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편의점의 위약금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과도한 위약금에 폐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편의점의 위약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과도한 위약금에 폐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편의점 업계에 곡소리가 무성하다. 한때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던 시절은 옛날이 돼 버린 분위기다. 한집 걸러 한집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기는 사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치솟는 인건비, 불공정한 시장 환경 속에서 점주들은 골병이 들은지 오래다. 경영난을 감당 못해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는 점주들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폐점마저 쉽지 않는 게 편의점 업계의 현실이라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설명했다.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폐업을 하려고 해도 못하는 점주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점주들 사이에선 “과도한 위약금으로 빚을 내서 문을 닫을 처지”라는 한탄이 줄을 잇고 있다.

◇ 폐점하고 싶지만.... 위약금 폭탄에 시름하는 점주들

충북 음성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여성 점주 A씨는 영업을 한지 10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폐점’을 고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루 8시간 정도 일했을 때, 한달에 300만원의 순수익은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포 개발 담당자의 말을 믿고 9,000만원 가까이를 투자해 편의점 창업을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영업을 한 후 8개월 가량 적자가 이어졌고 A씨는 10시간 넘게 일했으나 빈손이었다.

A씨는 “영업을 시작한 후 3개월 정도 일매출이 40만원이 정도에 불과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본사 담당 직원이 얘기했으나 6월달까지는 수익은 계속 마이너스였다. 10원 한 장도 가져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7월에 접어들면서 매출이 조금씩 올랐지만 그렇다고 큰 수익이 난 것은 아니였다. 임대료와 본사 로얄티,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니, A씨 자신은 한달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손에 쥐었다. A씨는 최근 두달 정도만 150만원과 130만원의 순수익을 거둬갔다. 하지만 최근 다시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A씨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폐점을 선택하기도 쉽지많은 않다고 A씨는 한탄했다.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위약금과 시설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영업을 한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폐점 비용을 본사에 문의했다가 기함을 했다. 시설비만 4,00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A씨는 “집보다도 더 쓸고 닦으며 공을 들였다”며 “폐점을 하고 싶어도 지금으로선 쉽게 결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통상 편의점의 가맹 계약은 5년이다. 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각종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위약금은 크게 영업(운영) 위약금과 인테리어(시설) 위약금 등 두 종류로 나뉜다. 영업 위약금은 계약 기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미래 수익분에 대한 본사가 청구하는 보상금이다. 예를 들어 가맹점주가 2년 정도 계약 기간을 남기고 중도 해지를 할 때, 본사는 최근 1년간 평균 로열티의 6개월분을 위약금으로 청구한다. 이 금액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에 이른다.

인테리어 위약금은 본사가 선불로 투자한 시설 비용에 대한 청구금액이다. 통상 가맹본부는 점포 운영 기간 동안 발생하는 수익에서 일정액을 인테리어 비용으로 회수한다. 점주가 계약을 중도 해지할 시, 감가상각분을 제외하고 이 금액을 일시에 청구한다. 이 금액은 점포 상황과 계약 기간마다 다를 수 있으나 많으면 수천만원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지원금 위약금(매장 개설 시 받은 지원금)과 철거비용 등까지 더하면 점주가 폐점 시 물어야 할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 폐점 책임은 점주만?.... 본사도 책임져야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편의점 업계의 과도한 위약금 문제가 개선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위크 DB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편의점 업계의 과도한 위약금 문제가 개선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사위크 DB

이같은 편의점의 위약금 구조는 최근 편의점주들의 경영난 문제가 부각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편의점 본사들이 점주들의 수익성 악화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우선 영업위약금에 대해선 발생하지도 않는 미래 수익에 대해 점주들이 책임지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가맹점주 단체들은 영업이익금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불신도 깊다. 편의점 본사가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세세한 항목을 공개하지 않아, 일각에선 과도하게 청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또 본사가 무분별한 출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약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지훈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 대표는 “점포 개발 담당자의 허위 과장된 매출에 속아 점포를 냈다가 피해를 본 점주들이 한 둘이 아니다”며 “그런데 본사는 개인의 일탈 행위로만 치부하며 모든 손실의 책임을 점주들에게 떠넘기기고 있는데, 본사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또 과장 정보로 피해를 본 점주들에 대해선 영업이익 위약금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테리어 시설 비용에 대해선 투명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편의점 본사는 모든 인테리어 집기를 새 제품으로 설치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러한지에 대한 점주들의 의구심이 높다”며 “보다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소장도 편의점의 위기가 본사의 무분별한 출점으로 발생한 만큼, 가맹본부들이 적극적인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에 대해선 일시적으로 폐점 위약금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보다 적극적인 상생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브랜드 점주들이 모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편의점 본사 측에 한시적으로 위약금을 전액 삭감하고 폐업할 수 있는 ‘희망폐업제’ 실시를 촉구했다. 폐점마저도 자유롭지 못한 편의점주들에게 과연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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