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 책 '지구를 살리는 쿨한 비즈니스' 저자. /시사위크
김성우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가 '지구를 살리는 쿨한 비즈니스'를 집필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성우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우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2013년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의 송도안착을 일궈낸 당사자 중 한 명이었다. 또한 국내 배출권거래제 관련 권위자로서 환경부와 산업계의 주요 자문을 맡고 있었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목전에 뒀던 당시 산업계의 반발은 거셌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에너지·철강·정유 산업에 치명적인 규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김성우 교수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규제’로만 바라보는 것을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글로벌 ‘메가 트랜드’를 읽지 못하고 기업도 국민도 환경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년 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대기환경 악화에 고심하던 중국이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고, 최근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배출권이라던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지구 폭염으로 ‘기후변화’가 전 세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고,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도 커졌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녹색성장’이 재조명된 것이다.

이에 맞춰 환경과 관련해 한국의 국제위상도 높아졌다. 덴마크가 주도하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 일정에 맞추기 위해 11월로 예정된 회의를 한 달 앞당겨 개최했다. 문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해서였다.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좋은 정책은 어느 대통령이 만들었든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시작한 ‘녹색성장’에 대해 그 가능성과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김 교수는 “환경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는 4년 전과 지금이 다른 것처럼, 앞으로도 커질 것이며 그 속도는 더 빠를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기후변화 대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에 따른 미래 비즈니스 모델, 한국의 환경관련 국제위상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과 비즈니스의 접목을 모색한 ‘지구를 살리는 쿨한 비즈니스’의 저자다.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 'P4G'라는 단체가 생소하다. 어떤 성격의 단체인가.
“덴마크가 2011년 녹색석장을 잘 해보자고 해서 정부주도로 출범시킨 3GF라는 작은 포럼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미세먼지와 폭염 등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어 덴마크 정부 혼자가 아닌 여러 국가와 민간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도록 확대 발전시킨 이니셔티브다.”

- 문재인 대통령 유럽순방에 맞춰 P4G가 회의 일정까지 앞당겼다고 한다. 그렇게 할 정도로 한국이 환경 분야에 중요한 나라인가.
“미세먼지와 올해 폭염의 원인물질은 같다. 바로 화석연료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후변화 대응에 상당히 앞서가는 나라가 바로 우리다. 정책적으로나 ‘돈’ 측면에서도 가장 앞서고 있는 나라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배출권 거래제’를 예를 들 수 있는데, 국가단위로 시행하는 것은 우리가 두 번째다.

‘돈’은 녹색기후기금(GCF)을 의미한다. GCF는 기후펀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기후펀드의 본부가 인천 송도에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는 정책도 앞장서서 실행했는데, 이를 위해 쓰이는 펀드의 본부가 우리영토에 있는 것이다. 국제적 시선에서 봤을 때 대한민국의 녹색성장은 꽤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GCF 송도 유치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GCF가 본부를 한국으로 정한 배경이 무엇인가.
“GCF 본부를 국내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기획재정부가 세웠고, 거기에 공식적인 자문을 했다. 처음에는 GCF가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유엔 기후변화 협약 사무국이 독일에 있다. 독일이 기후펀드에 자금도 많이 냈기 때문에 독일 본에 본부를 두는 것이 상식적으로 자연스럽다. 다만 우리나라는 지원을 받는 개발도상국과 지원을 하는 선진국 두 입장을 모두 경험했다는 이점이 있었다. GCF 유치과정에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성공했다.”

김성우 교수는 삼정KPMG 재직시절 환경분야 권위자로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관련 핵심 자문을 맡았다. /시사위크
김성우 교수는 삼정KPMG 재직시절 환경분야 권위자로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관련 핵심 자문을 맡았다. /사진=김경희 기자

- 전에 GCF 외부 기술전문위원도 하셨다. GCF의 활동은 얼마나 활발한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운영자금을 내고 한국은 운영자금 일부와 함께 본부의 정주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돈으로 따지면 10조원 정도 펀딩이 예정돼 있고, 이미 집행을 한 게 4조원이 넘는다.

- 주로 어떤 나라에 지원을 하며, 지원 취지는 무엇인가.
“GCF의 기본취지는 ‘녹색성장’을 하도록 하는 게 맞다. 일단 두 가지가 목표인데, 후진국들이 발전소 등을 건축할 때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를 덜 쓰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첫째다. 둘째는 이미 기후변화가 닥쳐서 피해를 입게 될 가난한 국가들에 대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제방설치나 조기경보 시스템 등이 그 예다.”

- 문재인 대통령이 덴마크에서 대동강의 수질오염을 언급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문 대통령은 GCF의 북한지원을 염두하는 것 같다.
“정부 관계자로부터 들은 것은 아니지만 GCF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 있다.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기후변화 등 관련 분야에 한해 GCF가 북한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 ‘돈’과 함께 정책적으로도 앞서 있다고 했다. 예로 들었던 배출권 거래제는 1차 계획기간을 끝내고 곧 2차 계획기간에 들어간다. 1차 계획기간을 총평한다면.
“적응기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간 서로를 알아가는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잘 됐느냐 아니냐의 평가는 개별 기업이나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정부와 기업 간 정보의 비대칭성은 상당히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 배출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시장에 유동성이 없던 문제가 있었다.
“시장의 유동성이 없어지고 가격이 상승한 것은 맞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배출권을 내놓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이 강했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로드맵이나 장기적 계획이 없었던 이유가 크다. 그런데 올해 7월 정부의 탄소배출저감 장기 로드맵이 나왔다. 또 제도적으로 유동성을 키울 수 있도록 보완했다. 적응기에는 완벽한 솔루션과 기능이 있을 수 없다. 보완하면서 적응해나가는 단계로 볼 수 있다.”

김성우 교수는 중국의 전기차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예로 들며, 온실가스 저감이 새로운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김성우 교수는 중국의 전기차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예로 들며, 온실가스 저감이 새로운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사진=김경희 기자

- 솔직히 기업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정부 정책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했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협약을 탈퇴한 것처럼 말이다. 국내 ‘녹색성장’ 정책기조가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보는가.
“과거에 있던 것이라고 해서 세계적 추세와 다르게 갈 수는 없지 않나.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정책이지만 글로벌 트랜드에 일치하고 이익이 되겠다고 판단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정책의 지속성은 더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명박 정권에서 시작한 ‘녹색성장’은 박근혜 정권 때 오히려 더 많이 없앴다.(웃음) 하지만 글로벌 트랜드가 있으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름이 사라질 뿐 내용은 이어지게 된다. 탄소배출권 시행이나 GCF 사무소 개소도 다 박근혜 정권 때 했다. 하고 싶지 않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게 글로벌 메가 트랜드의 힘이다.”

-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 때문인 것 같다. 비싼 에너지 가격 때문에 외국 기업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손해가 아닌가.
“배출권 거래제를 하고 석탄발전을 못하게 하면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게 맞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동의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2009년과 2017년의 태양광 발전 단가를 비교하면 80%가 떨어졌다. 100원이었던 게 20원으로 떨어진 셈이다. 여전히 석탄 등 화석연료보다는 비싸지만 LNG발전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미세먼지와 폭염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에 반감을 가진 분들은 과거 100원 시절 때 얘기를 한다. 지금은 단가가 다르다. 확실한 팩트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 태양광 발전의 환경훼손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있는데.
“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태양광 패널이 실리콘 덩어리인데 폐기할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수상에 설치할 경우 상수원 오염의 염려도 있다. 하지만 일부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고 해서 더 큰 긍정적인 효과를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환경에 문제가 된다고 같은 실리콘 덩어리인 반도체까지 없는 시절로 돌아가야 하나. 미세먼지나 폭염의 피해를 막는데 효용을 생각해봐야 한다.”

- 미세먼지, 폭염 같은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제안을 하겠나.
“굉장히 단순하고 명확하다. P4G로 다시 돌아가면, 덴마크 정부 혼자 하다가 기업과 시민사회로 참여자를 넓혔다. 원인과 결과가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은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개인도 정부나 기업을 탓하기 전에 당장 어떤 차를 사용하는지, 지구환경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폭염은 정말 견디기 힘들지 않았나. 내년 내후년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한다. 효용을 위해서라도 동참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발상의 전환이 더욱 필요하다. 중국이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보급량이 1위다. 대기오염도 이유지만, 기후변화라는 명분을 가지고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전환되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도입하기로 한 ‘스튜어드십 코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드 구성을 보면 환경과 사회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 LG 등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은행이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평가해 대출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있다. 기후변화를 금융대출 평가 자료로 반영하겠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움직임이다. 기업들이 환경문제 연구에 뛰어드는 이유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창업이든 기업의 경영전략이든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은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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