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11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기아 타이거즈. 하지만 올 시즌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뉴시스
지난 시즌 11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기아 타이거즈. 하지만 올 시즌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10월 20일. 오늘은 우리나라 야구 역사에 있어 중요한 한 페이지로 남아있는 날이다.

이야기는 35년 전인 1983년 10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잠실야구장에서는 해태 타이거즈와 MBC 청룡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펼쳐졌다. 승부의 추는 해태 타이거즈 쪽으로 기울어져있었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해태 타이거즈가 내리 3승을 챙겼고, 4차전은 연장혈투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던 해태 타이거즈는 1회말부터 김일권의 발로 안타 없이 선제점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3회말과 5회말에도 각각 2점씩을 추가한 해태 타이거즈는 7회초 1점을 내줬지만 7회말에 다시 3점의 쐐기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해태 타이거즈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해태 왕조’의 초석인 셈이다. 이후 해태 타이거즈는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1990년대에서 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 총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승횟수를 달성했다.

1983년 첫 우승 당시 팀을 이끈 감독은 바로 김응룡 감독이다.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그는 이후 2000년까지 해태 타이거즈 사령탑으로 맹위를 떨쳤다. 17년 동안 9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고, 포스트시즌 진출은 12번이나 됐다.

1983년 해태 타이거즈로 창단해 2001년 기아 타이거즈로 거듭난 뒤 현재에 이르기까지 호랑이군단의 우승횟수는 11번이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고,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그런데 11번의 우승 중 9번이 20세기에 나왔고, 모두 김응룡 감독의 해태 타이거즈 시절 성과였다.

2000년대 들어 과거의 위용을 잃은 기아 타이거즈는 2009년에 이르러서야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어두운 시기를 보냈고, 8년이 흘러 지난 시즌에 재차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올 시즌엔 또 다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우승을 차지했던 전력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팀 성적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슬아슬하게 5위에 성공하며 가까스로 진출한 가을야구도 단 한 경기 만에 막을 내렸다. 이후 기아 타이거즈는 몇몇 선수들과의 결별을 발표하며 내년 준비를 시작한 모습이다.

10월 20일 오늘은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펼쳐진다.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 하는 기아 타이거즈 입장에선 35년 전 첫 우승을 기록했던 이날이 더욱 아쉽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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