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서울시가 카드수수료를 0%를 낮추는 ‘제로페이’를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가 카드수수료를 0%를 낮추는 ‘제로페이’를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0% 시대’가 조만간 열린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른바 ‘제로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 플랫폼 구축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결제수수료를 0%대까지 낮출 수 있는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시를 중심으로 연말 시범 도입된다. 문제는 ‘제로페이’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느냐다. 국내 결제 시장에서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정부는 소득공제 혜택 등을 유인책으로 내놨지만 업계에선 더욱 강력한 홍보 캠페인과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카드수수료 0% 시대 온다 

소상공인 결제수수료를 0%대로 낮추는 ‘제로페이’는 오는 12월부터 시범 도입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공동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제로페이는 결제 과정에서 중간단계인 VAN사(결제대행업체)와 카드사를 생략해 0%대의 수수료 부담이 가능하도록 만든 결제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인식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직거래 시스템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5개 민간 결제플랫폼 사업자, 11개 시중은행과 공동으로 기본 인프라에 해당하는 ‘공동QR’ 개발을 완료했다. 소비자들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기존의 간편결제 앱을 통해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판매자가 매장내 결제단말기(POS기)에 있는 QR리더기로 소비자의 앱에 있는 QR을 읽은 뒤 결제하는 방법도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제로페이를 안착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사위크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제로페이를 안착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사위크

소상공인 간편결제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평균 0.3%로 책정됐다. 가맹점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8억원 이하는 0%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기존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현행 신용카드 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이 0.8% △연매출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이 1.3% △연매출 5억 원 이상 일반가맹점이 2.3%를 지불하고 있다. 기존 수수료 비교하면 평균 1.63%가 낮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지원대책 일환으로 추진돼온 사업이다. 매출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영업자들은 한달에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자, 카드수수료 경감 대책을 내놨다. ‘제로페이’는 수수료 부담을 0%대까지 낮출 수 있어, 가장 획기적인 대책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소상공인 지원안에 따르면 제로페이가 기존 신용카드 결제의 10%만 대체해도 자영업자 1인(연평균 매출액 5억5,000만원, 종합소득세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성실사업자 가정시)은 연간 9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제도페이가 잘 도입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로페이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스템이 잘 구축돼야 할 뿐만 아니라, 가맹점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공동가맹점을 모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신청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아직 도입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제로페이를 안착시키기 위해선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마트협회 홍춘호 정책이사는 “제로페이의 도입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제로페이가 안착되기 위해선 가맹점 확보가 중요하다. 아직 많은 소상공인들이 제로페이가 뭔지, 잘 모르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알고 있지만 일반 골목상권 상인들은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다. 서울시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적극적으로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가맹점‧소비자 유인책 필요… “홍보와 혜택 확대해야”   

카드수수료율 적용을 매출구간별로 나누지 않고, 균등하게 0%로 적용하는 방법도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홍 이사는 “기존 카드수수료와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매출구간별로 0~0.5%대로 나눈 것에 대해 ‘또 차별이냐’며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도 있다”며 “매출 구간을 나누지 말고, 0~0.1%대로 낮추면 더 많은 가맹점이 참여해 제로페이가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맹점이 늘어나도 소비자가 써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소상공인업계에서 제도페이가 실효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신용카드 수수율율은 매출 구간에 따라 0.8~2.3%에 달한다. 제로페이가 이용하면 수수료율은 평균 0.3%대 낮아진다.
현행 신용카드 수수율율은 매출 구간에 따라 0.8~2.3%에 달한다. 제로페이가 이용하면 수수료율은 평균 0.3%대 낮아진다.

국내 결제 시장은 신용카드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간편결제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결제하는 게 익숙하다. 카드사들은 다양한 혜택으로 고객들은 유인하고 있다. 더구나 ‘후불제’인 신용카드와 달리 제로페이는 통장에 잔액이 있어야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다. 체크카드 시장의 고객을 일부 뺏어오는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QR 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는 국내 소비자에게 아직 낯선 형편이다. 

정부는 40%까지 소득공제가 된다는 점을 고객 유인책으로 발표했다.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이 15%,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이 각각 30%라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공제율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고객을 유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보다 강력한 혜택을 마련해 유인책을 늘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안진걸 소장의 의견도 같았다. 안 소장은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취지를 공감하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보기에 제로페이의 전망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며 “다만 제로페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유인책에 대한 고민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 소득공제 혜택 외에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소상공인 가맹점들도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시, 마일리지 혜택을 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거쳐 조만간 인하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제로페이’까지 시작에 잘 안착된다면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비용은 한결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