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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리포트②] ‘투잡’을 강요당하는 사회
2018. 09. 25 by 장민제 기자 jmj83501@sisaweek.com
과거 ‘장수(長壽)’는 미덕이자 축복으로 꼽혔다. 하지만, ‘100세 시대’로 불리는 현대사회에선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은퇴로 인한 경제활동의 중단, 이에 따른 노후대책 부재,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론 등 또 다른 고민거리와 과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예외없이 맞게 될 은퇴 그 후.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없는 걸까. ‘100세 시대’,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시사위크>가 고민해봤다. [편집자 주]

 

더 많은 소득을 위해 투잡을 뛰는 이들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지방의 수도권에 직장을 둔 A씨는 주말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추가소득을 벌고 있다. 최근엔 채용시즌에 맞춰 시험감독 알바에 나서기도 한다. A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일하고 일당으로 7~8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노후대책의 본질은 ‘소득’으로 귀결된다. 은퇴 후에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준을 넘기기가 쉽진 않다.

국민연금공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50대 이상 연령층들이 생각하는 노후 적정생활비는 부부 기준 월 237만원이다. 60세부터 85세까지 25년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8억원 이상을 모아야 한다. 연간 4,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A씨의 투잡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 시작됐다. 일할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벌기위해 주말도 반납한다는 것이다.

◇ 증가하는 ‘투잡 희망’… 목적은 ‘추가수입’

실제 본업을 두고 여유시간에 부업을 희망하는 이들도 증가했다. 잡코리아가 올해 초 중소기업 재직자 8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본업 이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41.2%가 '현재 알바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6년 19.9%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 중 83.7%는 부업을 하는 이유로 ‘추가 수입을 만들기 위해(경제력을 높이기 위해)’를 꼽았다.

이 같이 부업을 희망하는 추세는 올해 중순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각에선 부업을 갖는 게 위법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무원 등 몇몇 특수직만 겸업을 금지할 뿐, 일반적으로 직업선택에 자유를 주고 있다. 또 업체들은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부업을 허용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에 근무 중인 B씨는 “웹툰 배경, 3D모델 제작 아르바이트와 채색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다”며 “본직인 프로그램 개발과 관계가 없어 회사에서도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스트코 직원인 C씨도 “사측에서 고용보험이 가입되는 직종만 아니라면 직원들의 투잡을 허용했다”며 “음식점을 차리는 등 주변에 상다수의 직원들이 부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이들이 투잡의 목표를 ‘노후대비’로 잡진 않는다.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투잡에 내몰리는 이들도 있다. 맞벌이는 필수가 된 상황에, 육아 및 자녀교육 등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주 36시간 이하 근로자 중 추가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점차 증가 중이다. <자료=통계청/그래픽=이선민 기자>

특히 양질의 본업을 얻지 못해 부업을 희망하는 이들도 점차 증가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 36시간 이하로 일하는 근로자 중 ‘추가취업을 원하는 사람’의 수는 2015년 8월 55만명에서 올해 65만명으로 증가했다. 그 중 50대 이상의 남성이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또 투잡 인력의 증가로 시장변화도 나타난다. 그 중 낮은 진입장벽 탓에 ‘투잡족’이 쉽게 몰리는 대리운전업계에선 변화된 양상에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수년째 대리운전을 본업으로 하는 C씨는 요새 벌이가 시원치 않다. 3~4년 전에만 해도 저녁시간대부터 새벽 1시까지 바짝 일하면 순수익 10~15만원을 올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새벽 내내 뛰어도 매출 10만원을 채우기 힘들다는 것. 그는 “요즘 하루 순수익이 5만원 가량”이라며 “과거와 달리 기사 수는 늘었지만, 일거리는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대리기사협회가 추산하는 대리운전 기사 수는 3~4년 전 12~15만명 가량에서, 현재 약 20만명으로 증가했다.

김종용 위원장은 이와 관련, “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로 기사문턱이 더욱 낮아진 면이 있다”며 “최근 밤 12시가 넘으면 일거리가 끊긴다. 음주문화 자체도 달라진 것으로, 기사 수 증가와 함께 수익감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추가된) 신규기사 대부분이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으로 뛰어들었지만 열악한 환경에 떠나는 이들도 대다수”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업계 진입문턱이 낮아서 발생한 인력과잉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대리운전시장의 수익이나 처우가 열악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대리운전업을 제도권에 올리고, 투잡 문제는 또 다른 건강한 일자리 마련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