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스무 살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배우 김새론, 참 잘 컸다. /데이드림 제공
어느덧 스무 살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배우 김새론, 참 잘 컸다. /데이드림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다가도 배우로서 본인의 철학과 생각을 전할 때는 누구보다 신중했다. 고민 끝에 내놓은 그의 대답 하나하나는 나이만 먹은 어른이 듣기 부끄러울 정도로 깊고, 어른스러웠다. 어느덧 스무 살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배우 김새론, 참 잘 컸다.

김새론은 2009년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영화 ‘여행자’에 캐스팅돼 10살의 나이로 국내 최연소 배우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연기 경력 10년 차 배우다. 이후 ‘아저씨’(2010)로 약 620만 관객을 동원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며 ‘천재 아역 배우’로 불렸다.

이후 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2011~2012), ‘패션왕’(2012), ‘여왕의 교실’(2013), ‘눈길’(2015), ‘화려한 유혹’(2015~2016), ‘마녀보감’(2016) 등과 영화 ‘나는 아빠다’(2011), ‘이웃사람’(2012), ‘바비’(2012), ‘만신’(2014), ‘도희야’(2014)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올해 19세로 이제 곧 성인이 되는 김새론은 자신의 10대 마지막 작품으로 마동석과 함께 한 영화 ‘동네사람들’(감독 임진순)을 택했다. 극중 김새론은 절친했던 친구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사건을 홀로 풀어나가는 강인하고 똑 부러지는 여고생 유진으로 분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새론은 고등학생이지만 누구보다 정의롭고 강단 있는 소녀 유진과 똑 닮아있었다. 김새론도 자신과 비슷한 유진을 통해 10대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두고 싶어 ‘동네사람들’을 택했다고 밝혔다.

김새론은 자신의 10대 마지막 작품으로 마동석과 함께 한 영화 ‘동네사람들’(감독 임진순)을 택했다. /데이드림 제공
김새론은 자신의 10대 마지막 작품으로 마동석과 함께 한 영화 ‘동네사람들’(감독 임진순)을 택했다. /데이드림 제공

-영화는 어땠나.
“열심히 찍으면서 어떻게 편집이 되고 만들어질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재밌는 부분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봤던 것 같다.”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액션 스릴러지만 드라마적인 내용도 있고, 무겁지 않게 코미디도 있었다. 다양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 10대 마지막으로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내 모습을 많이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유진이라는 캐릭터가 나와 동갑이고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유진과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은.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게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으로 옮긴다. 그런 점들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또 나이나 상황, 여고생인 것도 그렇고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극중 유진이 기철을 향해 “나 이제 다 컸다. 나이만 먹으면 된다”라고 말한다. 10대들에게 아직 어려서 모른다고 말하는 모든 어른들에게 하는 대사 같았다.
“(임진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고 정한 대사였다. 단순하게 ‘너는 내 마음 몰라’라는 의미보다는 나이는 사건에 무관심하고 신경 쓰지 않는 어른들이 어른으로 보이지 않았던 마음이 담겨 있던 것 같다. 또 유진이 나이는 아이지만 다른 어른보다 더 나은 행동을 한다. 나이로 어른과 아이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대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대사가 많았는데 그 대사(이제 다 컸다. 나이만 먹으면 된다)가 정해졌을 때 감독님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실종된 친구 수연(신세휘 분)을 찾아 나서는 역할이다. 절절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는데, 평소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감정보다 상상으로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감정 연기를 할 때 어떻게 접근하고 준비하나. 
“경험하지 못한 감정들이 더 많다. 이번 역할뿐만 아니라 모든 역할들이 다 경험을 해볼 수는 없는 일들이다. 상상해서 가져오는 것들도 있고 평소 기억 중에 유사한 기억을 갖고 올 때도 있다. 캐릭터의 감정과 기억들을 만들어놓고 연기를 하는 것 같다. 친구를 실제로 잃어본 적은 없지만 수연과 보낸 추억과 시간들을 촬영 전에 미리 만들어 놨다. 그런 기억을 만들어놓으니까 상황이 닥쳤을 때 정말 유진이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게 되더라.”

-기철이 유진의 말을 들어주고 유일하게 상식이 통하는 어른이다. 김새론 배우에게도 기철 같은 존재가 있나.
“꽤 많다. 그런데 아무래도 선생과 제자의 이야기다 보니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나의 진짜 선생님이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과 지금까지도 제일 친한 친구이자 선생님이다. 의지가 돼준 분이다. 어릴 때부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해주셨고, 학교생활도 많이 도와주셨다. 무엇보다 다른 친구들과 다를 것 없이 대해주셨다. 그게 너무 감사하다. 지금도 만나면 이런 저런 얘기하며 수다 떤다. 정말 좋다.”

-유독 힘든 역할을 많이 소화했다. 참여한 작품이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나.
“촬영이 끝나는 순간 바로 돌아오거나 확 변하지는 않는다. 작품에 대한 여운도 남는다.  하지만 비교적 쉽게 빠져나오는 편인 것 같다. 어두운 감정과 슬픔이 남아있기보다 그 역할로 지내온 시간과 작품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김새론으로 지내는 일상을 보내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금방 돌아오더라.”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김새론 /데이드림 제공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김새론 /데이드림 제공

-진짜 어른이란 어떤 모습일까.
“어렵다. 내 나름대로 생각해본 것은 지금 배울 수 있는 것들과 보고 경험하는 것들을 잘 실행해나가고, 더 차곡차곡 쌓아서 좋은 사람이 된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 좋은 어른이 돼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생들도 아역배우로 활동 중이다. 언니로서 우려되는 점은 없나.
“시작은 셋이 같이 했는데 내가 먼저 이름이 알려지고 활동을 꾸준히 했던 것뿐이다. 동생들은 학업도 병행하면서, 연습도 하고 있다. 내가 걱정해서 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하는 것도 웃기고, 내가 즐겁다고 해서 권유한다고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알아서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곧 스무 살이다.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은.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은 없지만 극장에 갈 때 나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극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영화를 처음 보게 된다면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성인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영화관을 대관해서 팬들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 같이 내 영화를 보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그걸 위해 (출연작을 보지 않고) 아껴두고 있다.”

-영화 ‘아저씨’를 기억하는 대중들은 김새론이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시선이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울 것도 같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 어떻게 성장하는 것들을 누군가 지켜봐 주고 응원해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인 것 같다. 더 잘 커야 할 것 같다.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겠다.”

-과거 인터뷰에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여전히 변함없나. 배우의 어떤 점이 좋나.
“아직까지 변함없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 역할에 들어가서 그 사람으로 살아보고 표현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누군가가 같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렇다 보니 현장도 재밌고 즐겁다. 연기를 하고 싶고 좋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영화 ‘여행자’(2009)를 통해서다. 첫 주연으로 공개한 작품인데 다 같이 힘들게 고생해서 찍은 작품이 영화가 되고, 스크린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에 공감해주고 커튼콜을 하는데 올라오는 감정들이 희한하기도 하고 오묘했던 것 같다. 뿌듯하고 울컥했다. ‘이건 뭐지?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의지가 더 강해지지 않았나 싶다.”

-성인 김새론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
“지금 생각하고 느끼는 있는 것들이 꾸준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계속 좋아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힘든 일도 많을 거다. 앞으로 더 큰일들이 다가오겠지만, 나름 힘들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갔으니 지금이 있는 것 아니겠나. 성인이 돼서 힘든 일이 닥쳤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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