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었던 2018 프로야구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대망의 막을 내렸다. 이른 봄에 시작한 야구가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한여름을 거쳐 가을의 끝자락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계속된다. 늘 그렇듯 더 나은 다음 시즌을 위해 치열한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정규 시즌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고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스토브리그.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를 짚어본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한화 이글스를 성공으로 이끈 호잉. /뉴시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한화 이글스를 성공으로 이끈 호잉.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1998년 KBO리그가 처음으로 외국인 용병을 받아들인 이래 이들의 존재감은 무척 컸다. 각 팀의 성적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고, 넘치는 개성으로 흥미를 돋우기도 했다.

물론 모든 외국인 용병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씁쓸하게 짐을 싸거나 논란을 남기고 떠난 용병도 적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더 큰 무대에 진출하거나 오랜 세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에 머무는 용병도 있었다.

따라서 진주 같은 외국인 용병을 찾고, 잡는 일은 각 구단들의 스토브리그 최대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외국인 용병이 3명으로 늘어난 요즘엔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먼저, 짜릿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는 4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친 켈리와 이별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에서 켈리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기 때문. 내년에도 켈리와 함께 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비책 마련은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또 다른 외국인 용병 투수 산체스가 비교적 준수한 활약을 펼쳐줬고, 로맥 역시 SK 와이번스에 꼭 필요한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이 둘은 재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용병 타자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다. 올 시즌 영입한 파레디스와 반슬라이크는 모두 실패작이었다. 용병 타자의 활약 없이도 압도적인 정규리그 우승에 성공했으나, 한국시리즈에서는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리그 최고의 외국인 용병 투수 듀오 린드블럼-후랭코프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관심이 변수이긴 하지만, 우선 이들과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두산 베어스의 고민을 덜어줄 전망이다.

역시 그동안 외국인 타자에서 아쉬움이 컸던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막판 든든한 외국인 타자를 얻었다. 뒤늦게 합류했지만 연신 맹타를 휘두른 샌즈가 그 주인공이다. 문제는 투수다. 우선 브리검은 계속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리그 정상급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도중 합류한 해커의 재계약엔 물음표가 붙는다.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많은 기대 속에 로저스를 영입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그를 떠나보낸 바 있다. 로저스를 다시 데려올지, 해커와 인연을 이어갈지, 아니면 제3의 누군가를 데려올지 기로에 서 있다.

올 시즌 뜻밖의 큰 성과를 남긴 한화 이글스는 일찌감치 외국인 용병 투수 문제를 해결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약 가능성이 점쳐졌던 샘슨과 헤일 대신 서폴드와 채드 벨을 선택했다. 안정보단 모험을 택한 셈인데, 일단 선택은 끝났고 결과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준수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용병 타자 호잉은 내년에도 함께할 전망이다.

뒤숭숭한 분위기의 기아 타이거즈도 용병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헥터는 계속 함께하지만 아쉬움이 컸던 팻딘, 용병 타자 버나디나와는 결별할 방침이다. 헥터 역시 연봉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떠날 수 있다. 여러모로 숙제가 많은 기아 타이거즈다.

투타에 걸쳐 외국인 용병 선수들이 무난한 활약을 펼친 삼성 라이온즈도 전력 강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우선 용병 타자 러프와는 재계약이 유력하고, 외국인 투수의 경우 현재의 아델만, 보니야 보다 준수한 선수가 있을 경우 교체할 계획이다. 한동안 이어진 외국인 용병 잔혹사를 끊는데 성공했고, 전력에서 외국인 용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인 만큼 기대도 크다.

많은 돈을 들이고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도 외국인 용병 고민이 깊다. 세 명 중 재계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투수 레일리가 유일하다.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올 시즌 다소 아쉬웠던 번즈도 교체한다. 지난해 함께 했던 린드블럼을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롯데 자이언츠다.

LG 트윈스도 외국인 타자 용병 찾기가 급하다. 투수 쪽은 ‘장수 용병’ 소사와 윌슨 모두 재계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타자 쪽은 진주를 찾아야 한다. 일단 거포 1루수로 컨셉은 잡아뒀다. 이에 과거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했던 로사리오 영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kt 위즈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도 주목을 끈다. 우선 준수한 활약을 펼친 로하스는 재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장수 용병’이다. 충분히 검증된 자원이지만, 임팩트가 강하다고 보긴 어렵다. 안정이냐 모험이냐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꼴찌로 추락한 NC 다이노스도 외국인 용병 문제가 큰 숙제다. 왕웨이중은 결별이 확실해졌고, 베렛과 스크럭스도 결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용병 잘 뽑기로 소문난 NC 다이노스가 다시 예전의 안목을 되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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