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아버지를 뛰어 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정후. 그의 가을야구가 시작된다. /뉴시스
레전드 아버지를 뛰어 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정후. 그의 가을야구가 시작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1993년, 프로야구엔 유독 무서운 신인이 여럿 등장했다. 그 중 하나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다. 이종범은 쟁쟁한 선배들이 많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데뷔시즌부터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80, 133안타, 16홈런, 85득점, 73도루의 대단한 기록을 남겼다.

그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것은 다름 아닌 한국시리즈였다. 신인왕 라이벌 양준혁이 속한 삼성 라이온즈와의 맞대결에서 이종범은 29타수 9안타 4타점 7도루의 맹활약을 펼쳤다. 승부처마다 나온 그의 도루는 삼성 라이온즈를 흔들었고, 7차전 승리의 출발점이 된 선제득점도 그의 발에서 나왔다. 그렇게 이종범은 데뷔시즌 한국시리즈 MVP라는 영예를 안았다. 비록 신인왕은 양준혁에게 내줬지만, 그에 못지않은 영광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흐른 2018년. 이번엔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가 포스트시즌에 첫 모습을 나타낸다.

넥센 히어로즈 소속의 이정후는 지난해 데뷔했다. 데뷔시즌 남긴 각종 기록과 임팩트는 아버지 못지않았다.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24, 179안타, 2홈런, 111득점, 12도루를 기록했다. 주요 신인기록을 싹 갈아치웠을 뿐 아니라, 아버지마저 뛰어넘는 활약이었다. 그렇게 이정후는 데뷔시즌부터 ‘이종범 아들’이란 딱지를 떼고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아버지처럼 데뷔시즌부터 가을야구에서 활약할 기회가 이정후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섰던 넥센 히어로즈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올 시즌에도 이정후의 활약은 계속됐다. 2년차에 각종 커리어하이 기록을 남긴 아버지와 닮은꼴이었다. 부상으로 잠시 공백이 있었지만, 타율 0.355를 기록하며 타율왕 경쟁에 가세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일찌감치 병역문제를 해결하는 기쁨도 누렸다.

그리고 이제 가을야구다. 거침없는 활약으로 넥센 히어로즈를 가을야구로 이끈 이정후는 데뷔 2년차에 생애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게 됐다. 16일 기아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전이 그의 가을야구 데뷔전이다.

데뷔전부터 기대감을 갖기 충분하다. 이정후는 올 시즌 기아 타이거즈와의 9경기에 출전해 43타수 17안타 타율 0.395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선발투수로 예고된 양현종을 상대로도 3타수 2안타 타율 0.667로 기억이 좋다.

다만,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시즌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넥센 히어로즈는 와일드카드전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거쳐야 한국시리즈 진출이 가능하다. 총 7승을 거둬야 비로소 한국시리즈 무대에 설 수 있다.

아버지의 그림자를 모르는 이정후. 가을야구에서 그의 행보가 계속될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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