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 스미스가 클리블랜드 생활을 청산한다. /뉴시스·AP
J.R. 스미스가 클리블랜드 생활을 청산한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J.R. 스미스가 클리블랜드와의 인연을 마무리한다. ESPN은 21일(현지시각) J.R. 스미스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으며, 새 팀을 구할 때까지는 경기에 뛰지 않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J.R. 스미스는 자신이 “이기는 팀에서 뛰고 싶어서” 클리블랜드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는 팀마다 불화를 일으킨 말썽쟁이며, 가장 큰 장점인 3점 슛 능력도 크게 떨어진 지금 그를 원할 강팀은 많지 않아 보인다. 트레이드 협상이 길어지면 그만큼 스미스를 코트에서 볼 시간도 줄어든다. 파란만장했던 J.R. 스미스의 농구 인생을 되돌아보기 좋은 시점이다.

◇ 닉스 벤치의 에이스, 중국 최고의 선수, 그리고 클리블랜드의 3옵션

나이가 서른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스크린과 3점 슛 등 롤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스미스는 전성기 때는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은 운동능력을 과시했던 선수다. 또한 부정확한 패스를 +3점으로 연결하는 ‘터프 샷’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뉴욕 닉스로 이적한지 2년 만에 올해의 식스맨 상을 따냈던 2012/13시즌, 뉴욕 구단의 1경기 3점 슛 성공 기록을 갈아치웠던 2014년 4월의 경기, 동부지구 결승전에서 리그 1위 애틀랜타를 상대로 28점을 올렸던 2015년 플레이오프 등이 ‘J.R. 스미스 최고의 순간’을 뽑을 때 빠지지 않는 장면들이다.

이색적인 경력도 있다. 지난 2011년 NBA가 선수노조의 파업으로 직장폐쇄에 들어가자 J.R. 스미스는 중국 프로리그 CBA의 저장 골든불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당시 스미스는 32경기에서 평균 34.4득점과 7.4리바운드, 2.5스틸을 기록하며 중국 팬들에게 ‘본토 농구’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역시 J.R. 스미스의 농구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때는 그가 선수생활 12년, 4번의 이적 끝에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2016년이다.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 73승 기록을 쓴 골든 스테이트를 상대로 4대3 역전승을 일궈냈으며, 1·2차전에서 부진했던 스미스는 나머지 경기들에선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프랜차이즈 첫 우승에 기여했다.

◇ 코트 밖에선 악동, 코트 위에선 바보?

선수생활 내내 코트 안팎에서 숱한 사건사고를 일으켰던 J.R. 스미스에겐 언제나 ‘문제아’, ‘악동’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가 지난 15년간 소속팀과 사무국으로부터 받았던 징계가 모두 몇 건인지 일일이 세기도 힘들다. 경기 중 난투극을 벌여서, 클럽에서 놀다가, 어시스턴트 코치에게 수프를 던져서 등 사유도 다양하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뉴욕 닉스 시절에는 인기가수 리한나에게 열렬한 구애를 보내 뉴욕 언론사들의 집중공략 대상이 되기도 했다.

코트 위에서 한눈을 팔다가 ‘본 헤드’ 플레이를 범해 웃음거리가 된 적도 많다. 경기가 아직 진행 중인데도 벤치에 있던 선수와 잡담을 나누다가 손쉬운 덩크슛을 허용한 2016년 11월 경기가 대표적이다. 자유투를 던지는 상대 선수의 신발 끈을 몰래 풀어놓는 기행을 저지른 적도 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역시 올해 6월에 터진 ‘역주행 사건’이다. NBA 파이널 1차전, 경기 종료 2초를 남겨둔 동점 상황에서 J.R. 스미스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낼 때까지만 해도 클리블랜드가 승리를 따내는 듯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가 경기를 이기고 있다고 착각한 스미스는 마지막 슛을 던지는 대신 자신의 코트로 드리블해 돌아가는 ‘역주행’을 보여줬고, 역전의 기회를 날린 클리블랜드는 결국 연장전에서 골든 스테이트에게 승리를 내줬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동점 상황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던 스미스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유튜브와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직까지도 순진한 표정으로 공을 몰고 클리블랜드 골대로 되돌아가는 J.R. 스미스의 모습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NBA에도 ‘올해의 사진상’이 있다면, 2018년 수상작은 스미스의 팀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르브론 제임스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나무라던 당시의 사진이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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