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많은 사건과 논란이 있었던 2018 KBO 정규리그가 이번 주말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아시안게임 이후 잠시 주춤해진 야구열기는 가을야구를 통해 다시금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시사위크>는 올 시즌 정규리그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가을야구에 밀려 잊히기 전에 2018년 정규리그를 돌아본다.

메이저리그 유턴파를 제외하고, 가장 몸값이 비싼 FA였던 손아섭은 그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뉴시스
메이저리그 유턴파를 제외하고 가장 몸값이 비싼 FA계약을 맺었던 손아섭은 그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뜨거웠던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쩐의 전쟁’이 시작된다. FA자격을 취득한 선수들과 전력보강을 노리는 팀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분주히 움직이곤 한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어급’ FA선수들이 즐비했고, 메이저리그 유턴파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흥미롭게 돌아갔다. 물론 최근 추세에 따라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FA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사인 앤 트레이드라는 독특한 방식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계약을 체결했던 선수들은 과연 어떤 활약을 보였을까. 앞 편에서 다룬 메이저리그 유턴파를 제외한 FA선수들의 올 시즌 활약상과 ‘가성비’를 짚어보자.

먼저 가장 많은 돈을 쓴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 자이언츠는 문규현을 2+1년 총액 10억원에, 손아섭을 4년 총액 98억원에 지켰고, 민병헌을 4년 총액 80억원으로 데려왔다. 이어 1+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한 채태인을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영입했다.

손아섭은 명불허전이었다. 현재까지 타율 0.332에 181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팀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26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까지 장착한 점도 인상적이다. 민병헌도 현재까지 타율 0.317에 17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수치상으로는 준수한 시즌을 보냈다. 다만 부상에 따른 공백과 시즌 중후반 다소 부진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규현 역시 현재까지 타율 0.275에 6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대체로 기대에 부응했다. 채태인은 가성비가 훌륭한 선택이었다. 공수에 걸쳐 기대했던 것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팀에 공헌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적극적인 FA시장 행보에도 불구하고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다.

선수단 면면이 예전만 못한 삼성 라이온즈는 롯데 자이언츠의 상징과도 같은 강민호를 깜짝 영입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계약규모는 4년 총액 80억원이었다.

현재까지 0.269의 타율과 22개의 홈런을 기록한 강민호의 공격지표는 만족스럽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베테랑 강민호의 존재는 신예투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베테랑 포수의 가치와 리빌딩 과정인 삼성 라이온즈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강민호 영입은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백전노장 권오준과도 2년 총액 6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만 20년째 입고 있는 진정한 푸른 피의 사나이 권오준이다.

권오준은 3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올 시즌 요소요소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현재까지 47경기에 출전해 3.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팀성적이 아쉬울 팬들에게 권오준의 활약은 위안이자 감동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강민호 영입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뉴시스
삼성 라이온즈의 강민호 영입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뉴시스

올 시즌 예상을 뒤집고 11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도 FA 계약이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한화 이글스는 박정진과 2년 총액 7억5,000만원, 정근우와 2+1년 총액 35억원, 안영명과 2년 총액 12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기존 전력만 지켜낸 바 있다.

현역 최고령투수로 투혼의 상징인 박정진은 아쉽게도 올 시즌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최근 수년간 쌓인 피로의 여파로 보인다. 한화 이글스의 정신력을 상징하는 박정진이 빠진 가운데 팀이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비록 마운드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지만, 그동안 박정진의 헌신을 생각하면 그와의 FA계약은 결코 아깝지 않다. 반드시 다시 마운드에 설 박정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화 이글스와 두 번째 FA계약을 맺은 정근우는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듯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자칫 ‘FA 먹튀’의 오명을 쓸 수 있는 행보였다. 하지만 정근우는 한화 이글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포지션을 소화해내며 어떤 식으로든 팀에 기여했다. 한화 이글스의 가을야구 진출 뒤엔 정근우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안영명은 불펜의 한 축으로 활약하며 모처럼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2003년 1차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그이기에 이번 가을야구 진출은 더욱 의미가 깊을 듯하다.

반면, 올 시즌 예상 밖 부진을 보인 NC 다이노스는 FA계약 선수들의 활약 또한 아쉬웠다. 손시헌과 2년 총액 15억원, 이종욱과 1년 총액 5억원, 지석훈과 2년 총액 6억원에 계약했고, ‘FA 미아’로 전락했던 최준석을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네 선수 모두 부상과 부진 등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결국 NC 다이노스는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꼴찌경쟁을 하는 처절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SK 와이번스와 4년 총액 29억원에 계약했던 정의윤은 부진과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까지 73경기에 출전해 0.272의 타율과 11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시즌 막판 살아났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FA계약 첫해치고 활약이 미미했다.

기아 타이거즈와 2+1년 총액 27억원에 사인했던 김주찬은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펼쳤다. 현재까지 120경기에 출전해 0.339의 타율과 18홈런을 기록하며 팀이 가을야구 막차를 타는데 공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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