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디지털 성범죄를 향한 2차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조롱, 성희롱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아서다. 사이버 윤리교육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2차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피해자를 향한 조롱, 성희롱 등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사이버 윤리교육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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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여자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그의 전 남자친구가 해당 영상을 이용해 상대를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서다. 문제는 이후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다. 피해자를 향한 조롱과 성희롱 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난으로, 또는 재미삼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뤄지고 있는 이런 행위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그리고 더 큰 충격과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인터넷 윤리교육’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많다.

◇ 촬영 동의해도 동의 없는 유포·유포협박은 ‘범죄’

4일 연예인 구하라 씨의 성관계 동영상 여부가 언론을 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그의 전 남자친구 A씨가 영상을 빌미삼아 구씨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벤지포르노 범죄자의 강력 처벌을 원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하루만에 14만건의 동의를 받았다.

이와 같은 유포협박은 형법 제30장 협박의 죄에 해당하는 디지털 성범죄다. 상대방이 영상 촬영에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도 범죄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촬영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성적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한 행위는 처벌 가능하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향한 언어폭력… ‘재미·장난’ 이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사이버 폭력에 해당한다. / 온라인 커뮤니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사이버 폭력에 해당한다. /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는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가 드러나자 일각에서 유포협박을 당한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성희롱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이 모든 행위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로, ‘사이버폭력’에 해당한다.

사이버폭력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2월 발표한 ‘2017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률은 17.1%, 피해 경험률은 19% 수준이다. 인터넷 이용자 5명 중 1명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셈이다. 유형별로는 △사이버 언어폭력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사이버 성폭력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채팅이나 메신저를 통해 특정인에 대한 언어폭력을 행하고 있다. 방통위가 학생과 성인 등을 종합해 조사한 결과 사이버폭력 가해 수단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채팅·메신저(43.7%)로 집계됐다. △SNS(37.4%) △온라인게임(25.7%) △커뮤니티(21.2%) 등도 높게 나타났다.

이유는 ‘장난’이었다. 가해 이유에 대해 ‘재미나 장난’ 혹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라고 응답한 비율(41.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 성폭력’의 경우 언어폭력, 갈취 등 타 유형 대비 ‘재미나 장난’ 혹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라고 응답한 비율(47.8%)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사이버 윤리교육, 선택 아닌 ‘필수’ 돼야

결국 이 모든 상황은 사이버 윤리 의식의 부재와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근거인 셈이다. 사이버 윤리교육이 초·중·고 필수 교육 과정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방통위가 ‘사이버폭력 대응에 관한 교육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교육이 가장 필요한 대상은 학부모와 교사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에 대한 교육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등 저학년부터 사이버 윤리교육을 필수로 지정하고, 실효성 높은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윤리교육의 필요성은 지속 언급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변혜정 원장 역시 우리사회의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윤리교육’을 꼽았다. 디지털 시민의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초등생부터 단계적인 윤리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 원장은 “디지털 성범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디지털 시민의식이 포함된 인권 문제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단발성 교육은 의미가 없다. 확실한 체계가 잡혀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실제 방통위는 오는 2022년까지 국민 약 100만명에 인터넷 윤리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내년도 목표 중 하나 역시 ‘사이버폭력 예방 등 건전한 사이버 윤리문화 조성’으로, 연간 약 4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류혜진 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디지털에서의 윤리의식은 기존 윤리의식과는 별개”라며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 탓이다.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는 양방향 소통이 아닌 모니터를 통한 일방적인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행해지는 언어폭력 등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사이버 윤리교육’이 필요하다”며 “기존 소통 방식과는 다르게 작동되는 인터넷 특성에 맞는 윤리교육을 의미한다. 특히, 청소년의 사이버 윤리교육은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맥락에 따라 구성되고, 사회 구조와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구성된다. 피해자를 향한 배려와 존중이 갖춰져야 할 때”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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