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더욱 빛나게 만든 건 배우들의 ‘명품 열연’이다. 이병헌(위)과 김태리.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미스터 션샤인’ 더욱 빛나게 만든 건 배우들의 ‘명품 열연’이다. 이병헌(위)과 김태리.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기 구멍이 없다. 주연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조연배우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깜짝 등장한 카메오까지 제 몫, 그 이상을 해냈다. ‘미스터 션샤인’을 더욱 빛나게 만든 건 배우들의 ‘명품 열연’이다.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연배우 이병헌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구한말 격변의 조선을 온몸으로 겪는 유진 초이 역을 맡아 대체 불가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노비로 태어나 처참한 삶을 살다 미국으로 건너가 군인이 된, 처절한 운명의 유진 초이로 완전히 분한 그는 깊은 눈빛과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 묵직한 감정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일본어 연기도 감탄을 자아냈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귀여운 매력은 덤이었다.

방송 전까지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연기력은 입증됐지만, 여주인공을 맡은 김태리(고애신 역)와의 20살이라는 나이차가 문제였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애신을 바라보는 유진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아팠고, 키스신 한 번 없이도 감정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달되며 몰입도를 높였다. 오로지 연기력만으로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모두 불식시킨 ‘연기신’ 이병헌이다.

김태리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미스터 션샤인’으로 브라운관에 처음으로 도전한 그는 조선 최고 명문가 애기씨 고애신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김태리는 정확한 발성과 발음, 기품 있는 말투로 사대부 영애의 우아한 매력을 완벽히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총을 겨누고 지붕을 넘나드는 등 거침없는 액션도 선보이며 의병으로서도 활약,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가슴을 울리는 절절한 감정연기도 시청자들의 코끝을 시리게 만들었다. 탄탄한 연기력과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애신을 더욱 빛나게 만든 김태리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열연을 펼친 김민정(위 왼쪽)과 유연석, 변요한.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미스터 션샤인’에서 열연을 펼친 김민정(위 왼쪽)과 유연석, 변요한.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유연석과 변요한은 이병헌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 시청자들의 ‘서브병’을 유발했다. 먼저 백정의 아들이자 일본 무신회 한성지부장 구동매로 분한 유연석은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처연한 눈빛 연기로 동매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또 닿을 수 없는 사람, 애신을 향한 안타까운 순애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애신을 떠올리는 동매의 모습은 강렬하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변요한은 구한말 지식인 김희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유쾌한 매력을 발산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는 아픔을 지닌 희성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특히 극 초반에는 정혼자 애신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가슴 절절한 외사랑으로 설렘을 선사하더니, 극 후반에는 모든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국문으로 된 신문을 발행하는 이름 없는 신문사를 설립한 뒤 적극적으로 의병 활동을 돕는 과정을 심도 있게 표현해 감동을 안겼다.

당초 쿠도 히나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김사랑이 하차하면서 뒤늦게 합류한 김민정은 ‘미스터 션샤인’의 ‘신의 한 수’로 꼽힐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호텔 글로리 사장이자 슬픈 사연을 소유하고 있는 젊은 미망인 쿠도 히나(이양화)로 분한 김민정은 도도하면서 당차지만, 아픈 상처를 간직한 쿠도 히나를 만나 연기 내공을 폭발시켰다. 제국익문사 요원으로서의 활약도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했다. 김민정이 아닌 쿠도 히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한 김민정은 31년 차 베테랑 배우의 진면목을 제대로 증명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연과 단역들의 열연도 ‘미스터 션샤인’을 빈틈없이 채웠다. 티격태격 ‘케미’로 웃음을 담당한 김병철(일식이 역)과 배정남(춘식이 역), 묵직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은 최무성(장승구 역)과 김갑수(황은산 역), 애신의 곁을 든든히 지킨 함안댁 이정은과 행랑아범 신정근, 항상 유진 초이의 편에 섰던 조우진(임관수 역)과 데이비드 맥기니스(카일 무어 역) 등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극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호재(고사홍 역)과 강신일(정문 역), 이승준(고종 역)은 조선을 향한 먹먹한 조국애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고, 악역을 맡은 김의성(이완익 역)과 김남희(모리 타카시 역), 이정현(츠다 역) 등은 유창한 일본어 연기와 국적을 헷갈리게 하는 완벽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진구(고상완 역), 김지원(김희진 역), 박정민(안창호 역), 김민재(도미 역) 등 깜짝 카메오의 등장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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