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⑮] 유치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2018. 10. 23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유치원 비리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 합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유치원 비리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 합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요즘 세간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논란이 있습니다. 유치원의 각종 비리가 드러난 것인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고, 공분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해 아이 가진 부모 분들은 더욱 그러셨을 거고요.

사실,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이 저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저희 아이는 아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시기가 아닙니다. 일찌감치 알아보고 대기를 걸어두는 부모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저희는 아직 그러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인 경험도 없고, 관련된 정보나 지식도 없는 상태죠.

다른 하나는 일부 나쁜 유치원으로 인해 모든 유치원이 오명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이나 생떼를 쓰며 협박까지 일삼는 단체, 그리고 조사 및 감사, 개선책을 거부하는 행태를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런 이들로 인해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 보육의 한 축을 성실하게 책임져온 이들까지 좌절하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주제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저 또한 부모로서 이러한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머지않아 유치원에 가게 될 우리 아이는 어쩌나하는 고민, 그리고 이런 것 까지 걱정해야 하나 싶은 분노가 지금도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저는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문제로 이토록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말입니다.

이번에 드러난 참담한 유치원 비리는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진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국공립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로또에 가까운 행운을 바라야 하는 상황 모두 뿌리는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보육문제를 공공부문에서 책임지지 못한 탓이죠.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추구하는 목적입니다. 국공립유치원은 공공성을 추구합니다. 어떤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죠.

반면, 사립유치원은 어떻습니까? 모두라고 할 순 없지만, 대부분 사익을 위해 존재합니다. 당연히 더 많은 수익을 모색하기 마련이고요.

더 많은 수익을 내는 방법은 뭘까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더 많은 돈을 받는 것 또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부정한 방법이 있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비용을 줄이거나, 최근에 문제가 된 것처럼 비리를 저지르는 겁니다.

아이들 식사 및 간식을 부실하게 제공하는 것, 교사들의 월급 등 처우가 형편없는 것,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것 모두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정한 방법입니다.

애초에 추구하는 목적의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왜 아이 보육으로 누군가 돈을 벌어야 하나요? 왜 아이 보육이 누군가의 밥그릇 문제가 돼야 하죠? 왜 아이와 부모들이 그들의 볼모로 잡혀야 하나요? 왜 누군가는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수 있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거죠?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차원의 보육정책 근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철학을 다시 세우고, 접근법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사립유치원에 어떤 회계감사 시스템을 적용하거나, 자금 지원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국공립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다수가 원하는 국공립유치원이 ‘로또’가 되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존 유치원들의 반발이 거셀 겁니다. 사유재산 침해, 생존권 위협이란 주장에서부터 포퓰리즘이라거나 예산 활용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등 다양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겠죠.

하지만 재차 강조합니다. 아이 보육 문제가 경제논리나 특정 집단의 이익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저출산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우리나라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근본적인 방향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출산문제도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이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주는데 어느 부모가 더 아이를 낳겠습니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예산일겁니다. 늘 부족한 것이 예산이죠. 하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방기할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보육시설을 확대하거나, 정 안되면 목적세라도 신설해 걷어야 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니까요.

다행인 건지 당연한 건지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비슷한 내용의 요구, 즉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대한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더군요. 관계당국의 수장이나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요. 조만간 종합대책이 발표된다고 하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아이도 이제 머지않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게 될 텐데요. 부디 기분 좋게, 안심하고 보낼 수 있길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