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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올가미-유통 ②] 갑도 을도 ‘득’ 못 보는 골칫거리
2018. 11. 01 by 범찬희 기자 nchck@naver.com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돌파구로 규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요구에 문재인 정부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청와대 국무회의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기술과 신산업이 싹도 피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없어야한다”며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규제혁신 5법 등 혁신 노력은 일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각 산업군별 ‘손톱 밑 가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근거가 되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산법)은 ‘미운 오리’ 취급을 받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영업권을 제한해 시장경제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도입 취지였던 전통시장으로의 소비자 유인 효과도 미진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주말이면 집 근처 마트의 오픈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소비자까지 누구하나 덕을 보는 이가 없는 상황. ‘골칫거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본인의 쇼핑행동을 묻는 조사에서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답변은 후순위에 머물렀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본인의 쇼핑행동을 묻는 조사에서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답변은 후순위에 머물렀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 전통시장 유인 효과 ‘글쎄’,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강제하게 된 명분은 ‘상생’이었다. 적잖은 가정에서 주말을 이용해 일주일치 장을 몰아서 본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대형마트가 문을 닫게 되면 인근 전통시장으로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아이디어에 기초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시의 아이디어란 책상머리 앞에서 나온 단순한 상상력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점점 증명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부흥을 불러오지 않는다는 건 각종 조사가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대형마트 규제 강화에도 전통시장 매출액이 감소하는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의원(자유한국당)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1조4,000억대로 추산되던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2015년 21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액 추이는 38조1,000억원에서 48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대형마트점포가 늘어난 효과 감안하고 보더라도 유산법의 ‘약발’을 쉽사리 체감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백화점과 슈퍼마켓, 편의점, 온라인까지 주요 유통채널 모두 매출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대 유통업태 가운데 전통시장만이 나홀로 뒷걸음질 한 셈이다. 특히 온라인 분야는 5년 새 2배가 넘는 54조 시장으로 성장했는데,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강제한다고 될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 복합쇼핑몰 입점 70% 자영업자… 유산법의 역차별 

유산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대형마트의 대체제가 꼭 전통시장만은 아니라서다. 산업부의 ‘소비자 소비행태 조사를 통한 유통업체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대안의 후순위에 머물러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쇼핑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쇼핑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27.8%(179명)로 가장 많았다. △동네 슈퍼를 찾아간다는 응답자이 21.9%(141명)로 두 번째로 많았다. △대형마트 근처 상점을 찾아간다(13.2%/85명), △다른 대형마트를 찾아간다(13.1%/84명)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응답은 12.4%(80명)에 그쳤다. 

대규모 점포 내에 입점한 상점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 중 자영업자 비중은 70%에 달한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월 2회 강제 휴무를 골자로 한 유산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를 목표로 논의 중에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영업이 이뤄지는 장소에만 주목하지 말고 좀더 큰 틀에서 유산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영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업으로 인한 기회매출을 10억원이라고 본다면 이중 전통시장으로 유입되는 금액은 10%에 불과하다.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이면 인근 반경 2km 상점까지 활기를 잃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부정적”이라며 “규제 실익에 비해 소비자 불편 등 마이너스적인 부분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