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없는 레알 마드리드가 메시 없는 바르셀로나에 참패를 당했다. /뉴시스·AP
호날두 없는 레알 마드리드가 메시 없는 바르셀로나에 참패를 당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5대1. 단순한 1승을 넘어 ‘완승’ 또는 ‘압승’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스코어다. 강팀과 약팀의 경기라 해도 이 정도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놀라운 점은 이 같은 결과를 낸 주인공이 ‘영원한 숙적’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더비 경기인 엘 클라시코에 역사에 또 한 번 충격적인 기록이 남게 됐다.

올 시즌 시작과 함께 최악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는 엘 클라시코에서도 완패를 면치 못했다.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막판 15분 동안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2015-16시즌 홈에서 당한 0대4 패배, 2010-11시즌 캄프 누에서 당한 0대5 패배에 이어 또 하나의 엘 클라시코 흑역사를 남기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 당한 패배는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이번 엘 클라시코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뒤 처음으로 열린 맞대결이었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엘 클라시코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두 명의 선수 중 하나다. 다른 한 명은 역시 전설적인 공격수인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이며, 두 선수는 엘 클라시코에서 18골을 성공시켰다.

호날두 없는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전혀 위력적이지 않았다. 후반 중반 잠시 힘을 내기도 했지만, 해결사가 없었다. 베일, 벤제마, 이스코 등 쟁쟁한 선수들이 나섰으나 어느 누구도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호날두가 있던 시절에도 충격적인 대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늘 설욕의 선봉에 섰다. 리오넬 메시의 유니폼 세리머리도 그대로 갚아준 게 호날두다. 그러나 이제 레알 마드리드엔 호날두가 없다. 이번에 당한 참패의 굴욕을 누가, 언제 되갚아 줄 수 있을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이번 패배가 유독 더 뼈아픈 또 하나의 이유는 메시의 부재다. 레알 마드리드에 호날두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엔 메시가 없었다. 최근 당한 부상 때문이다. 두 선수가 엘 클라시코에서 나란히 빠진 것은 무려 11년 만이었다. 그만큼 두 선수는 최근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선수들이었다.

호날두 없는 레알 마드리드와 달리 바르셀로나는 메시 없이도 강했다. 루이스 수아레즈는 천부적인 득점 감각을 뽐내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사비-이니에스타를 잇는 중원의 핵심 쿠티뉴는 선제골을 뽑아내며 승리를 이끌었고, 세르지 로베르토는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밖에도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새얼굴들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 바르셀로나였다.

이날 결과로 바르셀로나는 1위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10라운드에서 4패째를 당하며 너무나도 낯선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호날두 없는 레알 마드리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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