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대한민국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입니다.”

1997년 전 국민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IMF를 소재로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실제 외환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된 ‘국가부도의 날’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경제 재난, 그 직전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펼쳐낼 예정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단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국가부도의 상황을 예견하고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김혜수 분)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비공개 대책팀, 그리고 과감히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윤정학(유아인 분)과 무방비 상태로 직격타를 맞게 된 서민 갑수(허준호 분) 등 당시를 대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신선한 구성을 통해 각기 다른 기억으로 내재된 1997년을 새롭게 환기한다. 

◇ 김혜수부터 뱅상 카셀까지… 쟁쟁한 라인업

한국 영화 최초로 IMF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독보적 존재감의 배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의 조합은 물론 세계적인 배우 뱅상 카셀의 첫 한국 영화 출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혜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으로 위기를 예견하고 대책을 세운 유일한 인물인 한시현으로 분해 전문성과 신념을 갖춘 여성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24일 진행된 ‘국가부도의 날’ 제작보고회에서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한시현이라는 인물을 떠올렸을 때 원칙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면서 “파란이 몰아쳤을 때 초지일관 원칙으로 움직이는 한시현같은 인물이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늘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그렇게 살기 어려운데 신념과 소신이 일치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 매료가 된 것 같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유아인(위)와 조우진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국가부도의 날’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유아인(위)와 조우진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지는 금융맨 윤정학 역의 유아인은 위기를 직감하고 베팅을 시작하는 복합적인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유아인은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것을 예고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배우로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지 않은 기회인 것 같다”라며 “윤정학이라는 인물은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역할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회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사장 갑수는 허준호가 분한다. ‘이끼’(2010)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주연작을 소화하게 된 그는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허준호는 “나를 캐스팅해준 모든 분들한테 감사드린다”라며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이 작품에서 비중이 있는 역할을 맡기고, 믿어줘서 정말 감사한다. 떨린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활발한 활약을 하고 있는 조우진도 ‘국가부도의 날’에 함께 한다. 그는 혼란을 막기 위해 위기를 덮어두려는 재정국 차관으로 분해 시현과 첨예하게 대립한다. 조우진은 “나도 떨린다”라며 “마음 속 레전드인 허준호, 김혜수 선배와 늘 동경하는 유아인과 같이 작업을 했다는 것이 사뭇 실감이 나고 영광스럽다. 너무 행복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국가부도의 날’에는 네 배우 외에도 프랑스 출신 배우 뱅상 카셀이 출연한다. 그는 한국과의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하는 IMF 총재를 연기한다. 연출을 맡은 최국희 감독은 “뱅상 카셀 팬이고 작품들을 좋아했는데 함께 작업하는 것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고 즐거웠다”라며 “추운 겨울에 왔는데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시 한 번 좋은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보통의 서민을 대변하는 갑수 역을 연기한 허준호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국가부도의 날’에서 보통의 서민을 대변하는 갑수 역을 연기한 허준호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전 세대 공감 일으킬 촘촘한 스토리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를 일주일 앞두고 협상에 나선 이들과 위기의 격변기를 살아가는 이들, 운명의 갈림길에 선 다양한 인물들을 IMF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생생하고 현실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로 그려낼 예정이다. 출연 배우들도 탄탄한 시나리오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정말 재밌게 읽었다”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잘 읽는 편이 아닌데 ‘국가부도의 날’ 시나리오 같은 경우는 재밌게 몰입했다가, 화나기도 했다가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이야기 자체에 흠뻑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김혜수도 ‘국가부도의 날’ 시나리오는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른 시나리오와 많이 달랐다”라며 처음에 시나리오 받았을 때 IMF가 일어났을 시기의 일주일이라는 설명을 듣고 받았는데 그 자체가 너무 매혹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걸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피가 이렇게 거꾸로 역류하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맥박수가 빨라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1997년 당시 성인이었는데 나는 몰랐던 얘기 같은 느낌이었다”라며 “IMF 당시 실제로 대책팀이 비공개로 운영됐다는 기사 한 줄에 영화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가공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너무 흥분돼서 검색하면서 봤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판단하기도 전에 이 영화는 반드시, 재밌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최국희 감독은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1997년이 현대사회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지금 우리의 삶까지 깊숙이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긴박했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누군가는 위기를 막으려고 하고, 누군가는 그걸 이용해 베팅하려고 한다. 또 누군가는 그 위기에서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고 긴박하게 뛰어다녔다. 격정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으로 분한 김혜수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으로 분한 김혜수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꼭 알아야할 ‘우리’의 이야기

‘국가부도의 날’은 고용불안,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의 시발점이 된 1997년의 모습을 통해 2018년 현재에도 유효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며 동시대적 공감대를 자극할 예정이다.

허준호는 “아픈 과거를 숨기는 것보다는 아픔을 같이 공유하면서 발판으로 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라며 “숨기는 것보다 이겨내고 드러냈기 때문에 2018년 지금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가부도의 날’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김혜수도 IMF 당시를 다뤘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닮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위기들을 겪어왔다”라며 “그럴 때 정직하게 그 위기를 대면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돼있는가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회피하거나 요행을 바라고 정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려고 할 때 그것이 곧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면서 “삶 속에서 반복되는 위기와 직면하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은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영화는 IMF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갔던, 위기 속에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공감대가 있었으면 한다. 따듯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생생한 캐릭터와 촌철살인 대사, 1997년의 리얼한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볼거리로 전 세대의 공감대를 자극,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오는 11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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