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에서 2일 군인들이 지진 및 쓰나미로 사망한 시신들을 집단매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P/뉴시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에서 2일 군인들이 지진 및 쓰나미로 사망한 시신들을 집단매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시신이 속속 수습되면서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6일 현재 1,649명에 달한다. 지난 1일 발표한 사망자는 832명. 불과 5일만에 사망자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문제는 시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를 제대로 수습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점이다. 현재 구조인력이 태부족인 상황으로, 거리 곳곳에 시신이 그대로 방치돼있을 정도로 구조 당국이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알려진다.

급기야 인도네시아 당국은 사망자들의 신원확인을 포기하고 시신을 바로 매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디언 4일(현지시각)자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은 들것에 실리고 장례 절차 없이 시신 집단 매장 작업이 진행됐다.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신원확인 작업을 포기하고 시신을 바로 매장하고 있는 것.

가디언에 따르면 현지 감식팀은 72명으로, 그동안 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치아구조 및 문신과 상처 등 특이점 등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자 지난 4일부터 신원 확인용 작업을 중단하고 모든 시신을 바로 매장하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이는 인력과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사망자 보다는 생존자들을 구조하고 지원하는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시신들은 팔루 시 인근 파보야에 마련한 합동 매장지에 보내져 매장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전염병 등 2차 피해를 막고, 사망하면 매장을 빨리 시작하는 이슬람의 종교적 특성에 따라 집단 매장을 시작했다”는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의 입장도 덧붙였다.

나아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지진·쓰나미 피해 일부 지역을 ‘집단 무덤’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인도네시아 정부가 고민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위란토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전날 “발라로아와 페토보 등 2개 지역을 집단무덤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술라웨시섬의 주도 팔루 외곽 지역인 발라로아와 페토보 2개 지역은 지하수가 올라와 지표면 주변이 물러지는 ‘지반 액상화’ 현상이 발생한 곳이다. 마을 전체가 진흙에 파묻혔거나, 상당 구역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인도네시아 구조당국은 “발라로아에서만 1,000채 이상의 주택이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1,000명 이상이 땅에 묻혔을 수 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위란토 장관은 이와 관련해 “물러진 지반 때문에 중장비를 동원할 수 없어 구조가 사실상 어렵다”며 “수색을 중단하는 방안을 현지 당국 및 실종자 유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실제 피해 집계가 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앞으로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후 열흘 가까이 지나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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