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을 언론기사로만 접하던 시대는 갔다. 이젠 국회의원들이 직접 TV를 만들고 국민 앞에 선다. ‘폴리포터’(poliporter·politics+reporter)는 스스로 언론인이 된 정치인을 말한다. 폴리포터들은 ‘언론’이라는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신에게 열광하는 지지층만을 상대로 하는 정치는 아집에 빠지기 쉽다. 20대 국회를 강타한 폴리포터 현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폴리포터 시대를 열었던 '문재인 TV'와 '청와대 라이브'
폴리포터 시대를 열었던 '문재인 TV'와 '청와대 라이브'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치인들의 대국민 직접소통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텍스트 기반의 SNS를 이용한 문자 소통을 시작으로, 사진·영상을 활용한 홍보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활성화에 발맞춰 정치인 이름을 붙인 채널을 오픈, 스스로 뉴스 콘텐츠를 선정하고 편집해 홍보하는 ‘1인 미디어’ 형식이 주목받고 있다.

◇ ‘문재인 TV’가 바꿔놓은 정치홍보 트렌드

시초가 된 것은 지난 대선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문재인 TV’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문재인 후보의 현장유세를 방송·신문 보다 빠르게 중계했다. 단순 후보 동향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 인터뷰, 선거캠프 인사들의 무장해제된 모습, 유력 정치인의 지원유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친밀감 있게 편집함으로서 큰 호응을 얻었다. SNS를 이용한 정치홍보 형식이 ‘문재인 TV’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의 ‘19대 대선 후보자의 소셜미디어 이용 동향과 특징’을 살펴보면, 모든 후보자들이 SNS를 이용했지만 문 후보의 경우 ‘라이브 교류’가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등 동영상 부문에 강세를 보였다. 입법조사처는 “시민들과의 실시간, 대면 소통의 증가와 지속적 네트워크 활동이 중요하다”며 “소셜미디어의 기술 및 서비스적 진화를 통해 이제 매 순간 이슈별로 직접 정치인과 소통하는 정치의 일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 TV’는 ‘청와대 라이브’로 한 차례 더 진화했다. 캠프에서 ‘문재인 TV’ 등 홍보기획을 했던 핵심 인사들이 청와대로 입성해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주요 일정과 함께 ‘순방 뒷이야기’ ‘B컷’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현안에 대한 외신반응’ 등 콘텐츠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관심을 계속해서 청와대로 집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 정치인과 ‘1인 방송’의 결합 유행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라이브 동영상 교류가 타후보와 비교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라이브 동영상 교류가 타후보와 비교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은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의 경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함께 ‘경제, 알아야 바꾼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연재해 관심을 모았다. 서울시장 경선에 뛰어든 우상호 의원은 ‘우상호 TV’ 채널을 열고 인터넷 1인 방송 형식으로 친밀도 상승을 노렸다. 이밖에 전당대회 등 크고 작은 선거를 거치면서 ‘OOO TV’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시사위크>가 국회의원 299명의 유튜브 채널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80명의 국회의원이 영상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33명, 자유한국당 30명, 바른미래당 9명, 민주평화당 4명, 무소속 3명 등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아직 자신의 상임위 등 의정활동 영상을 편집하거나 방송 내용을 중계하는 수준이었지만, ‘1인 방송’ 단계로 나아가는 의원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의원실 채용공고 항목에 빠지지 않는 게 ‘SNS 관리 및 멀티미디어 능력’이다. 바야흐로 폴리포터 시대다.

홍보인력이 보다 풍부하고 전문적인 당은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 차원의 메시지 홍보부터, 소속의원의 주요 의정활동, 최고위원회 생중계, 주요 인사들의 캐릭터 부여까지 고심한 흔적이 적지 않다. ‘김성태 티브이’를 준비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사람들도 이제 뉴스를 텔레비전으로 안 보고 유튜브로 보는 시대”라며 “새로운 미디어 흐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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