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및 경기도의 주요정책 선정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및 경기도의 주요정책 선정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대표적인 진보진영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고,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참여해 이른바 ‘4륜구동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3축 경제정책이라고 불리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원류다.

이에 앞서 이한주 원장은 ‘기본소득’ 등의 이론적 배경을 제시함으로써 성남시 청년배당, 무상교복 정책을 탄생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공동인수위원장으로 이 원장을 낙점한 이유다. 인수위 활동을 마친 후에는 경기연구원장에 취임해 이재명 지사의 공약실천과 정책개발 및 자문역을 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지사의 인수위원 및 자문위원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이 원장의 다음 스텝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정신을 경기도정에 녹여내는 일이다. 경기지사 인수위원장 시절 정책과제 선정부터 이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 “문재인 정부 공약판에 투명 기름종이를 대고 그대로 따라 그렸을 정도”라고 그는 표현했다. 이 원장이 정부와 경기도 사이 정책의 공통분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경기도 공약추진 과정에서 이 원장은 정부의 경제공약이 옳은 방향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등은 실업률 증가와 성장률 저하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경제실패라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국토보유세’ ‘기본소득제’ 등 경기도만의 정책을 개발하기 전 현재 경제기조에 대한 중간평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성과부터 물어봤다. 마침 인터뷰가 있었던 10월 23일은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려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정부차원의 검토가 있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허구’라는 비판이 많다.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한국 경제의 대부분 문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로 수렴한다. 원인이 무엇인가를 보면 더 이상 재벌중심 경제체제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수진영 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던 와중에 소득분배까지 미국을 따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는 자본 축적 과정에서 재벌편중 정책으로 자본불평등만 있다고 봤는데, 시간이 흘러 소득불평등으로 본격화된 것이다.

IMF가 터지면서 특히 직격탄을 맞은 게 하위 20%, 소득 1분위다. 인구로 치면 1천만 명의 소득이 무너져 내렸다. 급한 대로 여러 대안이 나왔는데 ‘공공일자리를 우선 만들자’ ‘소득을 보충해주자’ 이런 것이 (큰 틀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의미다. 이들의 소득이 늘면 소비로 이어지고,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로 가는데 이것을 ‘4륜구동 성장’이라고 명명했다.

소득주도성장만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정책이라고 치부되는 점은 아쉽다. 경제구조 변화를 위한 단기적 대응책이 소득주도성장이다. 그런데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재벌중심 구조 이 부분이 형해화(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있다는 의미)된 채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과 방어에만 머물러 있어 보는 사람 입장에서 다소 안타깝다.”

-최저임금인상으로 논란이 더 커진 것 같다. KDI에서는 최저임금인상으로 고용이 줄었다는 보고서를 냈다.

“최저임금인상의 정책 목표는 두 가지가 있다. 소득보완이라는 본래의 의미와 함께 다른 하나는 자영업자의 증가폭을 줄이자는 측면도 있었다. 너무 안 되는 자영업자를 줄이자는 것이고 이런 분들은 정부가 도와주거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이 늘어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진통이 불가피 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인상에 앞서 정책이 필요했다. 인수위(국정기획자문위)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이 카드수수료를 줄인 일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다 하고 최저임금인상을 했어야 했는데, 수순이 좀 바뀌었다. 16.5%로 갑작스럽게 올리니 실제로 충격은 크지 않음에도 심리적 충격이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마찬가지다. 사실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우화적인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 큰 소용이 없다. 그런데 왜 52시간을 했느냐.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야하는 것이고 또 초과근무시간을 줄이면 일자리를 셰어링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통해 일자리가 50만 개 나올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먼저 선행해야할 사항이 적지 않다.”

-‘3축 성장’ 혹은 ‘4륜구동 성장’에 혁신성장과 공정경제가 있다.

“사실 경제구조 변화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은 혁신정책이다. 국가 R&D 예산이 19조인데 이 비중은 타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런데 이 예산 중 많은 부분이 대기업으로 간다. 이를 줄이고, 고용의 80%를 담당하고 성장도 견인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투자해 키워주자는 게 혁신성장의 핵심 내용이다.

공정경제는 혁신을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대단히 시장적인 정책들이다. 시장의 관점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시장실패고, 시장실패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독점이다. 독점은 언제나 시장실패를 불러온다. 기술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갑질 등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전 세계적으로 있었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그런 것을 막아달라고 한 것이 공정경제다.”

-지금은 혁신성장하면 ‘규제완화’와 ‘4차산업혁명’을 떠올린다.

“기획재정부는 (성장정책을) 두 가지로 압축해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면서 혁신성장은 규제완화와 기술개발에 있다고 한다.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으로 바꾸는 게 혁신성장의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완화는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규제해제가 전부인 것처럼 얘기한다. 그게 혁신성장의 다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경제정책 전체가 중심을 못잡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포용적 성장’을 언급했다. 그 하위개념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있다고 했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가.

“진보진영에서는 ‘포용적 성장’이라고 하면 신자유주의를 떠올린다.(웃음) 자본주의에 따라 양극화가 진행되니 사람들 사이 문제가 발생했다. 범죄 등 사회문제가 발생했고 사회 전체적인 ‘비용’이 증가했다. 그래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교육 등을 통해 생산에 기여토록 하자는 게 IMF와 세계은행에서 나온 ‘포용적 성장’이다. 반대로 ILO(국제노동기구)에서는 임금주도성장을 내놓은 것이고. 그런데 사회학에 (포용적 성장과 다른) 포용사회론, 포용국가론이 있다. 정부는 포용국가란 개념을 북한과 연관지어 ‘공존’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포용적 성장’을 정치권으로 가져온 사람이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다. 복지국가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와 비슷한 게 아닌가.

“지나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세계은행와 IMF에서 제시된 내용들이고, 김종인 대표가 얘기한 것과 같은 의미다. 다만 진보진영이 지향하는 보편적 복지국가와는 입장이 다르다. 우리는 (저소득층과 저학력층이) 올바른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상황을 바꾸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지, 단순히 약간의 노동조건만을 개선시키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포용적 성장도 필요하다. 하지만 포용적 성장만으로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 재벌중심의 경제체제를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또 가계소득동향에서는 하위 20% 가구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의 실패가 아닌가.

“예전 통계조사와 모집단 샘플링이 다르다. 새로운 인구비례에 따라 예전 샘플에 노인 1인가구 비중이 확 커졌다. 그러다보니 빈곤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왔는데 실은 다른 것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 올린 것이다. 트랜드는 이전과 같은 샘플로 설명하고, 앞으로 방식을 바꾸겠다고 했어야 했는데 통계청이 다소 부주의했다고 봐야 한다.

실체를 얘기하자면, 고용노동의 질은 좋아진 게 맞다. 상시근로자가 늘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증가했다. 문제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들과 한계자영업자들이 갑자기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다른 임금도 영향을 받고 전체적으로 실업은 다소 늘 수밖에 없다.

또 자동화 시대로 인해 일자리는 더 없어지고 있다. 성장률 하락 보다 일자리 감소 정도가 더 큰 상황이다. 이렇게 떨어지는 것을 (이전의 정책으로) 잡아내지 못했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 경착륙하고 있는데 그 타력이 너무 강하다보니 밀려가고 있는 측면이 있다.”

-경기연구원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경기도 정책에 반영할 생각인가.

“사실 대통령 국정과제의 판을 놓고 그 위에 투명종이를 대고 그대로 복사한 게 경기도 공약이다.(웃음) 우리는 대통령 국정과제를 만들었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과제는 춧불혁명의 영향을 받았다. ‘이게 나라냐’로 시작한 촛불의 물음에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 청사진이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이 촛불 앞에서 약속한 그 말을 믿는다. 이재명 지사도 똑같고 공약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서울이 서울시를 중심으로 각 구가 ‘가지’에 불과하다면, 경기도는 31개 시군의 연합체 형태다. 그렇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염원하시던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분권이 가능한 게 경기도다.”

-경기도 정책에서 ‘기본소득’이 나온다.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의 대비차원인가.

“기본소득은 제도 설계에 따라 보편적 복지를 다 커버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다. 그 사회가 가진 부를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나눠주자는 취지다. 실업 등 경기변동의 최후의 방어막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생활보호 대상자’를 ‘기초생활보장’이라는 개념으로 바꿨다. 국민의 권리라는 것이다. 기본소득도 그런 차원이다.

나라마다 가진 공유재산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한 게 ‘국토 보유세’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례가 있다. 건물이 아닌 토지에 한정하는 이유는 자연에서 왔기 때문이다.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고 연간 1인 당 100만원이라도 나눠줄 수 있다면 굉장한 것이다. 3~4인 가족 기준 300~400만원이 연간 주어지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무상교복, 청년배당 같은 실험적 정책을 많이 했다. 경기도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공개가 된 것 외에는 따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 성남에 있을 때는 정책실험이 용이했다.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도는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못한다. 그래서 무상교복과 청년배당 같이 지역에서 성공한 경험을 살리려고 한다. 분양원가공개, 후분양제, 공공임대주택 이런 문제들은 비교적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토보유세 같은 경우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성급하게 추진하진 않을 것 같다.(웃음)”

-지역화폐 활성화에 가상통화를 연계할 계획이 있는가.

“제안을 받은 게 있고 검토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경기도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실패하면 큰 일 난다. 김포에서 가상통화를 준비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곳 사례를 참고하려고 한다. 지역화폐와 관련된 인적 네트워크는 확보가 돼 있기 때문에 추진하겠지만 가상화폐를 도입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솔루션들을 제시하는데 다 처음 하는 것이어서 충분히 검토하여야 한다. 그래서 후순위로 생각한다.”

-혹시 정부나 정치권에 아쉬운 것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촛불의 담지자라고 하실 때. 5.18 묘역에서 연설하시고 취임 100일 연설 때 크게 감동을 받았다. 정말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일부 지지층의) 오해도 회복됐으면 좋겠다. 경선할 때는 경쟁이기 때문에 서로 비판할 수도 있다. 경선 이후 (이 지사가) 대통령을 비판한 것을 본적이 없다. 일부 사람들이 경선과정에서 있었던 날 선 것들을 본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부부싸움을 잘못 보는 것과 같다. 부부싸움을 해도 슬그머니 손을 잡으면 끝난다. 이제는 회복이 되었다고 본다. 지사님에게 두 가지 당부를 드렸다. 하나는 지지율 50%를 유지해줄 것,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대통령께 칭찬을 받아달라는 것이다.”

-신임 경기연구원장으로서 각오는 무엇인가.

“정부 국책연구기관이 대통령의 정부 정책 성공을 위해 헌신해야하는 것처럼 경기연구원도 도지사와 1300만 주권자를 위해 헌신하는 게 목표다. 경기도는 군대 없는 국가수준인데,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내 거의 유일한 연구기관이다. 그런 면에서 매우 어깨가 무겁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연구협치, 도의회에 대한 연구지원 및 협력, 시민사회와의 정책소통을 할 것이며. 내부적으로 성과평가를 엄격히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혁신할 게 있다면 혁신하고 부족한 게 있다면 채워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도민과 도정부를 위한 조직이 되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