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쓰백’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미쓰백’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때로는 불편하고 들여다보기 힘든 진실이지만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의 현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을 통해서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상아와 지은을 안아주고 싶었다”는 배우 한지민의 말처럼 ‘미쓰백’이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매 순간 날 배신하는 게 인생이야.”

스스로를 지키려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돼 외롭게 살아가던 백상아(한지민 분).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던 어느 날 나이에 비해 작고 깡마른 몸, 홑겹 옷을 입은 채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아이 지은(김시아 분)을 만나게 된다.

왠지 자신과 닮은 듯한 아이 지은을 외면할 수 없는 상아는 지은을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하는데…. “이런 나라도, 같이 갈래?”

▲ 아프지만, 현실 ‘UP’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백상아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 지은을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아동 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 ‘미쓰백’은 몇 년 전 옆집에 살고 있던 아이에게 손길을 내밀지 못했던 이지원 감독의 죄책감으로 시작됐다. 이 감독은 ‘미쓰백’을 통해 때로는 불편하고 보기 힘든 진실이지만,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날선 시선으로 짚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추운 겨울 얇은 옷 하나만 걸친 채 길거리에서 떨고 있는 아이, 깡마른 몸에 온몸에는 멍투성이다. 그러나 그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없다. 경찰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공포의 대상이 돼버린 부모가 있고, 끔찍한 기억만 가득한 ‘집’으로 돌려보내기 때문. 아이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계모, 이를 방치하는 친부 그리고 사회적 불합리한 시스템과 사람들의 무관심 등 영화가 그리는 현실은 아이들이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우리 사회와 꼭 닮아있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미쓰백’에서 백상아로 분한 한지민(왼쪽)과 지은 역을 연기한 김시아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미쓰백’에서 백상아로 분한 한지민(왼쪽)과 지은 역을 연기한 김시아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미쓰백’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분노를 유발함과 동시에 악을 응징하는 백상아와 정의로운 형사 창섭 등을 통해 카타르시스 선사한다.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에만 끝나는 것이 아닌 직접 악에 맞서고 응징하는 모습으로 통쾌함을 안긴다.  모성애보다 우정과 연대에 집중한 점도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이다. ‘어른’ 백상아가 ‘아이’ 지은을 일방적으로 지켜내고 구해내는 것이 아닌,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서로가 서로의 구원인 셈이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한지민은 험난한 세상에 상처받았지만 강인함을 간직한 백상아로 분해 전혀 다른 얼굴을 선보인다. 과감한 외적 변신뿐 아니라 거침없는 말투와 흡연 등 척박하게 살아온 상아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도 눈길을 끈다. 영화 후반부 슬픔을 토해내듯 오열하는 장면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지은 역에 캐스팅된 아역배우 김시아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계산되지 않은 표정과 우수에 찬 눈빛으로 학대받는 아이 지은을 완벽히 소화, 극의 몰입을 높인다. 이희준은 백상아 곁을 지키는 형사 장섭으로 분해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장섭의 누나 후남 역을 맡은 김선영은 툴툴대면서도 따뜻한 인물을 소화하며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지은의 세상을 앗아간 여자 주미경과 지은이 없어지길 바라는 친부 김일곤 역을 맡은 권소현과 백수장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함께 호흡을 맞춘 한지민이 “대본에도 없던 욕이 나왔을 정도”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두 배우는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러닝타임 내내 극한의 분노를 유발한다.

‘미쓰백’에서 열연을 펼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희준 김선영 권소현 백수장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미쓰백’에서 열연을 펼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희준 김선영 권소현 백수장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 ‘폭력’에 대한 다른 해석 ‘DOWN’

‘미쓰백’에서 등장하는 아동학대 사례는 두 가지다. 친부와 계모 사이에서 방치되고 학대받는 지은의 이야기와 우울증을 앓고 있던 친모 정명숙(장영남 분)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시절 상아의 모습. 그러나 영화는 두 개의 폭력을 다른 시선으로 담아내 불편함을 준다. 지은 학대 가해자인 친부와 계모의 모습은 절대 악에 가깝게 묘사하는 반면, 술에 취해 상아에게 폭력을 가하고 방치했던 명숙의 폭력에는 사연을 부여함으로써 감정에 호소한다. 이는 자칫 폭력에 대한 미화로 비칠 수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 총평

영화 속 등장하는 두 가지 ‘폭력’에 대한 다른 접근이 아쉬움을 준다. 한 사건에 과도한 사연을 부여함으로써 폭력을 미화시킨 점이 아쉽다.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가 주는 답답함도 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불편함이 남지 않는 이유는 자극적인 묘사로 또 다른 폭력을 가하지 않기 위한 이지원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과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따뜻한 결말 때문인 듯하다.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한지민의 연기 변신은 도전 그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오는 11일 개봉. 러닝타임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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