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가 베일을 벗었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전양준 집행위원장·윤재호 감독·이유준·이나영·장동윤·오광록·서현우 /부산국제영화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가 베일을 벗었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전양준 집행위원장·윤재호 감독·이유준·이나영·장동윤·오광록·서현우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행복했던 시절이 존재하긴 했을까. 생존을 위해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은 고통과 희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고통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 진짜 ‘뷰티풀 데이즈’가 시작된다.

4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윤재호 감독, 배우 이나영·장동윤·오광록·이유준·서현우 등이 참석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윤재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자, 배우 이나영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이나영 분)와 14년 만에 그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젠첸(장동윤 분),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그의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윤재호 감독은 ‘뷰티풀 데이즈’에 대해 “오랫동안 헤어져있던 아들과 엄마가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며 “가족에 대한 의미와 이별에 대한 의미, 다시 재회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의 재회를 담담하게 그려내며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윤재호 감독은 “다시 대화하기 위해서는 과거가 어떻든 다시 만나야 한다”라며 “대화를 이루는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라는 단어처럼 영화의 엔딩도 남과 북이 이제 시작되는 것처럼 긍정적으로 표현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 제목은 ‘엄마’였다”라며 “영화를 만들면서 ‘뷰티풀 데이즈’라는 제목이 더 좋았다.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은 우울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런 날이 정말 올까’라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 희망을 표현하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느낌이 좋았다. 우울한 면과 긍정적인 면을 동시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나영이 ‘뷰티풀 데이즈’로 6년 만에 스크린 복귀에 나섰다. 영화에서 그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부산국제영화제
배우 이나영이 ‘뷰티풀 데이즈’로 6년 만에 스크린 복귀에 나섰다. 영화에서 그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부산국제영화제

2012년 영화 ‘하울링’(감독 유하) 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이나영이 돈에 팔려 조선족 남편(오광록 분)과 결혼했던 탈북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엄청난 고통의 기억을 품었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삶의 여정을 지속하는 인물이다.

이나영은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갖게 된 것에 대해 “공백기라면 공백기지만 항상 영화와 연기를 생각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또 어떤 이야기로 관객들과 자신 있게 만나면 좋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느라 본의 아니게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라며 “그런 와중에 ‘뷰티풀 데이즈’ 같은 마음에 쏙 드는 대본을 보게 돼서 선뜻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나영은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한층 깊어진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간이자 여성으로 완전히 분해 깊은 감정 연기를 펼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실제 엄마가 된 이나영이 데뷔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절절한 모성애 연기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나영은 엄마가 된 후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다 공감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는 상상만으로 했던 감정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이 워낙 좋았다”면서 “나이대별로 겪어야 하는 상황들이 워낙 잘 표현돼있어서 감정들이 누적돼서 표현하기에 더 수월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재호 감독은 이나영에게서 ‘특별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그는 “엄마이면서도 젊은 여인이고, 뭔가 다른 느낌의 엄마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이나영에게 내가 찾고 있던 엄마의 느낌이 났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이나영이) 흔쾌히 출연 결심을 해줬다”고 전했다.

또 “같이 촬영하면서 이나영은 언어로 표현되면서도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을 잘 소화해줬다”면서 “표정과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들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짧은 시간 안에 집중을 잘 해줬다. 같이 영화를 하면서 정말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뷰티풀 데이즈’는 탈북 여성이 생존을 위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담아내지만, 고난과 희생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이제 막 시작될 ‘뷰티풀 데이즈’를 향한 희망을 품게 한다. 따뜻한 가족애로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문을 연 ‘뷰티풀 데이즈’는 오는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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