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염경엽이 돌아온다. /뉴시스
‘감독’ 염경엽이 돌아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는 이별이 예고돼있던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염경엽 단장을 선택했다. 이로써 ‘염갈량’은 2016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감독으로 돌아오게 됐다.

감독으로서 두 번째 도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염경엽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

2012년 9월, 넥센 히어로즈는 김시진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이유는 성적부진이었지만, 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팀을 잘 키워왔고, 본격적인 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경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는 이후 신임 감독으로 염경엽이란 이름을 내밀었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결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염경엽 감독은 선수 시절 화려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고, 코치로서의 경력도 그리 길지 않았다. 그를 향한 시선엔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반면, 염경엽 감독의 두 번째 감독 도전은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연봉부터가 파격적이다. SK 와이번스는 연봉 7억원 등 3년·25억원의 계약을 염경엽 감독에게 안겨줬다. 이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염경엽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를 4년간 이끌며 인상 깊은 성과를 남겼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4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2014년엔 반경기차 정규리그 2위와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염경엽 감독은 방향성이 뚜렷한 팀전력강화 및 선수육성으로 국내 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넥센 히어로즈에서 물러난 뒤 곧장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단장으로 변신한 염경엽 감독은 과감하면서도 팀에 도움이 되는 트레이드로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달라진 것은 그를 향한 시선만이 아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끌게 될 팀도 달라졌다.

사실, 염경엽 감독이 이끌던 시절 넥센 히어로즈와 최근의 SK 와이번스는 닮은 구석이 많다. 비교적 작은 구장을 사용하면서 홈런타자들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염경엽 감독이 이끌던 넥센 히어로즈와 염경엽 단장이 이끈 SK 와이번스는 연신 연간 팀홈런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구석도 많다. 넥센 히어로즈는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신생구단으로서 ‘도전자’의 성격이 짙었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화려한 경험을 쌓은 선수들도 일부 남아있었지만, 대부분 ‘언더독’이었다. 우승권 전력을 갖췄지만 번번이 가을야구에서 고개를 숙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반면, SK 와이번스는 가장 최근 우승을 경험한 팀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듯,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더할 나위 없이 값지다.

마운드의 무게감이 든든하다는 점도 다른 부분이다. 염경엽 감독이 이끌던 넥센 히어로즈는 막강한 타선에 비해 마운드가 약했다. 그나마 확실한 외국인 투수가 있어 다행이었지만, 국내 투수 중에선 좀처럼 믿음직한 선발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불펜 역시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와 필승조를 갖췄지만, 깊이가 얕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팀평균자책점 부문 리그 1위였고, 특히 선발투수 팀평균자책점도 1위를 차지했다. 였다. 토종선발 박종훈과 김광현이 각각 14승과 11승을 책임지며 활약한 덕분이다. 구원투수 팀평균자책점이 다소 저조했고, 확실한 마무리투수를 갖추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마운드의 깊이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든든한 자금지원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넥센 히어로즈는 전력 강화를 위해 외부영입을 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잘 키워놓은 선수들이 FA로 떠나는 일이 많았다. 반면 SK 와이번스는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거나 붙잡을 여력이 충분하다. 올 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제2의 왕조 구축을 꿈구고 있는 만큼 당장 지갑을 열 가능성도 있다.

많이 달라진 환경 속에 돌아온 염갈량이 넥센 히어로즈 시절 풀지 못한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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