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40억원대 주식을 보유 중인 삼영무역의 미성년자 오너일가는 내년이면 성인이 된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40억원대 주식을 보유 중인 삼영무역의 미성년자 오너일가는 내년이면 성인이 된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미성년자인 오너일가가 어린 나이부터 주식을 보유하는 소위 ‘주식금수저’ 문제는 이번 국감에서도 다뤄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성년자 주식 보유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일부 대자산가들이 미성년자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준 뒤 배당소득이나 임대소득을 거둬가는 경우가 있다”며 “미성년자가 물려받은 자산의 배당소득이나 임대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지 밝혀 실질 과세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 역시 미성년자가 보유 중인 주식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기준 2조300억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발표하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보여 주는 객관적 지표이며 주식증여와 배당금을 통해 특별한 경제활동 없이도 성인보다 많은 소득을 거둬들이는 부의 대물림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식금수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몇몇 주식금수저들은 부지런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금수저 관련 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삼영무역 오너일가 A군이 대표적이다.

A군은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삼영무역 주식 3,5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규모는 약 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A군의 보유 주식은 29만4,852가 됐다. 주가가 다소 하락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약 41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A군은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매달 꼬박꼬박 주식 사는 것을 잊지 않는 모습이다. 오너일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매입규모가 크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미성년자가 본인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규모 또한 아니다. 매달 수천만원에 달하는 자금을 주식 매입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한 이달 초엔 이례적으로 2,000주의 비교적 많은 주식을 한꺼번에 매입했다. 평소 300~400주를 사들이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보유 주식을 늘리기 위해 주가 하락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A군의 이 같은 행보는 주식금수저가 지닌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실질적으로 더 많은 자산을 물려받으면서, 증여 비용은 아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A군은 두 돌이 조금 지났을 무렵에 증조할아버지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으면서 주식 보유를 시작했다.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주식을 매입한 A군이다. 이를 통해 꾸준히 배당금을 수령했고,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증식 효과도 봤다. 비록 최근에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10년 전 삼영무역 주가는 2,000원대였고 현재는 1만4,000원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A군이 ‘미성년자 주식금수저’ 꼬리표를 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0년생인 A군은 내년이면 법적으로 성인이 된다. 이와 함께 주식을 대거 보유한 미성년자 오너일가 명단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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