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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팩트
[이슈&팩트 (51)] 가짜뉴스,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일까
2018. 10. 12 by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정부여당이 이른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이 아니라며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정부여당이 이른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이 아니라며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움직임에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보수야권은 유투브를 중심으로 활성화된 보수언론을 탄압하려는 목적으로 의심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허위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 아니다”고 맞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허위조작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허위의 표시’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 이는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에서 확립된 헌법재판소의 태도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①항 위헌소원에서 헌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라고 법 규정의 성격을 판단했다. 그러면서 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이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는 이유에서 위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 ‘허위사실 표현’도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

‘허위사실의 표현’이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에 속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재판관들 사이 이견이 없었다. 보충의견을 낸 5명의 헌법재판관은 “‘허위사실의 표현’도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는 해당한다”고 했고, 반대의견을 낸 두 명의 재판관 역시 “허위사실의 표현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봤다.

물론 ‘허위사실’이 표현의 자유영역에 속한다고 해서 무한대로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①항에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제한을 뒀다. 형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나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등이 법률로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구체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개인’ 간의 분쟁은 현행 법률로도 어느 정도 규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B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B는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피해자가 생존인물이 아닐 경우에도 ‘사자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①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로 허위 통신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위헌

표현이 어떤 내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애당초 배제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허위사실의 표현’도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는 해당하되, 다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중략...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통신에 적용하는 것은, ‘공익’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문제는 피해자가 국가 혹은 국가기관일 경우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뉴스’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 혹은 북한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가 여야 정치권 핵심 쟁점이다. 일단 국가가 피해자가 돼 개개 사안별로 법적 다툼은 할 수 없지만, 헌법 37조②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공익’ ‘공공복리’를 이유로 내세워 ‘허위사실 표현’을 규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익’ ‘공공복리’의 개념이 모호해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네르바 사건에서 문제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①항이 위헌판결을 받은 것도 ‘공익’이라는 문구가 불명확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어떤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라며 “다원적이고 가치상대적인 사회구조 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상황이 문제됐을 때 문제되는 공익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었다.

◇ ‘객관적 허위’는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 아냐

다만 법률가들은 ‘허위사실 표현’에 대해 객관적 허위와 주관적 허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말하는 주관적 허위와 달리 객관적으로 검증이 된 사실과 배치되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애당초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객관적 허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하거나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객관적 허위’를 처벌한 해외 선례도 있다. 이른바 ‘아우슈비츠 거짓말’이다. 2차 대전 후 독일 극우진영 일각에서는 ‘나치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학살했다’는 것에 대해 과장됐거나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었다. 독일 당국은 이를 ‘객관적 허위’의 공표라고 보고 관련법 제정을 통한 형사처벌에 나섰었다. 국내에서도 ‘5·18광주민주화항쟁 북한 사주설’ 등에 대해 ‘아우슈비츠 거짓말’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주관적 허위는 몰라도 이미 객관적으로 검증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배치되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며 “독일 사회에서도 (객관적 허위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보장하지 않는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아우슈비츠 거짓말 사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