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한’을 매섭게 담아낸 영화 ‘여곡성’이 리메이크돼 돌아왔다. 해당 영화 포스터/스마일이엔티 제공
‘여자의 한’을 매섭게 담아낸 영화 ‘여곡성’이 리메이크돼 돌아왔다. 해당 영화 포스터/스마일이엔티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여자가 한번 마음이 틀어져 미워하거나 원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칠 만큼 매섭고 독하다는 뜻의 옛 속담이다. ‘여자의 한’을 매섭게 담아낸 영화 ‘여곡성’이 리메이크돼 돌아왔다. 연출을 맡은 유영선 감독은 원작의 공포감에 현대적 감성을 녹여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현대판 ‘여곡성’이 국내 공포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들은 것을 말하지 말고, 본 것은 기억하지 말라.”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 우연히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 분)은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 분)을 만난다. 신씨 부인은 옥분에게 집안에 있는 동안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이야기하고, 옥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 능동적 여성 캐릭터 ‘UP’

‘여곡성’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옥분이 원인 모를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되고,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과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를 담은 작품이다.

1986년 개봉한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여곡성’은 본연의 공포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적 트렌드를 더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게 새롭게 리메이크됐다. 특히 현대적 감성에 맞게 각색된 여성 캐릭터들이 눈길을 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고부갈등에서 시작된 원작의 스토리에서 ‘여곡성’은 욕망을 가진 여성들의 갈등을 한층 극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야망과 욕망을 드러내는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연출자의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여곡성’에서 신씨 부인 역을 맡은 서영희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여곡성’에서 신씨 부인 역을 맡은 서영희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다양한 촬영 기법이 시도된 점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의 공포감, 그 안에서 불쑥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 등은 적외선 촬영 기법을 활용해 현실적이면서도 생동감을 안긴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과 다양한 앵글은 박진감을 더하며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캐릭터들의 욕망이 짙어짐에 따라 더욱 강해지는 라이트로 영화의 미장센을 풍성하게 구현했다.

▼ 신선함 ‘DOWN’

고전 ‘여곡성’은 1986년 개봉 당시 시도하지 않았던 좀비, 처녀귀신, 붉은색의 밤 이미지 등 공포 영화의 트렌디한 연출 기법과 서스펜스로 압도적인 긴장감을 선사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메이크돼 돌아온 ‘여곡성’은 지렁이 국수, 옥분의 만(卍)자, 그리고 신씨 부인이 닭 피를 마시는 모습 등 원작 속 대표적인 장면들을 그대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몇몇 상징적 장면들에 지나치게 공을 들인 탓에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이유 탓인지 원작에서 착안한 장면들 외에 다른 장면들은 별다른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원작을 넘는 신선함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또 신씨 부인을 맡은 서영희와 옥분으로 분한 손나은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지만, 극 초반 어색한 사극톤 연기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여곡성’에서 옥분 역을 맡은 손나은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여곡성’에서 옥분 역을 맡은 손나은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 총평

원작의 존재는 양날의 검이다. 친숙함으로 대중들에게 관심을 얻기 쉬운 반면, 그들의 만족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 ‘여곡성’도 이를 의식한 탓인지 상징적인 몇몇 장면에 지나치게 집중해 그 밖의 다른 장면들은 임팩트가 적다. 하지만 다양한 촬영 기법을 활용한 점은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들도 반갑다. 무엇보다 ‘CG 귀신’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서 만나는 아날로그 공포라는 점이 관객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 94분, 오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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