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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안산다
[나 혼자 안 산다①] 편의점 도시락은 ‘명절’ 때 제일 많이 팔린다
2018. 09. 25 by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가족과 종교, 지역사회가 담당했던 공동체는 점차 해체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30대 청년 1인가구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하루 74분으로 나타났다. 24시간 중 1시간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혼자 보내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고독사는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계층·세대·지역 갈등의 폭발도 공동체성의 약화와 무관치 않다. 개인적 자유와 공동체적 가치를 조화시킬 균형점을 찾는 것이 시급한 때다. [편집자주]

독거노인, 청년 1인가구 등 전통적 주거문화와 가족제도의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변화가 공동체 해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가치체계 정립이 중요한 시점이다. <참고사진>
독거노인, 청년 1인가구 등 전통적 주거문화와 가족제도의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변화가 공동체 해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가치체계 정립이 중요한 시점이다. <참고사진>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연중 신상품 출시가 가장 활발한 시기는 추석 등 명절이다. 그만큼 판매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GS25의 도시락 판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6배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도 업계는 ‘한가위 세트’ ‘한우불고기’ ‘전통한과 도시락’ 등 추석을 겨냥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판매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명절을 나홀로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굳이 추석 명절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혼밥’ ‘혼술’ 등의 용어로 알 수 있듯이, ‘나홀로족’들의 숫자는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이들은 겨냥한 식당이 곳곳에서 새로 들어서고 있으며, 부동산 업계에서는 소형 원룸 임대가 유망한 사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2015년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인 가구’의 숫자는 520만으로 주거형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나 홀로 문화’가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파편화에 따른 고립, 인간관계의 단절, 사회성 결여와 이기주의 만연, 이해부족에 따른 계층갈등의 단점도 크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신뢰부족’ 현상과 결합해 나타나는 문제점은 공동체 해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OECD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관적 행복지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사회적 협력’ 등은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자살률은 1위이며, 수많은 출산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합계 출산율은 사상 최저인 1.05를 기록할 정도로 급감하는 상황이다. 혼자 사는 노인이 죽은 지 며칠 만에 발견됐다는 ‘고독사’는 이제 새로운 뉴스거리도 아니다. 한민족(韓民族)이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을 단지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에 동의한 비율 <김희삼 KDI 겸임연구위원 'KDI 포커스-저신뢰 각자도생 사회의 치유를 위한 교육의 방향' 보고서>

◇ ‘공동체 복원’ 위한 가치체계 정립이 우선 과제

우리 사회에 ‘신뢰가 부족하다’는 보다 구체적인 통계도 최근 발표된 바 있다. 김희삼 한국개별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세계가치관조사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27%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63%), 스웨덴(6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일본(39%), 미국(35%) 등과 비교해서도 낮다. 더 큰 문제는 80년대 초반 38%에서 그 수치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단절과 신뢰부족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입시 위주의 경쟁적 교육에서 찾는 견해도 있으며, 승자독식의 정치문화, 압축성장에 따른 진통, 전체주의 해제 과도기 등의 진단을 내리는 학자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주요 문제들이 가리키는 현상이 ‘공동체 해체’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출산’ ‘자살율’ ‘고독사’ ‘1인가구’ 등의 접근 방법도 개별적 대책보다는 공동체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전근대적 ‘대가족 제도’로의 회귀나, 그 한계가 뚜렷한 종교에 대한 의존은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다. 개인적 자유와 공동체적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체계 형성과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라는 접근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