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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구속’의 의미③] 달라진 ‘방탄법원’… 다른 이유 있나
2018. 10. 28 by 박태진 기자 sisaweek@sisaweek.com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넉 달 만에 나온 ‘첫 구속자’다.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만큼 임 전 차장의 구속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그동안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영장 대부분을 기각해왔던 법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그동안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영장 대부분을 기각해왔던 법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박태진 기자] “의외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법원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영장 대부분을 기각해왔기 때문이다. ‘방탄법원’ ‘방탄판사단’이라는 오명까지 써가며 법원은 끝까지 ‘제 식구’를 감쌌다.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가 뭘까.  

◇ 잇달아 기각됐던 영장…‘임종헌 영장’은 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농단 수사 착수 4개월여 만에 나온 첫 구속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올해 6월 수사에 착수한지 131일 만이자, 법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첫 사례다. 

지난 6월 사법농단 수사 착수 이래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온전히 발부된 건 한 차례도 없었다.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은 10건 중 9건이 기각됐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유해용(52)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었다. 법원은 유 전 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법리상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이례적으로 A4용지 2장 분량의 장문 사유를 들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11월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법원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 촉구’ 4당 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윤소하 정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 뉴시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11월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법원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 촉구’ 4당 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윤소하 정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 뉴시스​

이 때문에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임민성(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는 예상을 깼다.

일각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 배경 중 하나로, 최근 법원을 둘러싼 부정적 기류를 지목하고 있다. 무더기 영장 기각으로 ‘방탄법원’ ‘방탄판사단’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은데다, 많은 판사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이 영장 발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11월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법원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원이 검찰에 임 전 차장의 신병을 내어주는 식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적지 않다. 의혹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임 전 차장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되, 그 ‘윗선’으로 사태가 번지는 것은 차단하려는 뜻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수사 초기,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한 것도 이런 시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결국 사법농단을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꼬리 자르기를 위한 것인지는 임 전 차장의 ‘윗선’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20일에 달하는 구속기간 동안 임 전 차장 먼저 충분히 조사한 뒤 3명의 전직 법원행정처장과 양 전 대법원장까지 차례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