다. 카스텔라 같다는 생각을 하다니… 여러모로 고맙다.”

김윤석이 주지훈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혔다. <쇼박스 제공>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빨리 친해지는 거다. 예를 들어 백윤식 선생님이랑 한다면 후배로서 잘하겠지만 대부분은 나보다 후배들이다. 빨리 열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껄끄럽거나 어렵고 그러면 현장에서도 제약이 들어오지 않겠나. 빨리 열고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주지훈은 한방에 친해졌다. 하정우 얘기 나오면서 게임 끝났다.” (김윤석과 주지훈은 배우 하정우와 절친한 사이다.)

-‘암수살인’이 추석 성수기를 지나 10월에 개봉하는데.
“가을에 개봉하길 원했다. (‘암수살인’이) 가을에 어울린다. 오래 여운이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영화가 ‘완득이’(2011)다. 성수기 때 개봉을 안 했는데 마음의 여유가 있고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간다는 느낌이 드는 시기에 개봉한 게 기억에 남는다. ‘암수살인’도 확 몰리는 게 아니라 갈수록 입소문이 나면서 묻히지 않는 영화, 많이 회자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실종사건 신고를 그나마 해서 피해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얘기를 했는데, 평소 무관심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생각이 많았나.
“시나리오를 분석해봤더니 이것도 결국은 실종신고를 한 사람이라도 했기 때문에 단서를 찾을 수 있었던 거지 없어졌는데 실종신고라도 안 했다면 100% 질 수밖에 없는 거다. (김태균) 감독이 이 시대의 파수꾼 같은 형사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얘기했었다. 김형민이라는 사람이 형사가 아니라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것도 우리가 한편에 파수꾼의 마음을 갖고 있으면 어떨까 싶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면 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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