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스페셜뉴스
[‘임종헌 구속’의 의미①] 무너진 ‘키맨’… 전환점 맞은 사법농단 사건
2018. 10. 28 by 박태진 기자 sisaweek@sisaweek.com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넉 달 만에 나온 ‘첫 구속자’다.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만큼 임 전 차장의 구속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넉 달 만에 나온 ‘첫 구속자’다. / 뉴시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넉 달 만에 나온 ‘첫 구속자’다. / 뉴시스

[시사위크=박태진 기자]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2시 5분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 법원 “범죄소명·증거인멸 우려”… 무너진 임종헌의 논리

전날(26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본안 재판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검찰은 무거운 혐의를 감안해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했고, 임 전 차장 측은 ‘구속할 만한 점이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특히 ‘직권남용’에 대한 공방이 뜨거웠다. “관련 재판에 대한 부적절한 검토보고서를 다수 작성하거나, 평판사인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은 직무권한을 남용한 중죄”라는 검찰 주장에 임 전 차장은 “잘못은 했지만 죄는 아니다”라는 논리로 반격했다. 강제징용 재판과 통진당 관련 재판 개입 의혹 등이 사법행정권 남용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직권남용죄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수족이 없어서 도와준 것이다. 행정처가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발언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임 전 차장은 최후진술에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통상 2~3시간이면 끝나는 피의자 심문은 무려 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26일 오전 10시 30분쯤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4시 20분이 돼서야 끝났다. 구속 필요성을 놓고 양측의 법리공방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의미다. 

법원은 그러나 임 전 차장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일단 ‘범죄사실 상당 부분이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사법농단 실무를 담당한 임 전 차장의 각종 행위를 ‘범죄’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그가 법원행정처 판사들에게 재판 개입 등을 지시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법원은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 중 하나로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차명 휴대전화를 만들어 후배 법관들을 입단속 하려던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다른 연루자들과 입을 맞추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임 전 차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법원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법원은 ‘범죄성립에 다툼이 있으므로 구속영장을 발부해선 안 된다’는 임 전 차장의 논리보다는, ‘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임 전 차장은 27일 구속영장 발부와 동시에 곧바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최장 20일간 임 전 차장을 구속 상태에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임 전 차장이 구속된 만큼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의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다. 임 전 차장의 신병 확보 여부는 ‘윗선’ 수사를 앞둔 검찰에겐 향후 수사 흐름을 좌우할 분기점으로 간주돼 왔다.

한편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청구서는 230페이지 분량으로, 범죄사실만 30여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공무상기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연이어 지내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각종 사법농단 행위를 실무차원에서 총괄했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이 개입한 재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관련 소송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