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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리포트⑥] 시니어, ‘랜선’ 라이프에 빠지다
2018. 10. 24 by 장민제 기자 jmj83501@sisaweek.com
시니어 유튜버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TV영원씨, 박막례 할머니, 키위의 요리세상, 심방골주부. /유튜브
시니어 유튜버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TV영원씨, 박막례 할머니, 키위의 요리세상, 심방골주부. /유튜브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테이블 위에 놓인 킹크랩 한 마리, 그리고 할머니 한 분, 배경으론 일반 가정집에 흔히 발려져 있는 하얀색 벽지가 보인다. 강영원 할머니의 유튜브 ‘먹방’ 채널 ‘TV영원씨’에 올라온 영상 중 한 장면이다.

분위기는 여타 ‘먹방’과 사뭇 다르다. 할머니는 대식가로 유명한 먹방BJ들에겐 간식거리에 불과한 킹크랩 한 마리를 드시다가 남기시면서 배부르다고 말하신다. 또 음식이 다 식었다며 촬영을 종료하고 손녀 등을 불러 같이 먹기를 재촉한다.

시청자들도 ‘우리 할머니를 보는 것 같아요’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사세요’ 등 다른 먹방에선 볼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

◇ 증가하는 시니어 크리에이터, 강좌도 등장

최근 시니어 층에선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이들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일반적인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가 강점으로, 독창적인 매력에 스타 크리에이터도 탄생 중이다. 앞서 언급한 ‘TV영원씨’ 채널의 구독자 수는 15만명에 달한다.

또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를 끄는 ‘박막례 할머니’의 채널은 현재 구독자 수가 56만명을 돌파했다. 박막례 할머니는 올해 5월 미국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컨퍼런스에 초청을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IT와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던 노년층이 어느새 콘텐츠 소비자에 이어 공급자로 변신한 셈이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한 만큼, 이들 콘텐츠의 탄생배경엔 조력자가 존재한다. 실제 강영원, 박막례 할머니의 경우 손녀들이 영상을 촬영, 편집 후 업로드 한다. 또 조성자 할머니의 요리채널 ‘심방골 주부’는 막내아들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니어 1인이 촬영, 자막 처리 등 기술적인 부분까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시니어를 위한 강좌를 마련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올해 초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부가 진행한 ‘1인 크리에이터 강좌’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두 달간 진행된 강좌에는 20여명의 수강생이 교육받았다. 교육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 유튜브 채널을 개설, 각자의 관심사에 맞는 영상을 게재 중이다.

◇ 유튜브에 빠져든 시니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본지가 만난 신창용(63) 앙코르브라보노 협동조합 전 이사장도 그런 케이스였다. 사회적기업 앙코르브라보노 협동조합은 경력을 가진 퇴직자와 기업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는 그는 1인 크리에이터 교육을 듣고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여행 관련 영상을 올리고 있다.

신 전 이사장은 “여럿이 같이 하는 형태의 일을 했었다”며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홀로 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직업에 대해 관심이 많을 것 같아 체험을 해보기 위해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시니어 세대의 문제는 일자리인데, 기존과 또 다른 ‘1인 크리에이터’ 분야를 체험하고 다른 시니어들과 그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 기술이 어렵다기 보다, 콘텐츠의 기획 및 구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여행작가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좀더 완성도 높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위해 새로운 영역에 또 다시 도전한 셈이다.

그는 “기회는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자에게 있다고 한다”며 “좋아하는 걸 찾아 절실한 마음으로 몰입하고, 콘텐츠로 만드는 등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