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의 2018년이 마침표를 찍었다. /뉴시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의 2018년이 마침표를 찍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11년. 한화 이글스가 다시 가을야구 무대를 밟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승 3패, 한화 이글스는 그렇게 오랜 세월 기다렸던 가을야구를 마쳤다.

아쉬움을 지우긴 어렵지만, 한화 이글스에게 올 시즌은 특별했다. 지독했던 암흑기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한화 이글스는 2018년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시즌 도중 김성근 감독과 결별했다. 많은 기대 속에 선임해 적극적으로 지원한 감독이었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와 김성근 감독은 끝내 성과를 내지 못했고, 후유증과 갈등만 쌓여갔다.

그렇게 김성근 감독을 떠나보낸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남은 시즌을 감독대행 체제로 마무리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새 감독 선임을 서두르지 않았다. 정규리그가 끝난 뒤에도 한화 이글스의 감독 선임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소문은 무성했다. 그리고 그 소문은 틀리지 않았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직후, 한화 이글스는 한용덕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달라진 건 단순히 감독만이 아니었다. 한화 이글스의 기조도 180도 달라졌다.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당장의 성과를 추구하던 방향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탐나는 외부 FA가 대거 시장에 나왔지만, 한화 이글스는 과거와 달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화제를 모으던 특급용병 계약도 없었다.

훈련 과정도, 야구 스타일도 마찬가지로 달라졌다. 강도 높기로 소문났던 김성근 감독 시절 훈련이 휴식과 효율을 강조하는 훈련으로 바뀌었다. 또한 과거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다른 팀에 비해 새얼굴의 등장이 많지 않았지만, 올 시즌엔 철저한 분담과 기회 제공이 이뤄졌다.

놀랍게도 미래를 바라본 이러한 변화는 곧장 성과를 냈다. 한화 이글스가 그토록 바라던 성과다. 시즌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던 한화 이글스는 중후반까지 상위권을 지키며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여유 있는 가을야구 진출이었다.

한화 이글스가 2018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국내 야구의 흐름을 보면, 무작정 많은 돈을 쓴다고 좋은 성적을 내는 시대는 지났다. 내부육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고, 뚜렷한 팀컬러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11년간 한화 이글스의 접근방식은 구시대적이었다. 올해 비로소 팀이 가야할 방향을 찾은 셈이다.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젊은 선수들의 도약이 눈에 띄었다. 내년, 그리고 내후년엔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증거다. 오랜 세월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하위권을 맴돌던 독수리가 이제야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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