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를 통해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서진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를 통해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까칠할 것 같았다. 차가울 것 같았다. 단답형 대답으로 기자를 곤혹스럽게 만들 것 같았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적당한 농담과 장난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더니, 소탈하고 솔직한 대답으로 신뢰를 더했다.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투는 예능 프로그램 속 모습 그대로였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훨씬 더 따뜻하고 유쾌했다. 배우 이서진은 타고난 매력남이다.

이서진은 1999년 SBS 드라마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한 뒤 MBC ‘다모’(2003)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불새’(2004), ‘연인’(2006~2007), ‘이산’(2007~2008), ‘참 좋은 시절’(2014), ‘결혼계약’(2016)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가 대중적으로 더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다. CJ ENM 소속 나영석 PD가 연출한 tvN ‘삼시세끼’ 시리즈와 ‘꽃보다 할배’, ‘윤식당’ 등에서 까칠하지만 겉은 따뜻한 ‘츤데레’ 매력을 발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tvN 개국 10주년 ‘tvN10어워즈’(2016)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예능인으로서 활발한 활약을 펼쳤던 이서진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를 통해서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서진과 ‘다모’로 호흡을 맞췄던 이재규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에 앞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완벽한 타인’은 휴대폰 잠금 해제라는 신선한 소재와 공감을 부르는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집들이를 배경으로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11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순삭’(순간 삭제)할 정도로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연출을 자랑한다.

극중 이서진은 사랑이 넘치는 ‘꽃중년’ 사장 준모 역을 맡았다. 갓 레스토랑을 개업하고 외식업계의 스타가 되길 꿈꾸지만, 이미 망한 사업만 여러 개인 인물이다. 위트와 나이스한 분위기 덕분에 주변에 항상 이성이 따르는 타고난 ‘바람둥이’기도하다. 적당한 매너와 위트, 이성을 사로잡는 매력, 젠틀한 이미지 등 ‘완벽한 타인’ 속 준모와 이서진은 다른 듯 많이 닮아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선을 긋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완벽한 타인’에서 타고난 바람둥이 준모 역을 맡은 이서진 캐릭터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완벽한 타인’에서 타고난 바람둥이 준모 역을 맡은 이서진 캐릭터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준모라는 캐릭터가 이서진과 다른 듯하면서도 닮은 듯한 느낌이 있었다. ‘윤식당’을 통해 보여준 사업가 면모라던가, 실제로 바람둥이인지 알 수 없지만, 여심을 공략하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연기하면서 정말 달랐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나.
“(송)하윤(준모 아내 세경 역)이랑 오글거리는 애정신은 정말 싫어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윤식당’은 성공했지만, 준모는 모든 사업이 망해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다른 것 같다. 준모는 타고난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 아내한테 하는 것도 보면 타고난 바람둥이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부분은 준모는 뭔가 심각하게 돌아가는 거 같으면 한 번 판을 뒤집는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나도 심각한 걸 싫어해서 그러는 편이다. 그런 부분이 나랑 비슷한 것 같다.”

-예능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가 있지만, 배우로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유쾌하고 가벼운 캐릭터를 소화한 작품은 많지 않다. 어떤 캐릭터가 연기할 때 잘 맞는 편인가.
“사실 ‘완벽한 타인’이 굉장히 수월했다. 고민할 부분이 없었다. 편하게 할 수 있었고, 이 역할을 나한테 맡긴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닌가 싶다. (이재규 감독이) 워낙 나를 잘 아는 사람인데다 예능에서의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 그 모습 그대로 나오네?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하네?’ 그런 것들을 고려했을 거다. (예능에서 보인)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나한테 맡긴 것 같다.”

-언론배급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캐릭터를 소화한 것에 대해 ‘도전’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워낙 ‘쓰레기’ 같은 인물이다 보니 ‘저는 이 역할을 완벽하게 했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정말 힘들었다’고 얘기하는 거다.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하. 하지만 내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이런 역할 굳이 안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배우의 길을 바라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런 역할도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하게 된 것은 감독의 영향이 제일 컸다. 이재규 감독이랑 좋은 기억도 있고, 똑똑하고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재규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주류는 아닌데, 마니아층을 형성한다. 그런 부분도 좋게 생각했고, 이 감독과 좋은 배우들이라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인데 지루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걱정도 했을 것 같다. 그런 우려에 대해서는 대본 리딩 때부터 오갔을 것 같은데.
“걱정 많았다. 리딩은 그냥 이 사람 대사하고, 저 사람 대사하는 게 다지 않나. 그때 ‘이렇게 한 사람씩 대사하면 재미없어서 어떻게 하느냐’고 얘기를 많이 했다. 또 배우들은 정적이 흐르는 걸 못견뎌하지 않나. 다른 사람 대사할 때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뭐하나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다들 잘하는 배우라서 그런지 현장에 음식 갖다 놓고 할 때부터는 서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하더라. 이 사람이 대사해도 여기서는 다른 소리 하고 또 저기서는 다른 이야기하고 자기 할 몫을 다 했다. 그래서 하나하나 채워지는 느낌이 있었다.”

-‘빵’ 터지는 장면이 많다. 촬영하면서 웃음 참기 힘들었을 것 같다.
“배우들이 의도해서 웃기려는 장면은 없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재밌었던 것은 다들 너무 열심히 하는 거다. 틈을 절대 안 주려고 하는 게 보이다 보니 너무 재밌더라. 뭐 하나 있다고 하면 다 들어왔다. 대본에는 (조)진웅이 물 곰탕을 들고 오면 ‘물 곰탕이다, 맛있겠다’ 이런 정도인데, 막상 촬영 들어가면 모두 다 일어나고, 난리가 났다.”

-보통 영화에서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잠깐 있는데, 이 영화는 계속 먹으면서 촬영을 해야 해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미칠 뻔했다. 돌아가면서 찍다 보니 한번 먹은 것은 계속 먹어야 했다. 나도 처음에 닭강정 잘못 건드려서 거의 한 판을 먹었다. (유)해진 씨도 밥 펐다가 엄청 후회했다. 그 신이 끝날 때까지, 앵글 바꿀 때도 걸리면 한번 건드린 음식은 계속 먹어야 한다. 순대 잘못 건드렸다가는 죽는 거다.”

이서진이 휴대폰 잠금 해제 게임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서진이 휴대폰 잠금 해제 게임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휴대폰 잠금 해제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 좋게 생각한다. 뭐 하러 이런 것을 하는 거냐. 할 짓이 아니다.”

-평소 ‘카톡’(휴대폰 메신저)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내 전화번호부에 연락하기 싫은 사람들도 있는데 카톡을 시작하게 되면 그 사람들도 다 알게 된다고 해서 안 했다. 나중에는 단체방 같은 것들도 생기고 해서 안 하길 정말 잘했구나 생각했다. 여기저기 복잡해지는 게 싫었다. 문자만 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욕은 많이 먹는다. 소외되고 싶다. 굳이 그렇게 들어가서 끼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안 할 거다.”

-연인이나 가장 가까운 사람의 휴대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별로 안 궁금하다. 보고 싶지도 않다. 나는 원래 무관심한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 나도 그 사람에게 무관심했으면 좋겠고, 그 사람도 나한테 무관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서로 믿는 것이 중요하지 서로 못 믿으면 굳이 만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어느 정도 비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영화 제목과 너무 비슷한데, 인간은 다 타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 개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00%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부 사이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누구나 조금씩 그런 것은 다 있는 것 같다.”

이서진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서진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체로 무관심한 편인 것 같은데, 삶에서 가장 관심의 비중이 큰 부분이 있다면.
“쉬는 날 운동을 많이 한다. 매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 아주 어릴 때 되게 많이 아팠다. 그런 영향이 있는지 조금이라도 아픈 게 너무 싫고, 문제가 생기는 게 싫다. 그런 부분은 조금 예민하다. 약도 많이 먹고, 병원도 자주 간다. 조금만 안 좋아도 못 견딘다. 헬스클럽도 가고, 골프도 친다. 등산도 간다. 등산은 거의 혼자 간다.”

-예능 출연을 많이 하면서 대중적으로 친숙해진 것도 있지만 배우로서는 마냥 좋은 영향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예능과 연기의 비중을 어떻게 두려고 하고 있나. 또 예능을 하면서 가장 경계되는 부분이 있다면.
“사실 예능 제의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온다. 그런데 나는 그냥 나영석이 하자고 하는 것 말고는 웬만하면 안 할 생각이다. 예능은 잘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예능이라기보다 다큐에 가까운 것들이다. 일부러 웃겨야 하는 것이 때문에 별로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지금 나영석과 하는 예능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추세를 잘 탄 것 같다. 그런데 이것도 흘러가고, 지나갈 거다. 언제까지 나영석이랑 계속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나영석도 끝날 때가 있겠지 하하.”

-데뷔한 지 20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소화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여러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다. 제의가 오면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가족 이야기나 멜로는 안 하고 싶다. 장르물을 하고 싶다. 따뜻한 것보다 센 거.”

-여전히 멜로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은 큰 강점 아닌가.
“새롭고 다양한 경험과 연기를 해야 하는 변화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배우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바뀌듯이 ‘나는 아직도 30대를 할 수 있어’라고 생각을 하기보다는 내 나이에 맞는 새로운 연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멜로를 하게 된다면 나보다 더 어린 여배우랑 하게 될 텐데 예전에 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은 싫다. 욕먹기도 싫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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