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처럼 포장된 그럴듯한 거짓말. 바로 ‘가짜뉴스’다. 날조된 이야깃거리가 대중매체를 거치며 ‘정보’로 뒤바뀐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입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익을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짜뉴스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진실까지 가려버리는 선동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편집자주]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은 심화되고 있다. 처벌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은 심화되고 있다. 처벌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가짜뉴스에 대처해야 하는 주된 이유는 파급력이다. 가짜뉴스는 진짜뉴스 대비 6배 빠른 확산 속도를 가진다. 규제 필요성이 언급되는 까닭이다. 미온적 대응으로는 가짜뉴스를 멈출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규제’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 규제 찬성…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길

지난 3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가짜뉴스 확산 속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트위터에 게재된 12만6,000개의 게시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짜뉴스는 트위터 사용자 1,500명에게 도달하기까지 평균 10시간이 걸렸다. 반면 진짜뉴스는 60시간이 소요됐다. 가짜뉴스의 확산 속도는 진짜뉴스 대비 6배 빠른 셈이다. 심지어 리트윗(공유) 횟수 역시 가짜뉴스가 진짜뉴스 대비 70% 더 많았다. 가짜뉴스 규제 필요성이 언급되는 근거인 셈이다. 

여론 역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한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3.5%가 도입에 찬성했다. 개인의 명예와 민주주의 보호를 위한다는 이유다. 국민 10명 중 6명은 가짜뉴스 규제에 찬성하는 셈이다. 10월 5일 진행된 조사에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이 응답한 결과다. 조사 방식은 무선(80%), 유선(20%) 자동응답 임의전화걸기 방식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정당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거나 우세했다.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에서도 가짜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지속 발의되고 있다. 최근까지 국회에 제출된 가짜뉴스 방지법안은 11개다. 대부분은 가짜뉴스 확산 피해를 막기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미국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은 허위 사실이 민주주의를 해친다고 표현했다. 선스타인은 “표현의 자유는 부분적으로 민주적인 정부를 키워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하지만 사람들이 거짓 루머를 퍼뜨린다면 민주주의 자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공직자나 단체에 대한 루머는 더욱 그렇다. 그럴 경우 정당한 사유도 없이 사람들이 지도자는 물론 정부 정책과 정부 자체에 대해 가졌던 신망을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거짓 루머는 우리가 국민으로서 크고 작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전한 사고 능력을 좀먹는다”고 말했다. 규제의 필요성이 언급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리는 지난 10월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는 사회의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라며 “국론을 분열하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다.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규제 반대… 표현의 자유,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

반면, 규제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선한 의도로 접근할 경우라도 ‘검열제’ 자체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5일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표현의 자유의 위기’를 주제로 국회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엄벌주의를 통해 가짜뉴스를 대응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이날 “가짜뉴스 대응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아울러 언론의 신뢰를 강화시키는 일이다. 정치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업자들의 자정노력이 이어지도록 자율규제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같은 의견이다. 지난 10월 16일 법무부가 발표한 ‘알 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방안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용자의 표현 자유까지 과도하게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가짜뉴스 처벌을 내세운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오픈넷은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를 반대했다. 국가권력에 의한 표현물 검열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오픈넷은 “정치권력은 근거 없고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검증하며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존재”라며 “정권에 대한 부정적 표현물을 일방적으로 금지, 차단하고 반대자를 처벌하는 행태가 어디서 주로 벌어졌는지를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12월 이미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허위사실의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올바른 정보 획득이 침해되거나 사회질서를 교란해 위험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허위사실 표현으로 논쟁이 발생하는 경우, 문제 되는 사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공익을 해하거나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등을 언급했다. 

특히, 최근 국회에 발의된 가짜뉴스 방지법 내용에 과도한 처벌 내용이 담기며 규제 반대 의견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가짜뉴스 방지법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의원 가운데 4명은 벌칙에 ‘징역형’을 명시했다. △김성태 의원 △강효상 의원 △이장우 의원 △박완수 의원 등이다. 심지어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7년 이하의 징역 및 7,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처벌 조항은 반민주적인 행태라는 비판이다. 

다만, 미디어 사용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이미 규제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 범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방통위는 2018업무보고를 통해 △민간 팩트체크 기능을 지원하고 △가짜뉴스 신고를 활성화하며 △사실 관계에 논란이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논란(disputed) 표시를 부착하는 규제방안을 하반기 계획으로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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