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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하우스 사태, 그 후②] 국감서 드러난 ‘인증의 민낯’
2018. 11. 02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우리 사회 곳곳엔 수많은 ‘인증’이 존재한다. 개별 소비자들이 일일이 검증할 수 없는 것들을 공신력 있는 기관이 대신 해주는 것이다. 즉, 인증은 곧 신뢰다. 각 기업들은 이러한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여 인증을 획득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 인증을 믿고 제품을 구입한다. 경제활동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인 신뢰를 담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증이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에 근거하고, 곳곳에서 허점까지 드러난다면? 기업은 타격을 입고, 소비자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신뢰가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사회적비용은 생각보다 더 크다. 국감으로 간 크림하우스 사태는 이러한 ‘인증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불거진 크림하우스 사태가 다뤄졌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지난달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불거진 크림하우스 사태가 다뤄졌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29일. 국감장에선 크림하우스 사태가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크림하우스 사태를 통해 환경부의 친환경인증표시 제도 관리실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크림하우스 사태 초기와 달리 이 같은 내용은 크게 보도되지 않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국감장에서 다뤄진 내용은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있어 도움을 줄만한 부분이 많았다.

이에 <시사위크>는 크림하우스 사태 관련 국감 질의 및 답변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만 하며, 모든 내용은 실제 발언을 기초로 한다.

 

한정애 의원 (이하 한) : 환경부 그리고 환경산업기술원이 실시하고 있는 친환경 인증제도 운영 곳곳에 허점이 있고, 이러한 허점을 이용한 경쟁업체 죽이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증제도가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돼야할 필요성에 대해 질의하겠습니다.

환경부가 환경표시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인증 및 인증 취소 업무를 환경산업기술원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현재 8개 분야에 165개 인증기준을 운영하고 있고, 연평균 약 1만5,000개의 제품이 인증을 받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발포합성수지제 매트의 인증기준은 EL327입니다. 2012년 방송보도를 통해 아이들이 뛰어노는 매트제품의 유해성이 보도되면서 관련 기준 마련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후 몇 년의 논의를 거쳐 2017년 5월부터 EL327 인증기준이 시행됐습니다.

EL327 인증을 받은 곳은 크림하우스를 비롯해 4개 업체입니다. 이 중 크림하우스는 지난해 11월 15일 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인증취소를 당했습니다. 이에 크림하우스는 인증취소가 부당하다며 집행정지를 신청해 받아들여졌고,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소송의 쟁점이 되는 부분은 피하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인증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EL327의 환경 관련 기준을 보면, 제품 구성 원료에 UN GHS의 H코드를 원천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UN GHS의 H코드로 분류되는 물질은 무려 2,067개에 달합니다. 기업들이 인증을 받기 위해 2,000개가 넘는 물질을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환경산업기술원도 인증을 해줄 때 해당 물질 사용 여부를 직접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제출한 서류로만 확인하고 있습니다. 원천적으로 사용을 금지할 정도의 물질인데 왜 서류로만 점검하는지 물었더니 “사용금지 원료 물질 개수가 2,067개여서, 분석 시간 및 시험 비용 과다 등으로 인해 시험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환경산업기술원 스스로도 UN GHS H코드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고, 개별 물질에 대한 자체적 검증 시스템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서류로만 검토하고 내주는 인증이 과연 친환경인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렇다보니 이를 악용한 문제들도 발생합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경쟁업체로부터 크림하우스 제품에서 금지 물질(DMAc)이 나왔다는 민원을 받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할 수 없어 다른 기술원에다가 시험을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비의도적인혼입’ 기준에 해당하는 0.01%를 초과하는 양의 DMAc가 검출됐습니다. 이에 따라 크림하우스에 대한인증을 취소한 겁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답변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는 제품에 함유된 DMAc를 검사하는 표준화된 시험방법이 없습니다. 환경산업기술원도 측정방법은 마련했지만, 공인된 방법은 아닙니다.

또 의원실에서 환경산업기술원 측에 비의도적인혼입 기준을 0.01%로 잡은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북유럽 친환경 인증인 ‘노르딕 스완 에코라벨’의 기준을 준용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노르딕 스완 에코라벨의 DMAc 기준을 찾아보니, 0.1%입니다. 0.01%가 아니라. 노르딕 스완 에코라벨의 기준을 준용했다고 하면서, 그보다 10배나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겁니다.

즉, 측정방법도 없고 적절한 기준도 갖추지 못한 채 어설프게 인증제도를 운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관계자들의 왜곡된 인터뷰도 문제가 됐습니다. “유아용 매트에서 DMAc가 100ppm 넘게 검출된 것은 미량이 아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원료로 혼입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요 매트를 수거해 똑같이 검사했지만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은 크림하우스 제품이 유일하다”라고 언론에 밝혔는데, 실제로는 크림하우스와 경쟁업체 제품 두 개만 검사를 했었습니다.

또 “인증이 취소된 이후에는 유통시키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인증이 취소되면 인증표시를 제거하고 유통하면 됩니다. 친환경제품이 아닌 것이지 유통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마치 제품이 너무 유해해서 절대로 유통되면 안 되고, 그전에 생산한 것도 유통되면 안 되는 것처럼 인터뷰를 했습니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 의원님 말씀하신 내용, 자세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증이 취소됐더라도 제품 유통은 가능합니다. 다만, 인증표지는 떼야 합니다.

: 멀리 국회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인, 본인 소개 해주시죠.

크림하우스 대표 (이하 크림하우스) : 네, 저는 충북 충주에 소재한 영유아매트 생산업체 크림하우스 대표입니다.

: 지난해 환경산업기술원에서 친환경표지 인증 취소하고 난 뒤에 참고인이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현재 소송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송 건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기 때문에 참고해서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인증 취소하고 난 뒤에 어려움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피해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크림하우스 : 인증이 취소된 지 오늘로 350일 정도 됩니다. 저희 크림하우스의 연매출 규모가 200억~240억 정도 됐는데, 이미 지난달 말까지 매출이 150억 정도는 사라졌고요. 올 연말까지 아마 한 200억원 정도 매출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저희와 거래하던 해외 현지 판매업체는 이미 두 군데가 도산했고, 수출 7건은 인증취소 건으로 인해 거래가 종료 됐습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같이 근무하던 식구들의 문제인데요.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 항의전화를 받으면서 우울증이 심각해졌습니다. 거품을 물거나 눈이 뒤로 넘어간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요. 임원 한 명도 우울증으로 지난해 퇴사해 지금까지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구조조정 없이 버티고는 있지만, 협력사는 더 심각합니다. 봉제를 하는 협력사는 인원이 45명이었는데, 35명이 퇴사했습니다.

: 그러면 현재 회사는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 겁니까?

크림하우스 : 제 개인적인 자금 차입, 관계회사들의 연대보증을 통한 차입,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차입, 그리고 예적금보험 해지 등으로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차입한 규모만 51억9,000만원입니다.

: 이게 아주 간단한 문제인데요. 친환경인증을 받은 거라서, 친환경제품이 아니라고 하면 인증만 제거하고 유통을 하면 문제가 없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인증취소를 하면서 환경부나 기술원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에서 다시 침소봉대하면서 굉장히 큰 피해를 입으신 걸로 압니다. 당시 정부의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많이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크림하우스 : 2017년 11월 15일 인증취소 됐을 때부터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 측에 “명확한 기준을 갖고 고객들을 대응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습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앞서 의원님이 말씀하신 대로 사실과 다른 발표로 고객들이 오해를 하게 했습니다.

이런 뉴스들에 대해서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와 제가 주고받은 메시지도 남아있습니다. 저는 ‘저희 진심으로 죽겠습니다. 진심으로 죽어야 끝나나 싶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관계자 분들께 사실에 근거한 고객 대응을 계속 부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변화된 것은 없었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저희 카페에 고객분께서 6월 22일에 ‘저는 믿고 쓰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 있습니다.

‘저는 환경부에 수없이 전화했습니다. 환경부 남자담당자 분은 당시 저에게 기준의 모호성이 아닌 기준의 정확성과 명확성에 대해 재차 강조하셨습니다. 4년제 대학 나왔는데 제가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이해력과 전달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제와서 답을 회피하는 자세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공신력 있는 기관이었기에 부모가 돼서 처음 마주하는 크림하우스보다 더 믿었는데 국민을 보호는 못할망정 허망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분노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 했을까요.’

이게 그 당시 환경부의 대응 상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회사는 한도 끝도 없이 극단의 바닥으로 떨어졌던 것입니다.

: 인증 취소 이후에 비슷한 업계에서는 차라리 친환경인증을 안 받는 게 좋다는 말이 돈다고 하는데요?

크림하우스 : 친환경인증 비용이 2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근데 200만원 비용 들여서 매출액이 200억원 감소하는 이런 인증을 받을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 친환경인증제도에서 사용금지하는 UN GHS의 H코드에 해당하는 물질이 한 2,067개 입니다. 이렇게 많은 물질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직접 검사하거나 어디에 테스트를 의뢰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크림하우스 : 제가 자동차 내장재 만드는 연매출 700~800억원 정도 규모의 회사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오직 제 판단입니다만, 200억은 고사하고 연매출 1,000억 되는 회사도 불가능할 겁니다. 대기업 계열사라 해도 2,000여개의 UN GHS H코드를 관리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봅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참고인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남광희 환경산업기술원장님 나와주세요.

환경산업기술원이 기업 측에 보낸 인증취소 통보서입니다. 자, 보시죠. 적발일시가 2010년 10월 11일로 돼있습니다. 실제로는 2017년 10월 11이 맞습니다. 위반내용도 사용금지 원료 사용이라고 돼있는데, 이것도 아닙니다. 위반법령도 시행령 제28조 1항 1호가 아니라 제28조 1상 2호가 맞아요. 그리고 해당 물질도 DAMc가 아니라 DMAc입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저 공문을 받는 기업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이게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에서 보낼 수 있는 공문입니까?

또 저 통보서에는 ‘인증취소 이후에는 인증표시를 부착할 수 없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공문은 저렇게 보내놓고 왜 인터뷰에서는 절대 유통되면 안 되는 거라고 했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내용들을 경쟁업체가 온갖 맘카페에 올려서 해당 기업을 몰살시킨 것 아닙니까.

남광희 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이하 남) : 인증취소 통보서는 제가 지금 처음 보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이 몇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환경산업기술원이 그동안에도 문제가 정말 많았는데,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알게 됐습니다. 인증제도의 전반적인 개편 계획을 환경부와 함께 만들어서 보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