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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선거제도 톺아보기-선거법 개정③] '고무줄' 의석수, 우리 국민은 받아들일까
2018. 11. 21 by 김민우 기자 minwkim86@daum.net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최근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월 24일에는 선거제도 개편과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 등을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출범했고,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 등을 이뤄내겠다는 게 목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에 <시사위크>는 '롤모델'로 불리는 독일 선거제도를 돌아보고, 독일에서의 선거법 개정 과정과 문제점 등을 짚고 우리의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독일 베를린에 있는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 / 베를린시 홈페이지 캡쳐
독일 베를린에 있는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 / 베를린시 홈페이지 캡쳐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초과의석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보정의석이 초과의석으로 인한 표의 등가성 침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도입되는 만큼, 초과의석 발생을 차단해야 연쇄적인 의석증가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과의석의 발생 규모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 선거구제, 의석배분단위, 유권자의 투표행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예측이 어렵다.

◇ 독일, 의원정수 꾸준히 증가

독일의 의원정수는 598석(지역구 299석, 비례대표 299석)이지만 초과의석 및 보정의석 제도로 인해 항상 이를 넘어서는 의석수가 발생했다. 의원정수가 598석으로 정해진 2002년 15대 총선부터 살펴보면 ▲15대 603석 ▲16대 614석 ▲17대 622석 ▲18대 631석 ▲19대 709석 등 꾸준히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의원정수를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2017년 1월 기독민주당(기민당)은 의원정수 630석 규모로 제한할 것을 제안했으나 사회민주당(사민당) 등 야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의석수를 630석으로 제한할 경우 충분한 보정의석을 확보할 수 없어 비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결과 19대 총선 결과 초과의석 46석, 보정의석 65석이 생겨 18대보다 78석 늘었고, 의원정수(598석)에서 111석 초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연방하원이 탄생한 것이다.

의원수 확대는 의회에 들어가는 세금 증가로 이어진다. 당시 독일 현지 언론은 연간 7,500만 유로(966억원)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의원과 보좌진 급여, 사무비품 등 각종 부가 비용이 포함된다. 이를 놓고 라이너 홀츠나겔 독일납세자연맹의 대표는 "의회에 들어가는 비용은 민주주의 원칙을 작동하게 하려는 것"이라면서도 "의원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자동으로 민주주의가 더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올해 선거제도 개혁안 마련을 목표로 여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하원의장은 지난 7월 'RedaktionsNetzwerks Deutschland(RND)' 통신사 소속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선거개혁안이 도출되기를 여전히 희망한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모든 것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최대한의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초과의석 억제방안으로 ▲중선거구제 도입 ▲지역구의석과 비례의석 비율 조정 ▲연방명부 도입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8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결과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반대 의견이 찬성을 크게 앞질렀다. / 리얼미터
8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결과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반대 의견이 찬성을 크게 앞질렀다. / 리얼미터

◇ 정개특위, 의원정수 확대 추진하지만 여론 반대 만만치 않아

의원정수 문제는 우리나라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않고서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포함한 선거제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을 크게 앞지른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매우 반대 37.2%, 반대하는 편 22.7%) 응답이 10명 중 6명인 59.9%로 집계됐다. '찬성'(매우 찬성 16.1%, 찬성하는 편 18.0%) 응답은 34.1%였고 '모름/무응답'은 6.0%로 조사됐다.<리얼미터 조사는 지난 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7,329명에게 접촉해 최종 502명이 응답, 응답률 6.8%을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

이는 '사표 최소화, 비례성 확대'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는 '찬성'(매우 찬성 28.2%, 찬성하는 편 30.0%) 응답이 58.2%, '반대'(매우 반대 7.9%, 반대하는 편 13.9%) 의견은 21.8%로 나타난 것과는 상반된다. 여론은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선거제도 개혁은 동의하지만 그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된 의원 정수 확대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의원정수 확대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연동형 비례제 도입 개정안들도 의원정수를 늘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심 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개특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의원정수 확대를 차단해선 안 된다고 본다"며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명분을 앞세워 밥값 잘하는 국회의원 늘리는 개혁을 가로막는 데 민심이 방패막이로 이용되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장은 중앙선관위 안에 대해서도 "완성된 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중앙선관위가 2018년 버전으로 책임 있는 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는 물론 중앙선관위까지 다들 맞바람을 피해 뒷줄에 앉고 싶은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 앞에서 칼바람을 함께 맞을 각오가 돼야만 선거제 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2015년 선거제 개편 방안을 통해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하되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박영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300석으로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개혁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