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겸 배우 손나은이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으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겸 배우 손나은이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으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로 또 한 발짝을 내디뎠다. 무대 위 화려한 모습 대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때 분장’까지 불사했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예쁨’을 내려놓는 ‘도전’이었지만, 스크린 속 손나은은 항상 그랬듯 빛이 났다.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겸 배우 손나은이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으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 분)과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 분)이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 영화다. 1986년 개봉한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극중 손나은은 가문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 기묘한 신력을 지닌 여인 옥분 역을 맡았다.

2011년 걸그룹 에이핑크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드라마 ‘대풍수’(2012~2013), ‘무자식 상팔자’(2012~2013), ‘두번째 스무살’(2015),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2016) 등을 통해 배우로도 활발한 활약을 펼쳤다. 또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해 스타일 아이콘으로 불리며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다.

손나은이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여곡성’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손나은이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여곡성’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그런 손나은이 스크린 주연 첫 데뷔작으로 사극 공포물을 택했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첫 도전에서 쉽지 않은 장르를 택한 것에 대해 “연기할 때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로 인터뷰는 처음이다.
“맞다. 멤버들 없이 인터뷰하는 것도 처음이다. 영화로 처음 인사를 드리면서 인터뷰를 하는 거라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도 이제 조금 긴장 풀리고 적응되면서 괜찮은 것 같다. 약간은 즐기면서 하는 것 같다.”

-‘여곡성’을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영화라는 장르에 관심도 많았고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였다. ‘여곡성’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평소 좋아하는 공포와 사극이라는 점이 끌렸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옥분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됐고 바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 메이크업 열연을 펼쳤다.
“완전한 노 메이크업은 아니지만 거의 노 메이크업이었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메이크업을 아예 하지 말자고 의견을 냈었는데, 스태프들이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면서 ‘잡티는 가리자’고 하셔서 살짝 했다. 조금 아쉽긴 하다. 때 분장도 하고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지켜주신 것 같다. 하하.”

-한복이 잘 어울렸다. 스크린에서 직접 본 소감은.
“에이핑크로서 예쁘고 화려한 이미지만 보여드리다가 연기할 때만큼은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크업도 덜어내고 사극 머리를 하고, 한복을 입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여곡성’을 선택했던 것도 있다. 항상 생각하는 손나은의 이미지와는 연기할 때는 다른 차별성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조금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할까.”

-옥분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초반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버려진 아이였다가 한 집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임신을 하면서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압박도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악을 선택하는 비운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찍으면서 옥분이 불쌍하다고 느꼈다. 살기 위해서,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불쌍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언론시사회에서 옥분이라는 캐릭터가 본인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닮았다고 느꼈나.
“옥분은 스스로 자기의 운명을 선택하고,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그런 모습이 내가 꿈을 선택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다. 또 옥분은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약하고 순종적이지만 표현할 때는 표현하고 외유내강형이다. 그런 모습이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선배 서영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유영선 감독님이 나는 공부하는 스타일이고 서영희 선배님은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혼자 끙끙 앓으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서영희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많이 배웠다. 열심히 준비해도 막상 현장에 나가면 부딪히는 것들이 많다. 현장 가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들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에서 많이 본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영희의 연기가 본능적이라고 느꼈을 때가 언제인가.
“현장에서 사적인 얘기를 많이 했다. 작품 얘기 외에도. 그런데 막상 촬영이 들어가면 딱 바뀌더라. 그런 모습들이 인상 깊게 느껴졌던 것 같다.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바로 나오는 게 아니더라. 어느 정도 여유가 필요하더라. 나는 아직 그런 건 안 되는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여곡성’에서 옥분으로 분한 손나은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여곡성’에서 옥분으로 분한 손나은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아이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피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본업이 가수이기 때문에 평생 따라다닐 수식어인 것 같고, 팀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수로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연기로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팀 활동도 10년이 안 됐다. 마의 7년도 넘겼고, 팀으로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팀 활동 병행하면서 연기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비율을 잘 맞춰야 할 것 같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많은데, 본인만의 계획이 있다면. 
“조급하지 않게 가는 것이다. 지금 좋은 기회로 스크린 주연으로 연기를 하게 됐지만, 그전에는 사실 드라마를 많이 했다고 해도 작은 역할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올라왔던 것 같다. 그런 나의 페이스가 좋고 팬들도 좋아해 준다. 앞으로도 그렇게 가고 싶다. 차근차근, 꾸준하게.”

-야망 있는 옥분과 닮았다고 했지만, 실제 손나은은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욕심 많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에이핑크로 데뷔를 하고 가수 생활을 하면서 연기도 하고 싶고, 이루지 못한 미술도 하고 싶다. 개인전도 하고 싶다. 이런 사소한 욕심들이 있다. 가수로서도 이루지 못한 것이 너무 많다. 멤버들도 항상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가수로서 자리를 잡은 것 같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목마른 상태다. 더 큰 무대에도 서고 싶고, 청순 콘셉트로 데뷔를 했는데 색다른 시도도 해보고 싶다. 멤버들이랑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욕심은.
“배우로서는 이제 첫 발을 내디딘 기분이다. 인터뷰도 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사실 ‘배우 손나은, 손나은 배우님’이라고 불러주시는 것이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된다. 촬영 현장에서 의자에 ‘손나은 배우’라고 쓰여있었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도 아직 조심스럽다. 더 노력하고 꾸준히 가면서,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손나은이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손나은이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마일이엔티 제공

-에이핑크가 아이돌의 ‘마의 7년’을 견뎠다. 비결이 무엇인가. (다수의 아이돌 그룹들은 소속사와 7년 계약을 맺는다.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면 멤버들의 선택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멤버 변화를 맞거나 해체를 하기도 한다. 이에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는 ‘마의 7년’이라는 속설이 생겼다.)
“멤버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같았기 때문에 하나로 뭉치지 않았나 싶다. 멤버들의 생각이 다 같다. 팀으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고, 개인으로서도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기 때문에 흩어져서 일하다가 또 뭉쳐서 에이핑크로 보여드리는 모습들이 너무 멋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하고 계신 선배님들도 있고,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팬들을 향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팬들에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고 전한 적이 있다고.
“어떤 일을 하든 간에 편하게 생각하고 안주할 수도 있는데 팬들이 있어서 더 발전해야겠다, 잘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일할 때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동기 부여가 없다면 발전할 것도 없을 거다. 실력 면에서도 그렇지만, 인간 손나은으로서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한 공부를 더 하려고 한다. 사소하지만 책을 더 많이 읽는다든지. 반성하게 만드는 팬들도 있다. 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 너무 고마운 존재인 것 같다. 없어서는 안 될.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까지 있는 것 같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여러 가지 많은 평가를 받을 거라 감안하고 시작했다. 좋은 말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부정적인 평가들을 보면 흔들리고 상처받기는 한다. 그런데 또 그런 글들이 없으면 더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반성하게 되는 것도 있고, 노력해야겠다는 마음도 들기 때문이다. 어떤 평가든 수긍하려고 한다. 이번 영화가 개봉하면서는 힘이 되는 말들 하나하나가 다 감사했다. 응원한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되는 것 같다.”

-‘여곡성’은 배우 손나은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드라마에서 초심을 느끼게 해주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작품이 ‘무자식 상팔자’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찾아본다. ‘여곡성’도 영화 중에 그런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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