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회에서는 끝까지 조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다해 싸우는 의병들의 모습이 그려져 먹먹한 감동을 안겼다.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회에서는 끝까지 조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다해 싸우는 의병들의 모습이 그려져 먹먹한 감동을 안겼다.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우린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자유민으로 싸우다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 F.A. 맥켄지, ‘자유를 위한 한국의 투쟁(Korea′s fight for freedom)’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의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회에서는 끝까지 조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다해 싸우는 의병들의 모습이 그려져 먹먹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영국 외신 기자에 의해 남겨진 의병 사진 한 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미스터 션샤인’에서 영국 외신 기자 맥켄지는 의병 취재를 위해 유진 초이(이병헌 분)를 찾았다. 유진 초이와 고애신(김태리 분)은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의 슬픈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자며 의병들을 설득, 맥켄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의병은 “우리 의병들은 말할 수 없이 용감하지만 무기가 별로 없소”라며 “총포는 낡아서 불발이 많고 총알도 거의 다 떨어졌소”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알고 있소. 이렇게 싸우다 결국 죽겠지. 허나 일본의 노예가 돼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소”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는 실제 인터뷰 내용인 것으로 전해져 더 큰 감동을 안겼다. 영국 런던 데일리 메일 종군기자 F.A.맥켄지가 1920년 발간한 ‘자유를 위한 한국의 투쟁(Korea′s fight for freedom)’에 따르면, 그가 종군 기자로 구한말 조선에 머물렀을 당시 한 의병에게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라고 묻자 전한 대답과 일치한다.

영국 기자 맥켄지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실제 의병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영국 기자 맥켄지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실제 의병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또 극중 등장한 의병 사진 또한 실제 맥켄지 기자가 1908년 발간한 그의 저서 ‘대한제국의 비극(The tragedy of Korea)’에 실려 있는 의병 사진과  매우 흡사해 눈길을 끌었다. 흑백 처리된 사진 속 의상과 포즈 인물들의 배치까지 똑같이 재현해 뭉클한 감동을 더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방송 초반 역사 왜곡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일본 식민의 원인을 조선인들의 이기심과 욕심, 무능함으로 돌렸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구동매(유연석 분)의 흑룡회 한성지부장이라는 설정이 가장 문제가 됐다. 흑룡회는 식민지화에 앞장서고 명성황후 시해의 주범인 일본 조직이다. 이러한 가운데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구동매의 사연이 부각되면서 그의 친일 행각이 미화될 소지가 다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논란이 일자 ‘미스터 션샤인’ 측은 구동매를 실존 단체인 흑룡회가 아닌 가상의 단체 무신회로 수정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의병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이러한 논란은 점차 사라졌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00년대 구한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병들의 삶과 운명을 통해 역사를 되새겨보게 만들었다. 극악무도한 일본의 조선을 향한 만행이 거세져가는 가운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이름 없는 의병들의 발자취를 담아내면서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잊고 있었던, 기억하지 못했던 뜨거운 조국애와 독립에 대한 열망, 소중한 내 나라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논란을 애국심으로 바꿔버린 ‘미스터 션샤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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