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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말하다
대한민국 남녀 임금차별, 이대로 괜찮나
[인권을 말하다 - 페이미투⑤] ‘아이슬란드의 도전’에서 배우다
2018. 11. 06 by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똑같은 일을 하는데 받는 임금은 다르다. 성별로 따지면 ‘여성’이 그 피해자다. 같은 일을 하고도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임금을 주는 이도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는 법으로도 금지돼 있지만 작동이 멈춘 지 오래다. ‘불평등’이 당연한 듯 똬리를 튼 이유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행되는 차별. 뭔가 잘못됐다. 대한민국 남녀임금차별, 이대로는 안된다. [편집자주]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아이슬란드는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남녀 임금을 차별할 경우 고용주에 벌금 부과한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남녀 동일임금’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구조화한 것은 아이슬란드가 처음이다. 더욱 주목되는 건 아이슬란드가 이 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의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아이슬란드 여성의 임금 평등을 위한 노력은 1975년부터 시작됐다. 1975년 10월 24일 있었던 ‘여성 총파업(Women’s Day Off)’은 아이슬란드의 역사를 바꾼 날로 기록되고 있다. 이날 여성들은 일과 가사노동을 전면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사진은 여성총파업 당시 모습. / 아이슬란드 의회 홈페이지
아이슬란드 여성의 임금 평등을 위한 노력은 1975년부터 시작됐다. 1975년 10월 24일 있었던 ‘여성 총파업(Women’s Day Off)’은 아이슬란드의 역사를 바꾼 날로 기록되고 있다. 이날 여성들은 일과 가사노동을 전면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사진은 여성총파업 당시 모습. / 아이슬란드 의회 홈페이지

◇ ‘차별의 불법화’, 법으로 강제한 남녀 임금차별

아이슬란드는 올해 1월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증제 의무화법’을 시행중이다.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 동등한 보수를 제공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성별·인종·국적과 무관하게 동일노동이라면 급여를 똑같이 줘야 한다. 고용주는 직원 수가 25명 이상이면 임금격차에 ‘성별 요인’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을 못 받을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아이슬란드의 도전은 동일한 노동에 대해선 남녀 임금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구조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동일임금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법으로 강제화 한 것은 아이슬란드가 처음이다. 

물론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40년 넘게 싸워 이뤄낸 성과다. 

아이슬란드 여성의 임금 평등을 위한 노력은 1975년부터 시작됐다. 1975년 10월 24일 있었던 ‘여성 총파업(Women’s Day Off)’은 아이슬란드의 역사를 바꾼 날로 기록되고 있다. 이날 여성들은 일과 가사노동을 전면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40%가 넘는 성별 임금격차와 불공정한 고용 관행에 분노한 여성들은 평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2016년 10월 25일, 아이슬란드의 여성 직장인들은 오후 2시 38분에 퇴근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동일임금을 적용한다면 여성들은 오후 2시 38분 이후로는 공짜로 일해주고 있는 셈인데, 여성들은 그런 무임금 노동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사진은 당시 항의시위를 다룬 INDEPENDENT 보도내용 갈무리.
2016년 10월 25일, 아이슬란드의 여성 직장인들은 오후 2시 38분에 퇴근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동일임금을 적용한다면 여성들은 오후 2시 38분 이후로는 공짜로 일해주고 있는 셈인데, 여성들은 그런 무임금 노동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사진은 당시 항의시위를 다룬 INDEPENDENT 보도내용 갈무리.

레이캬비크 스퀘어에서 열린 총파업에는 약 2만5,000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아이슬란드 전체 여성의 90%에 달하는 규모였다. 직장과 가정에서 동시에 일손을 놓는 강력한 파업은 아이슬란드 경제와 사회에 여성이 공헌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남성들에게 체감시켰다. 이 사건은 남성들의 인식을 바꾸는 분수령이 됐다.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나라는 바뀌기 시작했다. 총파업 이듬해인 1976년 남녀 고용평등법이 의회를 통과했고, 1980년에는 유럽 최초로 여성 대통령(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이 탄생했다.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세계 첫 여성 대통령이었다. 당원 모두가 여성인 정당이 출범했고, 비그디스는 1996년까지 16년 동안 대통령 자리를 지켰다. 여성 평등권 역시 그만큼 높아졌다.

◇ ‘양성평등 1위’ 만든 여성의 정치 파워 

하지만, 여전히 임금격차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같은 노동 조건 아래서 남성보다 15% 이상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6년 10월 아이슬란드의 여성 직장인들이 오후 2시 38분에 퇴근하는 항의시위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임금 격차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동일임금을 적용한다면 여성들은 오후 2시 38분 이후로는 공짜로 일해주고 있는 셈인데, 여성들은 그런 무임금 노동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아이슬란드 의원의 50% 가까이가 여성이다. ‘남녀 임금평등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여성들의 막강한 정치 파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2012년 7월 8일 국회의사당에서의 축제 회의 / 아이슬란드 의회 홈페이지
아이슬란드 의원의 50% 가까이가 여성이다. ‘남녀 임금평등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여성들의 막강한 정치 파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2012년 7월 8일 국회의사당에서의 축제 회의 / 아이슬란드 의회 홈페이지

올 초 시행된 ‘남녀 임금평등법’은 이런 격차마저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아이슬란드에는 196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평등임금법(Equal Pay Act)’이 있다. 하지만 동일임금을 인증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까지 포함시켜 새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 있던 법을 훨씬 더 강도 높게 집행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격차를 좁힐 수 없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성평등도 진전되리라는 것이 아이슬란드 정부의 입장이다.

‘남녀 임금평등법’은 아이슬란드 중도 우파 정부는 물론 야당의 전폭적인 지지로 의회를 통과했다. 아이슬란드가 이 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여성들의 막강한 정치 파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아이슬란드 의원의 50% 가까이가 여성이다. 장관 10명 중 4명이 여성이다. 40% 이상의 여성장관 비율을 유지하도록 할당제를 시행중이다. 남녀비율을 동등하게 하려는 정치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소르스테이든 비글륀손 사회평등 장관은 당시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성별 임금격차를 바로잡기 위해 급진적인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며 “평등은 기본 인간의 권리다. 남성과 여성이 직장에서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달성되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건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