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밖에서 만난 ‘사람’ 배성우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 NEW제공
스크린 밖에서 만난 ‘사람’ 배성우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 NEW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적당한 농담과 장난으로 분위기를 이끌면서도 신중함과 진중함을 잃지 않았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진정성 있는 대답으로 신뢰를 더했다. 수다 좀 떨 줄 아는 남자 배성우. 스크린 밖에서 만난 ‘사람’ 배성우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배성우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뒤늦게 빛을 본 스타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한 그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 내공을 쌓은 뒤 스크린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영화 ‘미쓰 홍당무’(2008),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의뢰인’(2011), ‘남자사용설명서’(2013), ‘베테랑’(2014), ‘더 폰’(2015), ‘내부자들’(2015)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굵직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단역, 조연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제 충무로를 대표하는 ‘대세 배우’가 됐다. 오랜 시간 갈고닦은 만큼 배성우가 쌓아올린 토산(土山)은 그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크고 단단해졌다.

단단한 배우 배성우가 다시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을 통해서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깊게 조명하지 않았던 고구려 시대를 담아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신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포문을 여는 주필산 전투와 2번의 공성전,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토산 전투 등 역사상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전쟁 장면들을 실감 나게 연출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배성우는 ‘안시성’에서 안시성의 듬직한 부관 추수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 NEW 제공
배성우는 ‘안시성’에서 안시성의 듬직한 부관 추수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 NEW 제공

배성우는 ‘안시성’에서 안시성의 듬직한 부관 추수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 분)을 보호하고 든든히 곁을 지키는 인물이다. 배성우도 추수지처럼 영화 ‘안시성’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젊은 배우들이 활약하는 ‘안시성’에서 배성우는 탄탄한 연기 내공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극의 무게를 더한다.

스크린 밖에서 만난 배성우는 카리스마보다는 편안하고, 강렬함보다는 귀여운 매력의 소유자였다. 영화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원래는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는 믿기 힘든 고백을 털어놓더니 ‘안시성’에서 말을 타는 장면이 없어서 다행이었다는 약한 모습을 보이며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스크린을 통해 ‘안시성’ 추수지를 만난 소감은.
“참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분장이었다. 되게 멋있었다. 처음 테스트했을 때부터 ‘관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염이나 얼굴을 굉장히 거칠게 했고, 기미도 하나하나 다 표현해주셨다. 가발도 인모반, 야크털반이었다. 너무 따가워서 나중에 물어보니까 야크털이라고 하더라. 밖에서 싸우고 거칠게 살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트리트먼트한 사람처럼 보이면 안되니까.(웃음)”

-발성의 끝판을 본 것 같았다. 어떤 점에 신경을 썼나.
“작품마다 새로운 발성을 보이려고 고민하지는 않는다. 진짜 내가 이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려고 하는 편인데, ‘안시성’에서는 굉장히 넓은 곳에서 사람들이 들리도록 얘기를 해야 했다. 다행히 목소리가 큰 편이다. 아주 시끄러운 술집에서 주문하는 거 진짜 잘한다.”

-추수지가 양만춘 곁을 든든히 지키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나.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추수지라는 캐릭터가 특별한 느낌이 있지 않았다. 선택할 때 고민했던 부분이다. 선택한 이상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을 할까 고민했다. 설득력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안시성’에 등장하는 전사들 중 가장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내공이나 지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전투 때는 계산을 하고 끊임없이 생각을 하면서 싸워야 하니 일상에서는 조금 더 풀어지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성우가 ‘안시성’에서 날렵한 액션을 펼친 소감을 전했다. / NEW 제공
배성우가 ‘안시성’에서 날렵한 액션을 펼친 소감을 전했다. / NEW 제공

-아주 날렵한 액션을 선보였다. 연습을 많이 했나.
“두세 달 가까이 준비를 했다. 창은 처음 다뤄봤다. 액션 하는 분이 창이 칼보다는 훨씬 더 많이 준비해야 하고 창을 잘하려면 오랫동안 만져야 한다고 하시더라. 가르쳤던 분들이 워낙 잘하니까 비슷한 자세를 내고 싶어서 많이 따라 하긴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많이 창피하고 부족하다. 그런데 고가의 장비를 사용해서 멋지게 잡아주고, 슬로우도 많이 넣어줘서 느낌 있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

-다른 무기를 다뤄보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없었다. 창만 있어서 좋았다. 왜냐하면 갑옷들이 다 다른데 내 갑옷이 제일 무거웠다. 다른 사람들은 칼 차고, 활 차고 그래서 무게가 더 무거워졌는데 내 갑옷에 활이나 칼을 찼으면 정말 무거울 것 같다. 창만 들고 있는 게 좋았다. 다른 영화나 만화를 봐도 창술이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기회에 배울 수 있어서 재밌게 연습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말을 안 타서 다행이었다. 정말 좋았다. 말 진짜 무섭다. 연습은 했는데 사실 잘 못탄다. 말이 말을 안 듣는다. 말이 말을 많이 탄 사람들 말을 잘 듣는데, 잘 안 타본 사람이 타면 말을 잘 안 듣는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는데, 얘(말)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잘 탄다고 해도 약간의 위험을 갖고 가야 한다.”
 
-영화에서 사극은 ‘상의원’(2014) 이후로 처음이었다. 사극을 많이 안 했는데 많이 해온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드라마로 사극을 몇 번 했었다. ‘한성별곡’(2007)이 드라마 데뷔였다. 그때는 조선시대 배경이라서 상투도 틀고 수염을 붙였다. (내 모습이) 괜찮아 보이는 거다. 동생(아나운서 배성재)도 그걸 보고 ‘앞으로 사극을 많이 해’라고 하더라. 내가 얼굴을 가릴수록 잘생겼다. 선글라스에 마스크 쓰면 완전 꽃미남이다.”

-tvN ‘라이브’ 방송 당시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멋지게 써주고 잘 잡아주셔서 그렇다. ‘라이브’는 나도 약간 놀랐다. 대본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노희경 작가님 때문이었다. 작가님의 작품을 다 보지는 못했는데 충격적으로 잘 본 작품들이 있다. 치매 걸린 엄마가 빨간 약 바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바른다’고 했던 드라마(2004년 방송된 KBS 2TV ‘꽃보다 아름다워’). 우연히 그 장면을 봤는데 서사를 잘 모르는데도 펑펑 울었다. 정서만으로도 전율이 나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런 느낌이 드라마에서 들었다.

시청자로서 놀란 부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써주신다고 하니 너무 감사했다. 굉장히 큰 역할이고 잘 해주셔야 한다고 하셔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는데 이름이 오양촌이라는 거다. 웃기고 이상한 애로 나오나 보다 했다. 그런데 대본을 보니 너무 멋있는 거다. 큰일 났다 싶었다. 제대로 표현 못했다가는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 너무 즐겁게 연기하는 재미를 많이 느끼면서 했던 것 같다.”

-노희경 작가가 조인성과의 공통분모다. (조인성은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에 출연했다.)
“사실 (조)인성이가 소개해준 거다. ‘더 킹’ 시사회 때 (조인성이) 노희경 작가님을 초대해서 영화를 보셨는데, 잘 봐주신 것 같다. 인성이가 작가님한테 ‘성우 형 어떠냐’고 말을 했다더라. 물론 (노희경 작가) 본인이 누구 얘기를 듣고 결정하는 분은 아니니 생각을 하다가 만들어보실 수 있다고 하셔서 하게 됐다. 감사하다.”

수다 좀 떨 줄 아는 남자 배성우. / NEW 제공
수다 좀 떨 줄 아는 남자 배성우. / NEW 제공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평소 어머니와도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대화에 능숙한 것 같다.
“집에서도 많이 하고 친한 동료들과도 대화를 많이 한다.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술을 못하는 사람들이랑은 커피 마시면서 얘기하고, 술 먹는 사람이랑은 술 마시면서 얘기한다. 배우들은 대부분 수다쟁이일 수밖에 없다. 작품 얘기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공동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으면 불편해질 수 있다.”

-뒤늦게 빛을 발한 케이스라 동생 배성재가 가장 역할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이제는 집에서 입지가 단단해졌을 것 같다.
“물론 이제는 내가 많이 부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집 분위기가 권위주의 같은 걸 싫어하고 금기시한다. 동생한테 심부름도 못 시켰다. 엄마는 나한테 심부름을 시키면서 나는 동생한테 못 시키게 하는 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웃음) 형, 동생이라고 해서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동등하다고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누가 생활비를 더 많이 낸다고 해서 고기반찬이 더 많이 가고 이런 경우는 없다. 지금도 똑같다.”

-배성우를 지금의 배우 배성우로 성장시켜준 인상 깊은 조언이 있나. 
“조언이라기보다 ‘더 킹’ 촬영 때 한재림 감독이 상업적인 측면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영화적 의미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흥행 욕심이 없을 수 없고 걱정도 많았을 텐데 아무리 재미있어도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는 건 하지 않더라. 정확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의미가 없는 재미를 줬을 때는 허탈함을 느낀다. ‘이걸 왜 봤지?’라는 의문도 든다. 의미와 재미가 결합됐을 때 정말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 재미를 오롯이 다 느낄 수 있고 오래갈 수 있다. 어차피 나도 상업영화를 주로 찍고 있고 드라마도 굉장히 상업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노력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조금은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의미를 관객들도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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