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 새롭게 출발한 티에리 앙리가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AP
감독으로 새롭게 출발한 티에리 앙리가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티에리 앙리. 세계 축구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프랑스 출신의 이 공격수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무려 4번이나 차지했고,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거머쥐는 등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AS모나코, 유벤투스, 아스날, 바르셀로나 그리고 미국 뉴욕 레드불스 등을 거치며 활약했고, 프랑스 국가대표에서도 황금기의 주역 중 하나였다. 우리에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한 바 있어 더욱 친숙한 존재다.

하지만 선수시절의 명성이 반드시 지도자로서의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우린 이미 수차례 이를 목격했다. 세계적인 명장 중에선 선수 경험이 일천하거나 별 볼일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앙리 역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전설적인 공격수 앙리는 자신의 선수시절 데뷔구단인 AS모나코에서 감독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월드컵에서 벨기에 국가대표팀의 코치를 맡은 데 이어 본격적인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감독 데뷔 이후 첫 5경기 성적은 2무 3패로 초라하기만 하다. 특히 가장 최근 열린 챔피언스리그 브뤼헤와의 경기에선 0대4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감독 부임 자체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프랑스 리그앙에서 PSG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존재로 평가받던 AS모나코는 올 시즌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초반 10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두는데 그치며 강등권까지 추락한 것이다. 결국 AS모나코는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을 경질하고, 앙리에게 중책을 맡겼다.

문제는 앙리도 지도자로선 ‘초짜’라는 점이다. 철저한 준비기간 없이 구원투수로 투입되기엔 감독 경력이 일천하다. 보통 위기에 놓인 팀들은 경험이 풍부한 감독을 선임해 분위기 쇄신을 노리곤 한다. 특히 경험이 많은 감독들은 그만큼 뚜렷한 스타일을 갖고 있어 팀 상황에 맞춘 선택이 한결 용이하다.

물론 앙리라는 존재 자체가 선수들에겐 큰 자극제이자 동기부여일 수 있다. 하지만 레전드에 대한 동경과 전반적인 전력 재정비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앙리 역시 부임 이후 쉽지 않은 상황에 적잖은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앙리의 AS모나코는 PSG라는 큰 산을 앞두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2일 새벽, PSG와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다. 현재 상황에서는 대패를 면하는 게 당면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감독으로서 걸음마를 시작한 앙리가 고향팀을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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