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정부가 추진 중인 '협력이익공유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해소 방안으로 도입되는 이 방안을 둘러싸고 재계와 중소기업, 시민사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협력이익공유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해소 방안으로 도입되는 이 제도를 둘러싸고 재계와 중소기업, 시민사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중소기업은 흔히 ‘우리 경제의 뿌리’라고 불린다.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해 우리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중요한 토대다. 이에 이 뿌리가 무엇보다 탄탄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가 대기업 위주의 빠른 성장정책을 펼치는 사이,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된 질적 성장을 하지 못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공정경제’ 확립과 ‘상생협력’으로 대표되는 정책이다. 이 가운데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정책이 바로 ‘협력이익공유제’다. 재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제도의 취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해소 방안될까 

이 제도는 대기업이 협력사와의 협력 성과로 이익을 달성했을 시, 그 재무적 성과 이익의 일부를 사전 약정계약에 따라 협력사와 나누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도입 기업에 세금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침을 세웠으며, 이를 위한 법제화도 추진 중이다.

이 제도는 기존 ‘성과공유제’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르다. ‘성과공유제’는 원가절감이나 공정개선을 통해 낮아진 원가만큼 보상을 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때문에 적용이 용이한 제조업 등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공동개발 과정에서 원가정보가 공유되면서 추가적인 단가인하 요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매출 등 재무적 성과를 나눠 갖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A대기업과 B협력사가 협력 프로젝트로 기술 혁신을 이뤄 이익이 불어났다면, 이에 대한 재무적 성과를 B협력사와 나누는 방식인 셈이다. 납품단가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필요가 없기에 위탁 판매, 신기술 개발, 디자인, 마케팅,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정부는 △협력사업형 △마진보상형 △인센티브형 등 3개 유형으로 분류해 업종, 경영상황 등에 따라 자율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협력이익공유제는 다른 주요 선진국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 제도"라며 반시장주의적인 제도라는 재계의 반발에 반박했다./시사위크

정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제도를 추진·도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원키로 했다. 인센티브로는 △세제 3종 패키지 지원(손금인정 10%·법인세 세액공제 10%·투자 및 상생협력촉진세제 가중치) △수·위탁 정기 실태조사 면제 △동반성장평가 우대 △공정거래협약 평가 우대 등이 있다. 정부는 이 제도가 생산혁신·기술혁신을 유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재계와 보수야당은 반시장적인 제도라며 각종 부작용 가능성부터 제기했다. 우선 대기업의 이익을 배분하면 대기업의 이윤추구 동기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부품 납품기업으로 협력업체를 변경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여기에 대기업의 성과에 중소 협력업체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제도”라는 격앙된 비판도 이어졌다. 또 무언의 압박으로 반강제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우려도 보냈다.

◇ 반시장주의적? … “오히려 자본주의적인 제도” 

과연 그럴까.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의견을 달리했다. 안진걸 소장은 “이익공유제는 형태가 조금씩 다를 뿐, 미국 등 글로벌 선진국 기업들 사이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 제도”라며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도 기업 20% 이상이 이익공유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알려진다”고 말했다.

또 이 제도가 아주 낯선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영화계로 따지면 러닝개런티(흥행 성적과 연동돼 지급되는 금액)와 비슷한 개념”이라며 “목표 성과 이상을 달성했을 때, 성과를 나누는 것이다. 항간에선 반시장주의적인 제도라고 하는데, 오히려 매우 자본주의에 입각한 제도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가 자율적인 제도임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제도 도입에 압박이 있을 거라는 재계의 우려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성과공유제 역시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많은 기업들이 도입을 했어야 하지 않냐”며 “하지만 참여율은 현재까지 저조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자율적 선택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패널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도입 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과공유제는 지금까지 155개 대기업과 6,360개의 중소기업에서 시행됐다.

안 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제도 도입의 취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계와 종속 관계가 아닌, 진정한 상생과 협력구조를 구축하는 발판의 일환으로 말이다.

안 소장은 “4차산업혁명을 비롯해 경제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기존의 경제 구조만으로는 혁신성장을 이뤄내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지혜를 모아 시너지와 이익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위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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