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8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포수 부문 1위를 차지한 최재훈. /뉴시스
올 시즌 8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포수 부문 1위를 차지한 최재훈.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포수는 기본적으로 도루를 막는 선수다. 좋은 포수를 판단하는 조건 중 도루저지율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포수는 대부분 덩치가 크고 발이 느린 편이다. 설사 발이 느리지 않은 편이라 해도 도루를 적극 시도하진 않는다. 성공 가능성은 낮고, 부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 시즌 ‘포수 도루왕’을 차지한 한화 이글스 최재훈은 무척 특별했다.

최재훈은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가을야구 진출에 상당한 기여를 한 선수다. 총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2를 기록했고, 약점으로 꼽히던 한화 이글스의 안방도 든든히 지켰다. 그리고 또 하나. 최재훈은 주자로서 도루에도 무척 적극적이었다.

최재훈은 올 시즌 8번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포수 중 도루 1위를 차지했다. 인상적인 것은 8번 도루를 시도해 8번 모두 성공했다는 점이다. 상대 배터리가 방심한 측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확실한 타이밍을 잡아 적극적으로 뛰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포수들은 비교적 도루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최대한 확실한 타이밍에 도루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최재훈에 이어 포수 도루 2위를 차지한 양의지도 성공률은 100%였다. 공동 3위 박세혁도 마찬가지다.

다만, 최재훈은 도루 성공 횟수 자체가 특별했다. 최근 KBO리그는 타고투저 현상과 함께 도루도 현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수의 도루 역시 손에 꼽는 수준이다. 최근 4년간 포수 도루왕을 차지한 선수들의 도루 성공 횟수는 모두 5개를 넘지 못했다. 최재훈의 8도루는 2004년 홍성흔이 기록한 10도루 이후 포수 최다 도루에 해당한다.

놀라운 점은 하나 더 있다. 최재훈은 올 시즌 전까지 도루에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단번에 8도루를 성공하며 포수 도루왕을 차지했다는 것은 ‘최재훈의 재발견’이라 할만하다.

한화 이글스의 암흑기 탈출을 이끈 안방마님 최재훈. 도루처럼 거침없는 질주는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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