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연장의 기로에 선 박정진(왼쪽)과 임창용. /뉴시스
현역 연장의 기로에 선 박정진(왼쪽)과 임창용.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KBO리그 최고령선수는 박정진과 임창용이었다. 최영필의 은퇴 이후 줄곧 최고령 타이틀을 지켜온 두 선수는 1976년생 동갑내기다. 5월 27일에 태어난 박정진이 6월 4일에 태어난 임창용보다 약 일주일 더 형이지만, 박정진은 올 시즌 부상 등으로 1군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다. 실제 1군 경기에 나선 선수 중에선 임창용이 최고령이었던 셈.

만 42세인 이들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임창용은 올 시즌 최고령 세이브, 최고령 포스트시즌 출장 등의 기록을 새로 썼다. 비록 올 시즌엔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박정진 역시 많은 기록을 남겨왔고, 경기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기록을 쓸 수 있는 선수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선수들이기에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의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는 방법은 이들이 태어난 1976년을 살펴보는 것이다.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로봇 애니메이션 ‘태권V’가 개봉했고 김해국제공항과 여의도 KBS가 문을 열었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벌어진 해이기도 하다.

그래도 실감이 어렵다면, 1976년생 운동선수들을 살펴보면 된다. 야구선수로는 현재 지도자로 활동 중인 주형광 코치와 지난해 은퇴한 이승엽을 비롯해 김동주, 이호준, 홍성흔, 조성환, 박진만, 권용관, 이승호, 황두성 등이 있다.

다른 스포츠 및 전 세계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이제는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 안정환도 1976년생이다. 또한 시대를 풍미한 호나우두, 반 니스텔루이, 클루이베르트, 네스타, 발락, 토티, 셰브첸코 등의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이 박정진-임창용과 동갑내기다.

하지만 이들을 다음 시즌에도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두 선수는 새로운 팀을 구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저그 모두 박정진, 임창용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박정진은 그나마 ‘아름다운 이별’로 그려지고 있으나, 임창용은 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여러 뒷말이 나오는 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새 팀을 구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나이다. 기본적으로 기량저하와 부상 등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는 최근의 기류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 모두 ‘현역 연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박정진은 지난 시즌까지도 한화 이글스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임창용도 올 시즌 11년 만에 선발투수로 나서는 등 여전히 구위가 살아있다. 여전히 제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있어 가장 큰 꿈 중 하나는 자의에 의한 ‘아름다운 은퇴’다. 그러기 위해선 두 선수 모두 새로운 팀을 찾고, 다음 시즌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박정진과 임창용은 다음 시즌에도 ‘최고령’ 타이틀을 지키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이들의 겨울나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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