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창건 70주년 열병식 모습. /뉴시스
북한 창건 70주년 열병식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평양공동선언 비준 과정에서 북한의 ‘법적 지위’가 무엇이냐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인정 여부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비준 절차가 적법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할 것인지는 국내에서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국제사회나 국내 정치적으로는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한다. ‘국가’가 참여단위인 유엔에 북한이 가입돼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특히 남북은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는데, 이는 국내에서도 북한을 정치적으로는 ‘국가’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다.

◇ 정치적·국제적으로 북한은 ‘국가’

하지만 법적인 측면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헌법 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내 합법적인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하고 있는 조항이다. 명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해석상 북한을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 헌법상으로 정부나 국가가 아닌 규정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된다. 청와대가 평양공동선언을 ‘조약’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도 여기에 근거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헌법 60조에서 말하는 조약이라고 하는 것은 문서에 의한 국가 간의 합의를 말한다. 주체가 국가”라면서 “하지만 북한은 우리 헌법과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과 맺은 어떤 합의나 약속은 조약의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북한 관련 헌법과 법률 조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국가보안법
제2조(정의) ①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
제3조(남한과 북한의 관계) ①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이다.
②남한과 북한간의 거래는 국가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래로 본다.

법률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먼저 국가보안법에서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다. 물론 국가보안법에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는 명시적 문구나 규정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에 의해 반국가사범으로 처벌된 주요 사례가 북한과 관련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석상 무리는 없다.

◇ 국내법상 ‘반국가단체’ 혹은 ‘통일 공동운명체’

반면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에서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 동법 3조에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한다. 학계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통일을 위한 ‘공동운명체’로서의 성격이 있다고 해석한다. 법률 해석상 북한은 ‘반국가단체’이자 ‘통일 공동운명체’라는 양극단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재검토가 언급되기도 했다. 남북대결 구도에서 평화공존 국면으로 넘어간 만큼 국내의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종전과 평화체제로 가려고 할 때 따르는 부수적인 법안, 관계법들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보안법과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에 대한 검토를 예고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법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는 단순하지 않고 다양한 측면이 있다. 우리 헌법이나 국가보안법에서는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보지 않는다. 그에 반해 국제법적으로는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법적인 것으로 지난 70여 년의 뒤틀리고 생채기난 남북관계가 재단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화해,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국회에서 생산적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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