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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안산다
[나 혼자 안 산다③] 공유주택의 '개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2018. 10. 26 by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쉐어어스 3호점에 마련된 공방에서 직원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쉐어어스 3호점에 마련된 공방에서 직원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5일 오후 다시 관악구 신림동을 찾았다. ‘셰어어스’ 3호점을 구경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앞서 방문한 1호점과는 직선거리로 약 3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1호점이 간담회실, 2호점이 옥상 정원이라면 3호점은 공방이 특색이다. “각 공유주택 마다 특색을 입혀 거점을 만들고 이를 연계해 입주민 및 지역과 커뮤니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게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의 포부다.

공방에서는 목공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유주택에 들어가는 간단한 인테리어나 가구들은 이곳에서 제작된다. 또한 주말에는 이곳에서 목공예 클래스가 열린다고 한다. 1~3호점 입주민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도 소액의 비용으로 자유롭게 수강과 이용이 가능하다. 개인이라면 보유하기 힘든 전동공구와 수공구들이 대부분 비치돼 있어 편의성을 더했다. 무엇보다 공간이 넓어 다수의 사람들의 함께 작업하는 것도 가능해보였다.

3호점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양우경(28) 씨를 이 자리에서 만났다. 사적인 공간을 공개하기 꺼려할 법도 하건만,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고 자신의 방도 공개해줬다. 물론 깔끔하게 청소된 방에서 일부 인위적(?) 흔적을 엿볼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여유 있고 안락한 주거공간임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대학을 졸업한 우경 씨는 직장이 있는 서울로의 출퇴근이 어려워 이곳에 입주하게 됐다. 그에게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양우경(28세) 씨가 거주하고 있는 방의 모습. 사진촬영 전 정리한 인위적(?) 흔적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여유있고 깔끔한 것은 분명했다. /시사위크
양우경(28) 씨가 거주하고 있는 방의 모습. 사진촬영 전 정리한 인위적(?) 흔적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여유있고 깔끔한 것은 분명했다. /시사위크

-입주한 지는 얼마나 됐고, 살아보니 실제 생활이 어떤가.
“입주한 지는 반년이 조금 넘은 것 같다. 예전에 자취도 했었고 장교로 군대생활을 했기 때문에 부엌 같은 공간을 ‘셰어’하는 것에 대해 어색한 것은 별로 없다. 친구들과 지내는 것처럼 다른 세입자들과 인사도 나누고 좋은 것 같다. 집 자체만으로는 불편한 게 없다.”


-다른 세입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나.
“입주자들과 따로 만남을 갖기도 한다. 여기 들어오는 친구들의 나이 대는 20대 초반에서 중후반으로 대부분 대학생들이다. 입주자 모임을 정기적으로 하는데 되도록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해준다. 매니저들이 이것저것 기획을 하는데, 예를 들어 나를 표현하는 물건을 가져와서 자기소개를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레크레이션도 하고, 만났을 대 불편한 사항을 주고받기도 한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시설과 환경이 매우 좋다. 보증금이 거의 없고 월임대료가 28만원이다. 근처 리모델링 원룸의 임대료가 40~5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하다. 또 3호점은 공방이 특색인데,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다. 만들기도 하고 또 영상을 찍어 올리는 취미가 생겼다. 이런 것들이 기존 원룸 혹은 하숙집들과 차별성인 것 같다. 단점은 냉장고가 칸별로 사용하도록 돼 있는데 조금 좁은 것 같다. 사실 단점이라기 보다는 혼자 냉장고를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럽고 같이 이용하는 게 조금 불편한 정도다. 냉장고를 공유하다보니 누가 내 빵을 먹은 적이 있다.(웃음)”


-화장실 같은 경우 공유하기가 불편할 것 같은데.
“여성들 같은 경우 다수가 이용하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입주자들끼리 청소나 사용방식을 두고 규칙을 정한다. 요즘 아파트도 층간 소음 혹은 벽간 소음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그런데 규칙을 정하면서 서로 부대끼다 보니 오히려 불편함이나 문제점이 줄어드는 것 같다.”


-다른 세입자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보통 자기 방만 아니면 공유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은 없어하는 것 같다. 다만 방은 매우 사적인 공간이어서 예민하다. 매니저가 시설점검 등을 이유로 방에 들어간다고 하면 싫어한다. 그래도 처음에 예민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은 잘 적응해나가는 것 같다.”


-직접 생활해보니 미래 주거모델로서 사회주택 혹은 공유주택에 비전이 있는 것 같나.
“어머니가 셰어하우스 부동산이 많이 뜨고 있다고 하시더라.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자동차 등 공유경제는 계속 확산이 되는 것 같다. 청년주거 문제나 1인 가구 문제가 한번에 사라지진 않을텐데, 일반 다가구 주택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공유주택이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쉐어어스 3호점 청광의 공유부분 모습 /시사위크
쉐어어스 3호점 청광의 공유부분 모습 /시사위크

다시 현승헌 대표와 마주 앉았다. 현 대표는 거의 매일 야근을 하며 좋은 주거모델 개발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사실 현 대표는 국내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건축학도다. 주로 자본가들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운이 좋다면 목돈을 손에 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사회주택사업에 뛰어들었을까.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건축디자이너들의 작업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값’들은 아니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산가나 회사들이다. 어떻게 보면 건축디자이너들은 그들에게 돈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축학도들이 그걸 목표로 공부를 하진 않는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다.”


-고시촌을 선택한 이유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재생’이라는 이슈가 크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대단위 재개발은 할 수 없을 것이고, 노후 건축물들을 다시 고쳐 쓸 시기가 올 것이고 누군가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시촌이 제 생활기반이기도 했고, 사법시험 폐지 이후 많은 사람들이 빠져 나갔다. 그런 문제들을 보면서 지역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집이라는 것을 통해 작은 마을의 작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보자고 생각했다.”


-세입자들이나 지역민들과 커뮤니티는 잘 형성되고 있나.
“지역활동가나 팀들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했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잘 되고 있는 것 같진 않다.(웃음) 그렇다고 (세입자들에게) 커뮤니티를 강요하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원하는 소수를 위한 게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청년 1인가구도 많지만 노년층이 사회주택의 더 큰 시장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실버세대에 대한 준비는 아직 구체적이진 않다. 이런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공유주택은 내가 그동안 살면서 가졌던 문제인식이 기반이 됐다. 최근에 논의를 했던 것은 청년세대와 실버세대의 결합형태였다. 집주인인 실버세대가 세입자인 청년들의 멘토링 역할을 하는 모델인데 사실 실효성이 없었다. 집이라는 공간 내에서 실버세대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지가 드러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노년층 1인 가구 문제의 대안이 셰어하우스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민하고 있는 다음 주거모델이나 개인적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수익모델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제 막 사회주택 사업이 초기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데, 이런 가정을 위한 공유주택은 없을까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다. 꼭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맡은 직업과 역할이 있는 만큼, 거기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으로 내 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은 적당한 선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꿈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