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많은 사건과 논란이 있었던 2018 KBO 정규리그가 이번 주말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아시안게임 이후 잠시 주춤해진 야구열기는 가을야구를 통해 다시금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시사위크>는 올 시즌 정규리그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가을야구에 밀려 잊히기 전에 2018년 정규리그를 돌아본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그 어느 시즌보다 많은 사건과 논란을 남겼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그 어느 시즌보다 많은 사건과 논란을 남겼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프로야구가 국내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프로스포츠라는데 이견을 달 수 있을까. 그만큼 프로야구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이는 압도적인 관중 숫자와 중계방송 시청률로 확인된다.

하지만 올 시즌 KBO리그는 팬들에게 많은 실망감과 씁쓸함을 안겼다.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팬들이 느끼는 분노도 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관중 숫자는 이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전례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넥센 히어로즈를 이끌며 강팀 반열에 올려놓아 ‘빌리장석’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이장석 전 대표가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모기업 없이 야구단을 운영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가장 중요한 ‘기본’은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뒤이어 속속 드러난 넥센 히어로즈의 운영 실태는 장정석 감독이 사외이사로 등재돼있는 등 처참한 수준이었다.

올해로 꼭 9년째 메인스폰서로 동행을 이어오고 있는 넥센타이어는 이 같은 실태를 묵과하지 않았다. 스폰서비 지급 중단이란 강수를 두며 야구단 운영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 히어로즈는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않았고, 스폰서비 지급 중단 사태는 두 달을 넘어갔다. 결국 넥센타이어가 대승적 결단으로 지급을 재개했지만, 프로야구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핵심선수인 조상우와 박동원이 성폭행 사건에 휩싸이며 다시금 큰 충격을 안겼다. 이들은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지만 적어도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원정경기를 도중 술자리를 갖고 여성을 숙소로 불러들인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팬들은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다.

뒤이어 트레이드 뒷돈 파문까지 터졌다. 그동안 의혹만 무성했던 넥센 히어로즈의 ‘선수팔이’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 역시 프로야구의 질서와 신뢰를 크게 망가뜨리는 초유의 사건이었다.

이처럼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암적존재로 전락했다. 팬들은 넥센 히어로즈의 퇴출을 요구하며 분노했다. 분노와 실망은 관중 숫자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관중석이 텅텅 비기 일쑤였고, 실제 관중 숫자도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가을야구 진출의 기쁨도, 이정후의 맹활약도, 박병호의 홈런포도 빛이 바랄 수밖에 없었다.

넥센 히어로즈가 다소 잠잠해진 뒤에는 오지환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오지환이 선발되면서, 특정 선수에게 병역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성공했으나 후폭풍은 상당했다. 선동열 감독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가 수모를 당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아쉬운 언행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선수 본인과 선동열 감독은 억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팬들이 성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오지환은 그동안 얼마든지 야구를 계속하며 군복무를 해결할 기회와 시간이 있었다. 대다수 선수들이 그렇듯 경찰청 또는 상무에 입단하면 됐다. 그러나 오지환은 팔뚝 문신으로 경찰청 입단에 실패한 뒤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은처럼 문신을 지우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고, 상무 지원은 아예 포기했다. 정상적으로 병역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본인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이런 선수가 금메달이 유력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백업멤버로 합류했다. 확고한 주전이었다면 논란이 덜했을지 모르겠지만, 오지환은 얼마든지 다른 선수가 대체해도 이상하지 않은 백업멤버였다. 실제 대회에서는 장염 등으로 이렇다 할 활약도 보여주지 못했다.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20대 초반의 소중한 젊은 나이에 2년 안팎의 시간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다. 그에 비하면 오지환은 분명 ‘거저먹기’로 병역의무를 해결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비정상적인 운영과 오지환으로 촉발된 병역특혜 논란은 반드시 재현돼선 안 된다.

KBO는 우선 각 구단 운영을 감시 및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각종 불법·일탈 행위가 드러날 경우를 대비해 강력한 조치도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멋진 경기를 선사한다 해도, 검은 돈과 비리가 판친다면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선수들의 도덕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불법도박 등 선수들의 일탈도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랑과 돈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우상인 만큼, 그만한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병역특혜를 둘러싼 논란 역시 이번 기회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물론 병역특혜 논란이 비단 야구계에만 그치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프로야구가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이고 논란 또한 가장 거셌던 만큼 선도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표팀 선발 방식 등에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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